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중독된 대학교수 마침내 도박을 끊게 된 두 가지 이유

도박에 중독된 대학교수 도박을 끊게 된 사연

도박에 중독된 대학교수 마침내 도박을 끊게 된 두 가지 이유

 

대학 교수 남편과 초등학교 교사 부인, 슬하에 3남매까지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족이지만 남편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부인은 수십 번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화근은 도박. 남편은 ‘손을 자르면 발로 하고, 발을 자르면 입으로 한다’는 도박에 오롯이 20년을 빠져 살았고, 땅 팔고 집 팔아 도박 빚을 갚던 부인은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습니다.

이들 부부는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했습니다. 신혼의 단꿈도 잠깐, 결혼 8개월이 지나자 남편은 학교 숙직실에서 동료 교사들과 밤새 화투를 치며 외박을 하기 시작했고, 2년간 잃은 돈만 50만원, 부부가 살던 단칸방의 월세가 1,000원이었던 당시 집 한 채 값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처남 등록금에까지 손을 댔다고 합니다.

새 출발을 하자며 부부는 70년 서울로 학교를 옮겼지만 남편의 도박중독증세는 나날이 심해졌습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도박장에 갈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동료 교사들에게는 칠판에 써가며 고스톱을 가르쳐 ‘고스톱의 교장, 은사’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아프니 집에 오라는 부인의 말에도 “숙직이라 갈 수 없다”며 숙직실에서 밤새 화투를 쳤고, 제때 치료 받지 못한 넷째 아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숨진 정말 가슴 아픈 일도 겪었습니다.

아내는 도저히 결혼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어 이혼 요구만 수십 번, 짐을 싸 집을 나가기도 했지만 “다시는 안 하겠다”는 남편의 약속에 번번이 마음을 돌렸습니다.

그러던 중 변화가 시작된 건 부부가 한 도박중독자 자조(自照) 모임에 나가면서부터였습니다. 도박중독자들이 모여 앉아 각자 경험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깨우쳐 나가는 모임이었습니다.

20년간 도박을 한 권씨조차 86년 이 모임에 나가기 전까지 “나는 여가생활로 화투를 치는 것일 뿐”이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때때로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교육자로서 도박을 한다는 양심의 가책에 자살을 시도하고, 당시 총 8,000여만원을 도박에 탕진하면서도 중독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가 자신의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내도 모임에 함께 나갔습니다. 가족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중독자 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들은 배우자끼리 모여 앉아 경험을 공유하고 상처를 치유했고, 이 부부는 매주 금요일 1시간30분간 진행되는 이 자조모임에 꼬박 25년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치료를 받으며 권씨는 86년 7월 이후 한 번도 화투를 손에 잡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화투를 내려놓자 부인과 잡은 손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부부는 항상 함께 여행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텃밭을 가꾸며 부부애를 더욱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 교수를 지내던 남편이 정년퇴임 한 후로는 함께 도박중독에 관한 사회활동을 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도박 추방의 날’ 행사에서 직접 지은 조시(弔詩)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도박을 끊은 남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부부가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서로를 치료할 수 있었던 중독자 자조 모임 덕분입니다. 그리고 도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인의 힘과 사랑을 깨닫게 됐으니 오히려 도박에 감사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아내는또 이렇게 말합니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드러내야 하는데 남편이 의지를 가지고 노력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도박중독 문제에 관한 한 ‘박사’가 다 된 부부는

“도박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평생 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곳인 도박중독예방센터(www.pgcc.go.krㆍ080-300-8275)나 한국단도박모임(www.dandobak.or.krㆍ02-521-2141), 도박중독 치료 전문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먼저 깨달아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곁에서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죠. 사람은 결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어렵기에 서로 돕고, 서로 도우면서 돕는 배필이 되는 것이 바로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