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성장단계에 맞는 범보의자 사용법 – 정말 도움이 될까요?
범보의자는 어떤 의자인가요?
초보 부모님들이 종종 물어보십니다.
“선생님 범보의자는 꼭 써야 하나요? 언제부터 앉혀도 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참 반갑습니다.
범보의자(Bumbo Seat)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개발된 유아용 보조 의자로, 목을 가누기 시작한 아기를 앉은 자세로 도와주는 의자입니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로 되어 있어 아기의 엉덩이를 감싸며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어주지요. 목과 허리 근육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기를 일찍부터 앉힐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육아용품 중 하나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첫째 아이 키울 때 주변에서 많이 추천을 받아서 사용해 봤습니다. 물론, 사용법과 시기를 잘 조절해야 도움이 되지요.
사용 시기는 언제부터가 좋을까요?
범보의자 제조사에서는 생후 3개월부터 사용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의견은 다소 보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목을 완전히 가눌 수 있는 생후 4개월 이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기의 성장 발달은 매우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개월 수보다는 아기의 머리와 몸통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제가 넷째 아이를 키우면서도, 생후 5개월이 넘어서야 조금씩 사용했는데요, 아이마다 다르더군요.
범보의자의 장점과 단점
범보의자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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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앉은 자세에서 주변을 살필 수 있어 시각 자극이 증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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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앉는 연습’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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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두 손을 쓸 수 있는 잠깐의 자유시간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장점만 믿고 과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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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근육과 골반의 자연스러운 발달을 방해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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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세가 지속되면 고관절 탈구의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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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직 척추가 불안정한 아기를 장시간 앉히면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습니다.
특히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체중이 엉덩이에 집중되다 보면, 엉덩이뼈(천골)와 꼬리뼈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아기들이 범보의자에 오래 앉은 뒤 요통을 호소하거나 앉는 자세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전문가의 조언과 발달 이론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아기의 자연 발달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는 누운 자세에서부터 구르기, 엎드리기, 기기, 앉기, 서기, 걷기까지 순차적인 발달을 거쳐야 하며, 이를 서두르거나 생략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서도 아이는 스스로의 움직임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억지로 어떤 자세를 유지시키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앉고 일어서는 과정을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발달 자극입니다.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성장발달 전문가인 Dr. Rachel Moon도 “범보의자나 보조기구는 짧게 사용할 수는 있으나, 절대 발달의 대체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엄마로서 느낀 실제 사용 후기
제가 넷째 아이까지 키우면서 느낀 점은 간단합니다.
범보의자는 ‘보조 도구’이지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첫째 때는 범보의자에 앉힌 채 장난감을 보여주거나 이유식을 시작했고, 셋째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 발달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스스로 앉게 된 아이들이 더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범보의자는 이유식을 준비하거나, 아기가 시야를 확보해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잠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분~15분 정도로 제한하고, 하루에 두세 번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발달을 기다려주는 부모의 태도입니다. 아기의 몸은 아주 지혜롭게 자라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