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각만 해도 엄마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하지만 의외로 많은 아이가 겪고 지나가는 ‘소아야경증’에 대해 제 경험과 전문가들의 식견을 담아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한밤중의 비명, 엄마의 심장이 내려앉던 그 시간
첫째 아이가 서너 살쯤 되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곤히 잠들었던 아이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습니다. 눈은 번쩍 뜨고 있는데, 제가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안아줘도 마치 저를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허공을 휘저으며 울부짖었죠. 식은땀을 흘리고 심장 박동이 제 손바닥까지 전해질 정도로 빠르게 뛰는 아이를 보며, 저는 ‘어디가 아픈 건가’, ‘귀신이라도 본 건가’ 싶어 함께 울먹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바로 소아야경증(Sleep Terror)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넷을 키우다 보니 둘째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셋째가 또 비슷한 증상을 보여 그때는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죠. 처음 겪는 부모님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공포겠지만, 사실 이것은 아이의 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하나의 정거장 같은 것이랍니다.
전문가가 말하는 소아야경증의 정체
전문가들은 소아야경증을 수면 장애의 일환인 ‘사건 수면’으로 분류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과 수면 학자들에 따르면, 야경증은 주로 깊은 수면(비렘수면) 단계에서 불완전하게 깨어날 때 발생한다고 해요.
발달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 아이들은 상상력이 급격히 발달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경증은 단순한 악몽과는 다릅니다. 악몽은 꿈의 내용을 기억하지만, 야경증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이가 밤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야경증의 주요 원인으로 ‘미성숙한 중추신경계’를 꼽습니다. 뇌의 각성과 수면을 조절하는 기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깊은 잠에서 얕은 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죠. 여기에 유전적 요인, 피로 누적, 스트레스, 발열 등이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넷째까지 키우며 깨달은 ‘지켜보는 용기’
아이의 비명 소리에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흔들어 깨우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야경증 상태의 아이는 뇌의 일부는 깨어있고 일부는 깊은 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깨우려고 하면 아이가 더 큰 혼란과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셋째를 키울 때 실천했던 방법은 그저 아이 곁에서 다치지 않게 지켜보며 “엄마 여기 있어, 괜찮아”라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허공을 발로 차거나 침대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보호막이 되어주는 것이 최선이더라고요.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지나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죠. 오히려 밤새 잠을 설친 저만 퀭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야경증을 다스리는 생활 속의 지혜
아이 넷을 키우며 제가 터득한 생활 수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입니다. 야경증은 아이가 과도하게 피곤할 때 더 자주 찾아옵니다. 낮에 너무 활동량이 많았거나, 낮잠을 자지 못해 이른바 ‘졸음 한계치’를 넘겼을 때 밤에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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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된 수면 의식: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잔잔한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의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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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의 정서적 케어: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는지, 동생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마음의 불안이 밤의 폭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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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습도 조절: 아이들은 몸에 열이 오르면 수면 중 각성이 더 잘 일어납니다. 방 안을 약간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장의 과정임을 믿어주세요
소아야경증은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뇌가 성숙해지고 수면 체계가 안정화되면서 밤의 비명도 점차 잦아들게 되죠. 만약 증상이 너무 잦거나 낮 시간의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약이 되어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밤마다 가슴을 졸이며 아이의 방문 앞을 서성이는 어머님들, 아버님들.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파서가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뇌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우리가 먼저 단단해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밤을 지켜준다면, 어느새 아이는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는 청소년으로 부쩍 자라있을 것입니다.
저도 네 아이를 키우며 그 수많은 밤을 견뎌왔습니다. 여러분의 고단한 밤을 응원하며, 오늘 밤은 부디 모든 가정에 평온한 잠자리가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