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필요했던 위기의 순간

최근 제가 읽은 책이 이상병리학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병 중 정말 힘든 병인 정신분열증의 증세가 치매증세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지요. 과대망상, 현실적인 해석불가, 이상행동…..그런데 이런 정신분열증에 걸린 청년을 부모가 대할 때는 사랑과 배려를 가지고 대하되, 해서는 안 돼는 행동에 대해서는 아주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치매이지만 비슷한 증세가 많아서 저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매 걸린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필요했던 위기의 순간

엄하게 대할 때에 조심해야 할 점이 있더군요. 엄하더라도 좋은 감정으로 대하는 것과 나쁜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나쁜 감정이 들어간 행동이라는 것을 엄마가 느끼게 되면 감정싸움이 되고, 일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한결같이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되, 정말 아닌 것에는 단호하고 엄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런데 이건 이론이구요. ㅎㅎ 실제로 항상 한결같은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평정심을 찾기가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제 몸과 마음이 여러 가지 일로 지치고 아플 때는 더욱 그러 한 것 같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격무로 몸살이 왔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는 거 정말 힘듭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집에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헐~ 치매에 걸린 우리 엄마, 정말 절 힘들게 하네요.

엄마는 우리집 군 식구가 되는게 싫은가 봅니다. 그래서 뭐라도 자기 손으로 해보고 싶은지, 이런 저런 집안일을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절 돕고자 하는 행동이란 것은 알지만 일을 더 만들어 버리니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합니다.

“엄마 뭐해?”

하고 부엌에 가보니, 울 엄마 손으로 뭔가를 감추며, 말을 얼버무립니다. 혹시나 싶어 밥통을 열어보니
울 엄마, 밥을 한다고 하는 것이 식은 밥이 남아 있는 전기밥통에 생쌀을 넣고, 거기다 제가 먹으려고 사다논 한약으로 된 감기약을 그 안에 풀어놓은 것입니다. 밥통을 여는 순간 코끝에 강하게 자극하는 한약 냄새, 순간 제 머리에 뚜껑도 함께 열렸습니다.

“엄마, 제가 와서 밥을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해놨어요? 밥통에 한약은 왜 풀어 놓았어요. 제발 좀 이러지 마세요.”

그러자 우리 엄마

“내가 무슨 한약을 풀어 났데. 난 그런적 없다.”

치매 걸린 우리엄마, 불리할 때 쓰는 18번 행동은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엄마의 행동에 더 힘이 빠집니다.

그런데 울 엄마, 저의 이런 행동이 기분이 나빴는지 이 추운날 저녁 엄마는 또 짐을 싸며 집을 나가겠다고 합니다.

어후~ 몸도 마음도 힘들어 싸울 기력이 없는 저는 남편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바쁜일로 올 수가 없답니다.

큰오빠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 큰오빠와 통화를 하는데, 금방 엄마가 집 나가겠다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해 놓고는 꼭 제가 나가라고 한 것처럼 말을 합니다. 어이 없어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런데, 엄마가 소리 치며 한 그 말이 묘하게 제 기분을 풀어줍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통화를 끝낸 엄마 기분도 많이 풀어진 것 같네요. 저도 상한 마음이 추스러졌구요.

그래서 엄마 방에 들어가 요즘 제가 많이 힘들다고 엄마에게 저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먼저 화낸 것을 사과하자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들이네요. 그리고는 쌌던 봇짐을 하나씩 푸십니다.

에구~~ 이렇게 치매 걸린 울 엄마와 살아가는데 한고비를 또 넘겼습니다. ^^

 

* *이 글은 10년전 쯤 쓴 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부족함이 엄마와의 관계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by, 우리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