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밀맘마입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행복한 전쟁(?) 치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기 넷을 키우며 매일이 시트콤 같았던 육아 베테랑 엄마예요. 돌이켜보면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나 싶지만, 그 복잡하고 정신없던 시간 속에서도 저를 버티게 하고 미소 짓게 만들었던 건 아주 작고 소소한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였답니다.
오늘 문득 거실 한구석에서 첫째가 쓰던 낡은 손수건을 발견했어요. 그걸 보니 우리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얼굴에 덮어쓰고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놀던 ‘셀프 까꿍놀이’ 시절이 떠올라 혼자 배시시 웃음이 나더라고요. 손수건 한 장, 기저귀 한 장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던 그 조그만 천사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얼굴을 가렸다 보여주며 깔깔거리던 그 사랑스러운 ‘셀프 까꿍놀이’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과 엄마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엄마 눈앞에서 사라진 세상, “어라? 엄마가 어디 갔지?”
아기들을 키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가제 손수건이나 얇은 이불, 심지어 입고 있는 옷을 머리 위로 훌쩍 올리고는 가만히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돼요. 처음에는 ‘어머, 얘가 왜 이러지? 답답하지도 않나?’ 싶어 얼른 치워주려고 다가가죠. 그러다 슬쩍 천을 걷어내며 “까꿍!” 하고 외치면, 아이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자지러지게 웃어넘어갑니다. 이게 조금 더 익숙해지면 이제 엄마가 해주는 걸 기다리지 않고, 제 손으로 직접 수건을 얼굴에 덮었다가 스스로 확 들추며 놀기 시작해요. 바로 ‘셀프 까꿍놀이’의 시작이지요.
우리 어른들 눈에는 그저 단순하고 장난스러운 행동처럼 보이지만, 아기의 우주 속에서는 지금 엄청난 지각변동과 대발견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기들은 생후 초기에는 내 눈앞에서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사라지면, 그것이 세상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믿는대요. 참 순수하고도 무서운 생각이죠? 그래서 엄마가 잠깐 화장실만 가도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우는 거랍니다. 엄마가 영영 사라진 줄 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셀프 까꿍놀이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는 건, 이제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혹은 그 물건이 어딘가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신호예요. 얇은 천 너머로 엄마의 숨소리가 들리고, 천을 들추면 언제나처럼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짜잔! 하고 나타나니까요.
피아제 할아버지가 말하는 ‘대상영속성’의 위대한 첫걸음
여기서 잠깐, 우리 육아 공부할 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박사님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동 심리학의 거장인 장 피아제(Jean Piaget) 박사님은 아기들의 이 시기를 ‘감각운동기’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이 까꿍놀이와 깊은 연관이 있는 개념으로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을 제시했답니다. 대상영속성이란 물체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그것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말해요.
피아제 박사님의 이론에 따르면, 보통 생후 4개월에서 8개월 사이에 아기들은 눈앞에서 사라지는 물건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8개월에서 12개월 정도가 되면 눈앞에서 완전히 가려진 물건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대상영속성을 본격적으로 발달시킨다고 해요.
우리 아이가 스스로 손수건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음~” 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스스로 천을 내리며 활짝 웃는 그 순간! 우리 아기는 피아제 박사님이 말한 그 위대한 인지 발달의 단계를 온몸으로 증명해 내고 있는 중인 거예요.
“엄마, 나 이제 눈앞에 안 보여도 엄마가 여기 있다는 거 알아! 그리고 내가 이걸 치우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하고 온 동네에 자랑하고 있는 셈이죠. 학술적인 용어는 딱딱하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기특하고 감격스러운 성장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불안을 극복하고 세상을 신뢰하는 작은 영웅들
넷을 키우면서 참 신기했던 건, 아이마다 이 셀프 까꿍놀이를 즐기는 방식과 시기가 조금씩 달랐다는 점이에요.
첫째는 겁이 많아서 천을 얼굴에 덮어두면 금방 무서워하며 칭얼거렸고, 둘째는 개구쟁이라 천 속에서 한참을 숨죽이고 있다가 제가 “우리 둘째 어디 갔나~?” 하고 찾으면 그제야 자지러지게 웃으며 천을 걷어내곤 했죠.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영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 과업으로 ‘기본적 신뢰감 대 불신감’을 꼽았어요. 이 시기에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안전함과 신뢰를 배워야 한다는 뜻이지요. 아기에게 있어서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건 엄청난 공포이자 분리불안을 유발하는 사건이에요.
하지만 셀프 까꿍놀이는 아기가 그 공포와 불안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해보는 아주 안전한 연습 게임이 되어줍니다. 자기가 원할 때 세상을 차단했다가(천을 쓰고), 자기가 원할 때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천을 벗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기는 ‘엄마는 잠시 안 보여도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강한 확신과 신뢰감을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되는 거예요. 스스로 불안을 이겨내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우리 아기들, 정말 작은 영웅들이 따로 없지 않나요?
베테랑 엄마가 전하는 셀프 까꿍놀이 200% 즐기기 팁
우리 예쁜 아기들이 온몸으로 성장판을 자극하며 놀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조금만 더 맞장구를 쳐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답니다. 넷째까지 키우며 터득한 소소한 팁을 몇 가지 나누어볼게요.
첫째, 다양한 촉감의 천을 준비해주세요.
매일 쓰는 가제 손수건도 좋지만, 가끔은 부드러운 실크 스카프, 구멍이 숭숭 뚫린 레이스 천, 조금은 바스락거리는 얇은 이불 등을 활용해보세요. 아기가 천을 뒤집어쓰고 벗을 때 얼굴 피부에 닿는 다양한 감각들이 아기의 뇌를 아주 기분 좋게 자극해 준답니다. 특히 레이스 천처럼 반투명한 소재는 천 너머로 엄마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여서, 겁이 많은 아기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셀프 까꿍놀이에 입문할 수 있어요.
둘째, 리액션은 세상에서 가장 호들갑스럽게 해주세요.
아이가 얼굴을 가렸을 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어야 합니다. “어라? 우리 예쁜 아기가 어디로 갔지?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네? 아이고 큰일 났다~” 하면서 거실 구석구석을 찾는 시늉을 해주세요. 천 속에서 아기가 킥킥거리는 숨소리가 들려도 모른 척해주시는 게 포인트예요! 그러다 아이가 천을 확 들추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찾은 것처럼 “찾았다!!! 여기 있었구나!!!” 하고 꼬옥 안아주세요. 이 넘치는 리액션 속에서 아이는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게 되고, 엄마의 사랑을 온몸으로 충전하게 됩니다.
셋째,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려주세요.
간혹 아이가 천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답답할까 봐 엄마가 먼저 휙 벗겨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아기는 그 어둠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고, 다음 행동을 유추하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하는 중일 수 있답니다. 아기가 스스로 천을 걷어낼 때까지, 지긋이 바라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우리 아기, 거기 숨었어~?” 하고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해요. 육아는 언제나 속도보다는 방향이고, 이끌어주는 것보다 기다려주는 게 정답일 때가 많더라고요.
오늘도 한 뼘 자란 너를 축복하며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 가끔 그때의 동영상을 찾아보곤 해요. 조그만 고사리손으로 손수건 한 장 들고 얼굴을 가렸다 펼쳤다 하며 배가 꺼지도록 웃던 그 모습들이 어찌나 그리운지 몰라요. 그때는 하루 삼시 세끼 밥 차리고, 빨래 돌리고, 우는 아이들 달래느라 그 순간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성장의 순간이었는지 미처 다 눈에 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지금 독박 육아로, 혹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전국의 엄마 아빠들! 아이가 혼자 천을 뒤집어쓰고 꼬물거리고 있다면 하던 일을 잠시만 멈추고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봐 주세요. 우리 아이는 지금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불안을 이겨내는 용기를 기르고, 지능을 쑥쑥 발달시키며 인생의 아주 중요한 첫 단추를 스스로 채우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 기특한 순간을 놓치지 마시고 칭찬 가득한 눈빛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화답해 주세요. “엄마 눈엔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과학자이자 탐험가야” 라고 말이에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해 나가는 모든 부모님들을 베테랑 엄마가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