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육아, 지금 첫째가 이제 막 돌을 지났거나 그 무렵인데, 둘째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기쁨과 동시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시지요? 아직 엄마 품이 전부인 우리 작고 소중한 첫째에게, 사랑을 나눠야 할 존재가 생긴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신 그 마음, 저도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껴보았기에 너무나 잘 이해합니다.
아직 말귀도 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우리 아기에게, 동생의 존재는 어떻게 다가갈까요? 오늘은 제 경험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생을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는 상담을 해드리려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주세요.

1. 아이의 발달 단계 이해하기: 돌 전후 아이의 인지 능력
먼저 우리 아이가 현재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하니까요.
1) 피아제(Piaget)의 인지 발달 이론에 따른 접근
스위스의 발달 심리학자 장 피아제에 따르면, 돌 전후의 아이는 ‘감각운동기’의 후반부 혹은 ‘전조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가. 추상적 개념의 부재 이 시기의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나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동생이 태어날 거야”라는 말은 아이에게는 “내일 우주 여행을 갈 거야”라는 말만큼이나 막연하게 들립니다. 따라서 말로만 설명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나. 자기중심적 사고 아직 이타심이나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고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중심은 ‘나’이고, 부모는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양육자입니다. 이런 아이에게 동생은 잠재적인 ‘침입자’나 ‘경쟁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습니다.
2. 첫째에게 동생을 소개하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저의 경험과 아동 심리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여 단계별로 말씀드릴게요.
1) 적절한 ‘공개’의 시기
너무 일찍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때 (임신 중기 이후) 임신 초기에는 엄마 몸도 힘들고 배도 나오지 않아 아이가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엄마의 배가 눈에 띄게 나오기 시작하거나 태동이 느껴질 때가 가장 자연스러운 타이밍입니다. 아이가 엄마 배에 기대거나 만질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나. 출산이 임박했을 때의 반복 학습 출산 1~2달 전부터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엄마가 잠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과, 그때 아기가 짠 하고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그림책 등을 통해 반복해서 보여주세요.
2) 오감을 활용한 소개 방법 (실전 가이드)
돌쟁이 아기에게는 긴 설명보다 짧고 명확한 단어, 그리고 스킨십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가. 태동 느끼게 해주기 “여기 안에 아기가 있어. 콩닥콩닥하지?”라고 말하며 아이의 손을 배에 얹어주세요. 동생이 발로 찰 때 “어? 동생이 형아(언니) 안녕~ 하네?”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여주면 아이는 동생을 재미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저는 셋째를 가졌을 때 둘째 아이가 제 배에 대고 ‘부부~’하며 입방귀를 뀌게 놀아주었는데, 태어난 후에도 그 소리에 아기가 반응하더군요.
나. 인형 놀이를 통한 역할극 아기 인형을 준비해 주세요. 인형을 안아주고,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가는 시늉을 엄마가 먼저 보여주세요. 그리고 첫째에게도 해보게 하세요. “우리 OO가 아기 우유 줄까?” 하며 아이가 돌봄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면, 동생이 태어났을 때 질투보다 ‘내가 돌봐줘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다. 긍정적인 호칭 사용하기 “동생”이라는 단어보다 아이가 부르기 쉬운 태명이나 애칭을 자주 사용해 주세요. “콩콩이 맘마 먹었대?”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세요.
3. 엄마의 태도와 마음가짐: 애착 안정성 지키기
어머니, 사실 아이보다 더 준비가 필요한 건 엄마의 마음입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을 빌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죄책감 대신 신뢰감 심어주기
많은 어머니들이 첫째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기가 막히게 감지합니다.
가. “사랑을 뺏기는 게 아니야” 동생이 태어나면 사랑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 ‘늘어나는’ 것임을 엄마가 확신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라는 표현을 평소보다 10배는 더 많이 해주세요.
나. 변화 없는 일상 유지하기 동생이 생긴다고 해서 첫째의 잠자리나 식사 패턴을 급격하게 바꾸지 마세요. 아이에게 일상의 루틴은 곧 세상의 안전함입니다. 만약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면 출산 훨씬 전이나, 출산 후 안정이 된 시기로 조절하여 ‘동생 때문에 내가 쫓겨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세요.
2) 퇴행 행동에 대한 이해와 수용
동생이 태어날 즈음 혹은 태어난 후, 걷던 아이가 기어 다니거나 젖병을 다시 찾는 등의 ‘퇴행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 프로이트의 방어기제로서의 퇴행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이전 발달 단계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입니다. 이때 야단치거나 “형아가 왜 그래!”라고 다그치면 아이는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나. 충분히 받아주기 “우리 OO도 아기가 되고 싶었어? 엄마가 안아줄게.” 하며 잠시 아기처럼 대해주세요. 욕구가 충족되면 아이는 다시 본래의 발달 단계로 돌아옵니다. 저도 넷째 낳고 셋째가 갑자기 기저귀를 차겠다고 했을 때, 그냥 며칠 채워주었더니 금방 흥미를 잃고 벗더군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어머니, 지금 첫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좌절’과 ‘타협’을 배우는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외동으로 자랐다면 겪지 않았을 스트레스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회성과 배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얻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형제자매”라고 말합니다. 당장은 첫째가 짠하고 안쓰러워 눈물이 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그 행복을 배웁니다. 둘째 임신 기간 동안, 첫째와 둘만의 추억을 많이 만드시고, 다가올 네 식구의 복닥거리는 행복을 기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는 날, 첫째를 위한 작은 선물을 ‘동생이 형아 주려고 가져왔대’라며 건네주시는 센스도 잊지 마세요. 지금의 고민이 훗날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힘내세요,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