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꼭 해야 할까? 네 아이 엄마가 전하는 현실적인 이유와 조언

초보맘이라면 매일이 궁금증과 걱정의 연속일 텐데요, 오늘 한 어머님께서 이런 질문을 주셨어요. “블로거님, 이유식… 그거 꼭 해야 하나요?”

아마 이 질문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섞여 있을 거예요. 종일 아기 보느라 지쳤는데 이유식까지 만들 기운이 없다는 막막함, 정성껏 만들었는데 아기가 퉤퉤 뱉어낼 때의 속상함, 혹은 시판 이유식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고, 직접 만들자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까지도요. 넷째까지 키우다 보니 저 역시 그 마음들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 이유식은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단순히 모유나 분유 외에 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아기 인생의 발달 과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제가 왜 이유식이 중요한지, 그리고 이 과정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는지 네 아이를 키운 엄마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상담해 드릴게요.

이유식 꼭 해야 할까? 네 아이 엄마가 전하는 현실적인 이유와 조언

이유식, 단순한 ‘밥’이 아닌 ‘성장 발달’의 시작입니다

생후 6개월 무렵이 되면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저장해두었던 철분이 거의 소진됩니다. 모유 수유아의 경우 특히 철분 결핍성 빈혈이 오기 쉬운데요, 이때부터는 모유나 분유만으로는 아기의 폭발적인 성장에 필요한 영양, 특히 철분과 아연 등을 모두 채워주기 어렵습니다. 이유식은 바로 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첫 번째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영양 보충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바로 ‘씹고 삼키는 연습’을 통해 구강 발달과 두뇌 발달을 돕는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발달 전문가들은 생후 6개월에서 10개월 사이를 ‘결정적 시기’로 봅니다. 이 시기에 으깬 퓨레 형태부터 시작해 점차 덩어리 있는 음식까지 다양한 질감의 음식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씹는 것을 거부하거나 편식이 심한 아이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요.

아기는 혀를 이용해 음식을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고, 잇몸으로 으깨고, 꿀꺽 삼키는 과정을 통해 턱 근육과 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구강 운동은 훗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말’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초가 된답니다. 저희 셋째가 유독 입이 짧고 무른 음식만 좋아해서 이유식 시기에 애를 먹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조금 늦어서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몰라요. 결국 꾸준한 노력으로 극복했지만, 이유식 시기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경험이었죠.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첫걸음

이유식은 아기가 처음으로 ‘음식’이라는 문화를 접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늘 액체 형태의 음식만 먹던 아기에게 세상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맛과 향, 색깔과 질감을 가진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세계가 열리는 셈이죠.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부모의 태도’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영양 치료사이자 아동 섭식 전문가인 **엘린 새터(Ellyn Satter)**는 ‘책임 분담 모델(Division of Responsibility in Feeding)’을 강조했습니다. 부모의 책임은 ‘무엇을, 언제, 어디서’ 먹일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아기의 책임은 ‘얼마나’ 먹을지, 또는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이론이에요.

즉, 우리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준비해 즐거운 분위기에서 제공하는 역할까지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기가 먹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거나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아기는 음식을 ‘즐거움’이 아닌 ‘스트레스’로 인식하게 될 수 있어요. “오늘은 당근 맛이 궁금하구나! 한 번 냄새 맡아볼까?” 하는 식으로 놀이처럼 접근하며 먹는 행위 자체에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의 마음을 지치게 하는 이유식, 현실적인 조언

이론은 알겠지만 현실은 다르다고요? 맞아요, 저도 압니다. 그래서 네 아이 엄마로서 몇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첫째, 완벽주의를 버리세요. 매일 세 끼 다른 재료로 유기농 식단표를 짜서 먹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세요. 초기에는 한두 가지 재료로 시작하고, 시판 이유식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요즘은 워낙 잘 나오는 제품들이 많아서 영양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요. 엄마가 지치고 힘들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기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엄마의 행복이 곧 아기의 행복입니다.

둘째, 양에 집착하지 마세요. 특히 초기 이유식은 ‘먹는 연습’이지 ‘배를 채우는’ 과정이 아닙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맛을 봤다면, 혀로 낼름거리기만 했어도 성공이에요. 아기가 고개를 돌리거나 입을 꾹 다문다면 “오늘은 맛만 보는 걸로 만족하는구나. 내일 또 먹어보자” 하고 가볍게 마무리해주세요.

셋째, 과정을 즐기세요. 아기가 손으로 음식을 조물락거리며 얼굴과 온몸에 칠갑을 해도 너그럽게 지켜봐 주세요. 이것은 아기가 음식을 오감으로 탐색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치우는 건 힘들겠지만, 아기의 두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기쁘게 지켜볼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님, 이유식은 아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인 우리 자신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과정이랍니다. 내 아이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관찰하며 새로운 교감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와 주세요. 네 아이를 키운 경험으로 함께 고민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