시아버님 추도 1주기에 모인 우리 가족. 시댁에서 갑질하려던 남편과 배신하는 어머니
어제가 우리 시아버님께서 소천하신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원래 계획은 모든 가족들이 아버님의 유해가 있는 부산 정관의 추모공원에 모여
참배하고 여기서 추도예배 드린 후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가족이 늦은 오후 시간에 함께 모이는게 너무 힘들더군요.
서로 시간이 맞지않아 참배는 각자 따로 하도록 하고
어머님 댁에 모여 함께 추도예배하고 식사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둘째를 빼고
우리가족 함께 어머님댁으로 가는데
우리 아이들 뒤에서 조잘조잘대는 소리가 얼마나 듣지 좋은지요.
저도 함께 끼여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어머님 댁에 가는 한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가버리더군요.
그런데 큰 길에서 골목길로 들어서며 시댁이 가까워지니
울 남편 갑자기 큰 소리로 이러는 겁니다.
“와 우리 엄마가 있는 우리집이다. 이제 갑질해야지!”
ㅋㅋ 울 남편 시어머니 백 믿고 갑질하겠답니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한 마디 해줬죠.
“갑질하다 요즘 한 방에 가는 사람들 못본 모양이지?”
7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큰 시누이 부부와 작은 서방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네요.
배고프다며 어머니께서 식사부터 하자 하시는데..
와우~ 한우 불고기와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해놓으셨습니다.
거기다 시간 맞춰 통닭 두 마리가 도착하였구요.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한 저녁 준비가 된 것이죠. 우린 아주 맛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식사가 마칠 때쯤 울 우가가 아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니까 아마 설거지는 아빠가 할 거야, 그치?”
순간 당황하는 아빠 ~~ 딸의 말에 아주 호기롭게 대답합니다.
“뭐 그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지. 나중에 네 삼촌 오면 상의해볼께.”
그럽니다. 아싸~~
그런데 울 남편 부엌에 와서 설거지거리를 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이럽니다.
“엄마! 얘들이 나보고 설거지 하라고 해!”
ㅋㅋㅋ 울 남편 엄마 백 믿고 드뎌 갑질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자 울 시어머니 아들의 말을 듣고 맞장구를 쳐주시네요.
“누가? 누가 우리 귀한 아들 설거지 시키려고 하노? 그러면 안되지. 누가 그러더노?”
“저기 여자 세명이 그럽니다. 혼내 주세요.”
그러면서 저와 동서 그리고 작은 시누이를 가르키네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시킨게 아니구요, 자기가 딸에게 꼬여서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했어요.”
“내가 언제? 진이 오면 상의해보겠다고 했지.”
그러자 울 어머니 한 마디로 아들을 제압합니다.
“야! 남자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남아일언중천금, 네가 하겠다고 했으면 네가 해야지 무슨 말을 하노! 오늘 설거지는 네가 해라.”
야호! 부엌에 있던 세 여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ㅋㅋ 울 남편의 갑질은 이렇게 시어머니의 배신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때문에 온 가족 한바탕 웃었네요.
이렇게 온가족 함께 모여 식사를 마친 후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남편이 인도하고, 제가 기도하고, 그렇게 순서가 진행되면서 마지막 순서까지 왔습니다.
마지막은 시아버님에 대한 좋은 추억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조카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더니
“할아버지께서 맛있는거 사주셨어요.” 그럽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소리질러가며 해대네요. 우와~ 울 시아버님 아이들에게 이렇게 인기 좋은 줄 몰랐습니다.
그 후에 남편이 어릴적에 TV 사오셔서 집에서 댄스 파티 한 것, 호빵 기계를 빌려 호빵을 집에서 만들어 주신 거 등등 이런 저런 아버님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저도 시집 와서 아버님 사랑을 참 많이 받았기에 그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살짝 울컥해지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우리 시아버님 추도 1주기 예배를 마쳤습니다.
추도 예배를 드렸는데 왜 이리 기분이 좋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와 큰 고모에게 용돈까지 받아서 그런지 더 기분좋아 보이네요.
BY 우리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