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넷이나 키우다 보면 매 순간이 예측 불허의 연속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엄마의 혼을 쏙 빼놓는 시기가 있답니다. 바로 온몸으로 “싫어!”, “내가 할 거야!”를 외치며 마치 사춘기 청소년처럼 반항하는 아기를 마주할 때예요.
첫째 때를 돌아보면, 얌전하던 아이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불고 떼를 쓰는데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죠. ‘내가 뭘 잘못 키웠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가도 이내 미안함에 눈물짓던 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둘째, 셋째, 그리고 넷째까지 품에 안고 키워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 진실이 있어요. 이 시기의 반항은 우리 아이가 버릇없게 자라는 징조가 아니라,
“엄마, 나 이제 내 생각이라는 게 생겼어요!”
하고 외치는 아주 건강하고 기특한 성장의 신호라는 것을요. 오늘은 사춘기 형아들 못지않게 격렬한 첫 반항을 시작한 우리 예쁜 아기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네 아이를 키우며 몸으로 부딪쳐 배운 엄마표 처방전을 조용히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내가 할래!” 우리 아기에게 찾아온 첫 번째 독립선언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아기의 반항은 보통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무렵, 흔히들 말하는 ‘미운 세 살(Terrible Twos)’ 시기에 정점을 찍곤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가 먹여주는 미음을 잘 받아먹고, 엄마가 입혀주는 대로 옷을 입던 순둥이 아기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거부하기 시작하죠. 양말 한 짝을 신는 데도 30분이 걸리더라도 꼭 제 손으로 신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대근육과 소근육이 발달하면서 자신이 주변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엄마와 자신이 완벽하게 분리된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이의 반항은 엄마를 괴롭히려는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보고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랍니다. 넷째를 키울 때는 이런 고집을 보면 “아이고, 우리 막둥이가 벌써 이만큼 자라서 자기주장을 하네” 하고 마음의 한 자락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물론 머리로는 알아도 매 순간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는 것이 육아이지만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춘기 같은 아기의 속마음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발달을 연구한 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이 시기를 ‘자율성 대 수치심 및 회의감(Autonomy vs. Shame and Doubt)’의 단계라고 설명했어요. 이 시기의 영유아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려는 ‘자율성’을 강하게 키워나가는데, 이때 부모가 아이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고집을 부린다고 크게 혼을 내면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과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가 사춘기처럼 반항하는 행동은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인 셈이지요.
또한,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제1 사춘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 사춘기가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려는 시기라면, 영유아기의 반항은 신체적, 인지적 성장을 바탕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독립 선언인 셈입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도 아이가 반항을 시작했다는 것은 뇌 발달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부모가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는 아이의 독립심을 인정해주고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합니다.
넷째 엄마가 전하는 단단한 훈육과 따뜻한 포용의 기술
그렇다면 매일같이 이어지는 아이의 고집과 반항 앞에서 우리 엄마들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네 아이를 키우며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저만의 작은 노하우는 바로 ‘선택권 주기’와 ‘감정 읽어주기’입니다. 아이가 무조건 “싫어”를 외칠 때는 질문을 바꾸어 보세요. “이 옷 입자” 대신 “파란색 옷 입을래, 아니면 노란색 옷 입을래?” 하고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좁혀서 제안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선택했다는 성취감 덕분에 아이는 반항하기보다 기분 좋게 협조해 주곤 한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결국 통제력을 잃고 바닥에 누워 울부짖을 때는, 엄마의 감정부터 먼저 가라앉혀야 합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엄마가 같이 화를 내면 아이의 뇌는 공포와 분노로 마비되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니까요. 그럴 때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 아기가 직접 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돼서 속상했구나”, “화를 내고 싶었구나” 하며 아이의 거친 감정을 말로 먼저 읽어주세요.
아이는 자신의 격한 감정을 부모가 안전하게 받아주는 것을 경험하면서 점차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단, 위험한 행동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건 위험해서 안 되는 거야”라고 단호하고 일관성 있게 선을 그어주어야 합니다. 따뜻하게 안아주되, 규칙은 단단하게 지키는 균형이 필요해요.
오늘도 거실 한복판에서 아이와 눈물겨운 힘겨루기를 하며 지쳐 계실 모든 엄마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 눈앞의 작은 천사가 부리는 고집은 먼 훗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단단한 자존감과 주도성의 뿌리가 되어줄 힘이랍니다.
숨을 크게 한 번 고르고, 품에 안기엔 너무 커버리기 전에 이 사랑스러운 고집쟁이를 한 번 더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지나고 보면 이 힘든 시간마저도 그리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니까요. 오늘도 육아라는 긴 여정 위에서 애쓰시는 당신은 이미 최고의 엄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