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부부싸움을 말리는 치매에 걸린 엄마, 치매에 걸렸지만 다시 따뜻한 내 엄마로 느껴지는 그 순간
부산에 있는 오빠 집에서 아빠 추도예배를 마치고 우리 집으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우리 엄마 피곤해 보이긴 해도 오빠들을 보고 와서인지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울 남편 가는 길에 울 둘째 태우고 가야한다면서 양산에 들어서니 아이 학원으로 차를 몹니다. 이 차에 이쁜 울 둘째가 탄다고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더군요. 그렇게 우리 부부 기분좋은 마음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남편에게 뭔가 말을 조심해서 한 말인데, 남편 듣기엔 기분 나쁘게 들렸나봅니다. 보통해서 화를 내지 않는데 갑자기 짜증난 목소리로 한마디 하네요.
아마 남편이 전후사정을 말하면서 그런 말에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면, 그럼 바로 사과를 했을텐데, 울 남편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면서 말을 하니 저도 기분이 나빠져 같이 따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시비가 오가다가 급기야 울 남편 큰소리로
“그만 해.”
저도 이에 질세라
“당신도 그만 해.”
같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울 남편의 목소리 점점 무섭게 커집니다.
“그만하라고 했다?”
“당신도 그만하라고.”
우리남편은 저에게 잘 져주는 남편인데 오늘은 저를 이기려고 합니다. 저도 져주면 될텐데, 남편의 “그만해”라는 말에 마음이 상해 똑같이 하고 있네요.
다행히 울 둘째가 다니는 실용음악학원에 다와서 남편은 싸우다 말고 일단 주차를 해놓고, 딸을 데리러 학원으로 들어갑니다. 아주 화난 표정으로요.
남편이 그렇게 학원으로 가자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없는 듯 있던 우리 엄마가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왜 싸우고 그러냐?”
“아니, 남편이 갑자기 화를 내며 나를 잡으려고 하잖아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는 조심한다고 한말인데….”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말합니다.
“지는게 이기는 거다. 너가 져줘라.”
엄마가 제 편이 아니라 사위편을 드네요.
“아니 남편이 이유 없이 날 억누르려고 하잖아요. 엄마도 봤잖아요? 저이가 제게 화내는 걸!”
그러자 울 엄니, 아주 단호하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내가 아는 네 남편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 있는데 울 남편, 딸을 데리고 오네요. 그러자 울 엄마 저를 보며 한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이럽니다.
“조용히.”
전 엄마의 그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고맙네요.
비록 남편편을 들고 있지만, 저를 조용히 야단치는 모습에서 따뜻한 엄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울 엄마 절대 치매 환자 아닌 것 같네요. ㅎㅎ^^
오늘도 행복하세요^^
by, 우리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