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문제, 영국 YOT 모델이 던지는 세 가지 제언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촉법소년 범죄와 신종 디지털 성범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중의 분노는 자연스레 ‘형사처벌 연령 하향’과 ‘엄벌주의’로 향한다. 가해 소년들에 대한 강력한 단죄만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을 유일한 해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필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소년범죄의 이면에는 가정의 해체, 학교에서의 소외, 사회·경제적 빈곤 등 복합적인 생태학적 위기 신호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외면한 채 처벌의 수위만 높이는 것은 소년에게 ‘조기 낙인’을 찍어 사회 복귀를 가로막고, 결국 더 무서운 재범의 굴레로 밀어 넣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몇 세부터 처벌할 것인가’라는 소모적인 연령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범죄의 경로를 차단하고 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일찍이 1990년대 초반 엄벌주의의 한계와 사법 비용 급증이라는 실패를 경험하고, 다기관 협력을 통해 획기적인 선례를 남긴 영국의 ‘소년범죄대응팀(YOT, Youth Offending Team)’ 모델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촉법소년 문제, 영국 YOT 모델이 던지는 세 가지 제언

 

영국은 1998년 「범죄 및 질서위반법」을 통해 소년사법의 최우선 목적을 법적 단죄가 아닌 ‘소년범죄의 예방’으로 못 박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자체 단위에 경찰, 보호관찰관, 사회복지사, 교육·보건 전문가, 약물 남용 전문가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YOT’를 설치했다. 파편화되어 있던 기관들이 소년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하나의 거대한 ‘안전망’으로 뭉친 것이다.

이 모델의 핵심 메커니즘은 경찰 체포 단계부터 작동하는 ‘트리아지(Triage)’ 시스템에 있다. 사건 발생 48시간 이내에 YOT가 즉각 개입하여 표준화된 평가 도구(Asset Plus)로 소년의 환경과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진단한다.

  • 환경적 위험요인이 없는 경미한 초범(Triage 1)에게는 피해자 사과 편지 등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적용해 전과자 낙인 없이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 가정 해체나 부적응 문제를 겪는 소년(Triage 2)에게는 즉시 부모를 참여시켜 분노 관리, 교육, 약물 치료를 연계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서적 고립을 겪는 소년들에게는 1:1 음악 프로그램 같은 문화예술 처우를 선행하여 내면의 분노를 치유하고 YOT 출석률을 높인다. 나아가 고용 지원 기관과 손잡고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연계함으로써, 아이들이 ‘범죄자’라는 낙인 대신 ‘사회의 유용한 구성원’이라는 새로운 자아상을 확립하도록 돕는다. 소년이 죄를 지은 순간부터 자립할 때까지, 사법·교육·복지가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그렇다면 영국의 이 고도화된 모델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 교육과 사법 제도의 변화를 위해 세 가지 제언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한국형 다기관 협력 플랫폼’의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기 학생을 위한 Wee센터, 학교전담경찰관(SPO), 지자체의 청소년 복지 시스템 등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기관 간 장벽이 높아 정보 공유와 연속성 있는 관리가 어렵다.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가 손을 잡고 지자체 중심의 ‘종합 소년지원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소년이 법적 처분을 받기 전 단계부터 교육 전문가와 사회복지사, 경찰이 공동으로 사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 중심의 ‘초기 위험 신호 감지 및 조기 개입 가이드라인’을 제도화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무단결석, 또래관계 단절, 무기력증 등 비행의 ‘전조증상’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영국처럼 소년의 다층적 취약성을 진단할 수 있는 표준화된 스크리닝 도구를 도입하고, 위기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전문 기관으로 자동 연계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소년원 처분이나 보호관찰 단계에 ‘교육 및 자립 중심의 회복적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단순히 수용하고 감시하는 통제 위주의 처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국의 사례처럼 소년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실질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합법적인 경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일자리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가 이들을 밀어내지 않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이 재범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벽이다.

매일 아침, 학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 중에는 가정과 사회의 방임 속에서 소리 없는 구조 신호(SOS)를 보내는 위기 청소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들은 처벌의 대상이기 전에, 여전히 성장하고 변화할 가능성을 지닌 교육의 대상이다.

소년범죄를 예방하는 힘은 단단한 철창이나 낮은 처벌 연령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촘촘한 협력망과 교육적 안목에서 나온다. 영국의 YOT 모델이 증명해 보인 ‘아동 우선(Child First)’의 철학을 이제 우리 사법제도와 교육 현장에도 심어야 할 때다.

*이 글은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김남희 님이 쓴 ‘영국의 소년범죄 대응체계:소년범죄대응팀(YOT)의 다기관 협력 모델과 교육적 함의‘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