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버렸어요. 낮잠도 제멋대로 자고, 밥 먹는 시간도 들쑥날쑥해서 너무 힘들어요.”
아이 넷을 키우며 수없이 들었던 상담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겪는 현실이지요. 그런데 이런 불규칙한 생활이 단순히 생활 패턴의 불편함을 넘어서, 아이의 정서와 두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왜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할까요?
아이들은 예측 가능한 생활 패턴 속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특히 0~7세까지는 브루스 페리(Dr. Bruce Perry) 박사가 강조한 것처럼 ‘뇌의 구조화(structured brain)’ 시기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는 뇌가 환경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가 일정할수록 아이의 뇌는 더 잘 발달하게 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유아기 아동의 뇌 건강과 정서 발달을 위해 ‘일관된 루틴(consistency in routine)’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노는 시간, 책 읽는 시간 등 하루 일과가 일정하게 반복되면 아이는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는 기본적인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이 신뢰감은 자존감과 사회성, 학습능력의 초석이 됩니다.
엄마로서 실천했던 규칙적인 생활 만들기 팁
저는 첫째 때는 솔직히 많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둘째부터는 생활 패턴을 잘 잡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기에, 셋째 넷째는 아주 계획적으로 일과표를 운영했어요.
1)고정된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 정하기
아이의 수면 리듬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결정짓습니다. 오전 7시에 기상, 오후 8시 반 취침이라는 패턴을 정해 꾸준히 지켰습니다.
2)식사 시간은 ‘배고플 때’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간식도 정해진 시간에만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소화기관도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식습관도 좋아집니다.
3)활동 시간은 다양하지만 구조화된 틀 안에서 운영하기
자유놀이, 독서, 야외 활동 등은 유연하게 바꾸되, 전체적인 흐름은 매일 반복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는 놀이 시간, 오후 3시는 산책, 4시는 책 읽기 등으로요.
4)시각적 루틴 차트 활용하기
아이들과 함께 일과표를 그림으로 만들어 벽에 붙여 두었더니, 스스로 움직이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시계 읽기 전 아이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감정 조절 능력도 키워줍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뇌가 불안정한 외부 자극보다 ‘내부 리듬’에 더 잘 반응하게 됩니다. 이는 곧 감정 조절 능력과 자율성으로 이어집니다.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 이론에서도 유아기(1~3세)는 ‘자율성 vs 수치심’ 단계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 규칙적인 생활이 자율성과 자기 통제감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감정 기복이 심한 시기에도 예측 가능한 생활이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낮잠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울음을 줄이고, 떼를 덜 쓰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부모가 함께하는 루틴이 아이의 습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도 아이와 함께 루틴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엄마 아빠가 조용히 책을 펼쳐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저희 집에서는 저녁 8시면 모두 불을 줄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아이들도 자연스레 그 시간엔 차분해지고, 잠자리에 들어가려는 신호로 받아들였지요.
규칙이 주는 자유, 그것이 진짜 성장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너무 통제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고민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규칙이란 ‘제한’이 아닌 ‘기준’입니다. 이 기준이 있기에 아이는 자유롭게 탐색하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은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도 줄고, 여유와 여백이 생깁니다. 여백이 있어야 부모도 웃을 수 있고, 아이도 웃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