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나 시트콤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혼자 되신 아버지와 홀로 계신 장모님이 서로 마음이 맞아 재혼을 결심하셨다면, 가족으로서는 당혹감과 함께 현실적인 의문이 먼저 앞서기 마련입니다.
“사돈간의 결혼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가?” “만약 부모님이 먼저 재혼하셔서 ‘의붓남매’가 된다면, 자녀들의 결혼은 불법이 될까?”
결론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두 경우 모두 법적으로 완전히 가능하며 혼인신고 역시 문제없이 수리됩니다.
많은 이들이 도덕적 직관이나 정서적 거부감 때문에 “안 될 것”이라 지레짐작하지만, 대한민국 민법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 드립니다.

Q1. 자녀 부부가 이미 있는데, 사돈(아버지와 장모)이 결혼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민법상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우리 민법 제809조는 혼인을 금지하는 근친의 범위를 엄격하게 정해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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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촌 이내의 혈족(피를 나눈 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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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등 법이 규정한 특정 인척
여기서 핵심은 ‘사돈’은 법적으로 친족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민법상 인척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까지만 인정됩니다. 나와 장모님은 1촌 인척(배우자의 혈족)이지만, 나의 아버지와 장모님 사이는 법률 용어로 ‘인척의 혈족’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법은 인척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지 않으므로, 두 분은 법적으로 완전한 ‘남남’입니다. 성인 미혼(이혼·사별 포함) 남녀가 합의하에 혼인하는 데 어떠한 결격 사유도 없습니다.
Q2. 순서가 바뀌어 부모님이 먼저 결혼했다면, 자녀끼리 결혼할 수 없나요?
순서가 바뀌어도 자녀들의 결혼은 100% 가능합니다.
부모님이 먼저 혼인신고를 마치면 자녀들은 흔히 말하는 ‘의붓남매(새어머니의 자녀 / 새아버지의 자녀)’가 됩니다.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남매가 결혼하는 꼴이니 금지될 것 같지만, 법의 잣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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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섞이지 않았으므로 혈족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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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인척 관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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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점에서 아버지는 ‘혈족’이고, 새어머니(장모님)는 ‘혈족의 배우자’이므로 인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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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어머니의 딸은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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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현행 민법은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을 인척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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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모가 먼저 재혼했더라도 성인인 두 남녀 사이에는 법적인 친족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혼인신고와 동일하게 수리됩니다.
Q3. 예외적으로 혼인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있나요?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법적 입양’이 개입되었을 때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상대방의 자녀(딸)를 법적으로 양자 또는 친양자로 입양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입양을 거치는 순간 두 사람은 법정 혈족(법으로 맺어진 남매)이 되기 때문에, 민법 제809조에 걸려 혼인이 원천 무효가 되거나 금지됩니다.
하지만 성인 자녀를 둔 황혼 재혼 가정에서 상대방의 성인 자녀를 입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혼 가정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보다 어려운 것은 ‘호칭’과 ‘상속’
법적인 걸림돌은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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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와 호칭의 난관: 아버지가 장모님과 혼인하면 아내는 나에게 법률상 ‘배우자’이자 외형상 ‘새어머니의 딸’이 됩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가족 간의 지혜로운 합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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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지는 상속 구도: 상속권은 법률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에게 발생합니다.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상속 지분은 나와 새어머니(장모님)에게 나뉘고, 훗날 새어머니가 사망하면 그 재산은 새어머니의 친딸(내 아내)에게 이어집니다. 집안의 자산 흐름이 양가로 교차하기 때문에, 재산 규모가 크다면 사전 조율이나 유언장 작성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정리하자면, 사돈 간의 혼인이든 부모 재혼 후 의붓남매 간의 혼인이든 대한민국 법은 이를 온전히 보장합니다. 법률적 정당성을 확인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새로운 관계의 질서를 정립해 나가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