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초보 엄마들이 출산 가방을 싸면서, 혹은 아이가 침을 흘리기 시작할 때 가장 고민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이행물(Transitional Object)’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흔히 ‘애착 인형’이나 ‘애착 이불’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죠. 사실 처음엔 저도 “물건에 너무 집착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넷을 키워보니 이 작은 천 조각 하나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엄마의 품을 대신해주는 작은 위로, 이행물
처음 첫째를 키울 때였어요. 아이가 유독 보들보들한 수건 끝자락에 집착하더라고요. 잠잘 때도 그걸 꼭 쥐고 자고, 외출할 때 깜빡하고 두고 나오면 세상이 무너진 듯 울어대니 처음엔 “이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났죠. 그런데 둘째, 셋째를 거쳐 막내까지 키우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물건은 단순히 ‘인형’이나 ‘이불’이 아니라, 엄마의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첫 번째 통로였다는 것을요.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은 이 물건을 ‘이행 대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아이가 엄마와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그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선택하는 물건이죠. 엄마가 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아이는 엄마의 따스함과 안정감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이를 아주 건강한 발달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 엄마들, 아이가 특정 물건에 집착한다고 해서 “애정 결핍인가?” 하고 자책할 필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아주 기특한 신호니까요.
넷을 키우며 깨달은 이행물의 진짜 가치
저희 집 넷째는 유독 ‘토끼 인형’을 사랑했어요.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그 꼬질꼬질한 토끼 인형이 없었다면 아마 저는 지금보다 흰머리가 세 배는 더 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불안해할 때,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영역을 그 인형이 대신 채워주더라고요.
영국 아동심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을 봐도 그래요. 주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핵심적인데, 이행물은 그 애착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아이는 이 물건을 만지고, 냄새 맡고, 곁에 둠으로써 ‘나는 안전하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넷을 키워보니 아이마다 성향이 다 달랐어요. 어떤 아이는 촉감이 중요한 실크 이불을, 어떤 아이는 큼직한 곰 인형을 선택하더군요. 중요한 건 엄마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직접 선택한다는 점이에요.
이행물, 꼭 필요할까요? 엄마의 솔직한 대답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있으면 육아가 훨씬 수월해지지만,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경험칙입니다. 모든 아이가 이행물을 갖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 셋째는 신기하게도 물건보다는 손가락을 빨거나 제 귀를 만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어요.
하지만 만약 아이가 특정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길 권해요.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이행물’은 구원 투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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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독립을 시작할 때: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자야 하는 아이에게 이행물은 든든한 보디가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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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소 시: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집 냄새가 나는 인형은 아이의 불안을 50% 이상 줄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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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가거나 카시트를 탈 때: 두려운 상황에서 ‘내 것’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의 울음소리 데시벨이 달라집니다.
세탁 지옥과 ‘똑같은 것 두 개’의 지혜
이행물을 들이기로 마음먹으셨다면, 넷째 엄마로서 드리는 꿀팁이 하나 있어요. 바로 ‘똑같은 물건을 두 개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이행물을 선택했다 싶을 때 얼른 같은 모델을 하나 더 사두세요.
왜냐고요? 이행물은 아이가 물고 빨고 끌고 다니기 때문에 금방 꼬질꼬질해집니다. 그런데 세탁을 하려고 하면 아이가 난리가 나죠. 그럴 때 슬쩍 교체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만약 단종이라도 된다면? 혹은 여행지에서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실제로 제 지인은 아이가 집착하던 이불을 잃어버려서 온 가족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 뒤진 적도 있답니다. 미리미리 예비용을 챙기는 건 엄마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예요.
이별의 시간은 아이가 정합니다
많은 엄마가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이거 초등학생 때까지 가지고 다니면 어쩌죠?”라는 부분이에요. 저도 첫째가 유치원 졸업할 때까지 해진 담요를 들고 다녀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억지로 떼어내지 말라고요.
아이는 스스로 세상에 나갈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물건과 멀어집니다.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인형을 들고 학교에 가는 아이는 거의 없으니까요. 오히려 억지로 뺏으면 아이는 더 큰 불안을 느끼고 다른 곳에 집착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위로받고, 스스로 “이제 이건 없어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 엄마들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라고 생각해요.
육아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고민의 반복이죠. 하지만 이 작은 이행물 하나가 아이의 정서적 방패가 되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오늘도 아이의 작은 손에 들린 그 낡은 인형을 보며, 우리 아이가 오늘도 한 뼘 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대견해해 주세요. 여러분의 육아를 사남매 엄마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