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예방접종, 꼭 해야 하나요?
“선생님, 날씨가 너무 더운데 굳이 여름에 예방접종을 해야 할까요?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어쩌죠?”
여름철은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지치고,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냉방병 등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방접종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하여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여름철에도 예방접종을 미루지 않을 것을 권고합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권장하는 예방접종 일정은 아이의 면역 체계 발달과 질병 유행 시기를 고려하여 최적화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 없이 접종을 지연하는 것은 아이를 질병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족구병, 일본뇌염, 장염 등 특정 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통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름철 예방접종, 이렇게 준비하세요!
그럼 여름철 예방접종,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부담을 덜 주고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니며 터득한 노하우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알려드릴게요.
1. 컨디션 확인은 필수!
“아침에 아이가 평소보다 축 처져 보이고 미열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데 접종해도 괜찮을까요?”
예방접종 전에는 아이의 컨디션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열이 나거나 콧물, 기침 등 감기 증상이 있다면 접종을 연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아픈 상태에서 접종을 하면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아이의 체온이 37.5℃ 이상이거나, 평소와 다르게 보챌 경우 접종을 미룰 것을 권장합니다. 접종 전날 밤에 잠을 잘 자고, 평소처럼 잘 먹고 활동하는지 확인해주세요. 만약 조금이라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하여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2. 방문 시간은 오전에!
“낮에는 너무 더워서 병원 가기가 엄두가 안 나요.”
여름철에는 기온이 오르기 전인 오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에 방문하면 아이가 더위에 지치지 않고 비교적 쾌적하게 접종을 마칠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여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도 아이들을 데리고 갈 때면 늘 개원 시간에 맞춰서 일찍 갔었어요. 그래야 아이들도 덜 힘들고, 병원 내부도 북적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3. 시원하고 편안한 복장!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는데, 어떤 옷을 입혀야 할까요?”
통풍이 잘 되고 땀 흡수가 좋은 면 소재의 얇은 옷을 입히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클 수 있으므로 가볍게 걸칠 수 있는 겉옷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주사를 맞을 때 편하도록 여밈이 편리한 옷을 입히는 것도 센스 있는 준비입니다.
4. 수분 섭취는 충분히!
“접종 후에 물을 많이 먹여야 하나요?”
예방접종 전후로 아이에게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탈수 위험이 더 높습니다. 모유나 분유를 먹는 아기라면 평소보다 자주 수유하고, 이유식을 하는 아기라면 보리차나 끓여 식힌 물을 충분히 먹여주세요.
5. 접종 후 관리는 이렇게!
“주사 맞고 나서 아이가 열이 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방접종 후에는 미열이나 주사 부위 통증, 붓기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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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날 경우: 미열(37.5℃~38.5℃)이라면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거나 옷을 얇게 입혀 체온을 낮춰주세요. 38.5℃ 이상 고열이 지속되거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해열제를 먹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열제 복용 전에는 반드시 소아과 의사와 상담하여 복용량과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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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부위 붓기/통증: 차가운 수건이나 얼음찜질 팩을 이용해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얼음을 직접 피부에 대지 말고 수건으로 감싸서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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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 접종 후에는 아이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세요. 무리한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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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반응 관찰: 접종 후 2~3일간은 아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경련, 호흡 곤란, 심한 보챔 등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저도 아이들이 접종 후 열이 나면 밤새 아이 옆을 지키며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의 세심한 관찰과 보살핌이 아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여름철 특히 신경 써야 할 예방접종
여름철에는 특정 감염병이 유행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해당 예방접종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접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1. 일본뇌염 예방접종
일본뇌염은 주로 여름철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병입니다.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뇌염으로 진행되어 의식 장애, 경련,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생후 12개월~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생백신과 사백신 두 종류가 있으며, 각각 접종 스케줄이 다르니 주치의와 상담하여 아이에게 맞는 백신과 접종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모기가 활동하기 전인 봄부터 여름까지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이미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라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접종을 고려해보세요.
2. 수족구병 예방접종 (현재 국내 승인 백신 없음)
“수족구병은 백신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수족구병은 여름철 영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입안, 손, 발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발열, 인후통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수족구병 예방접종 백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수족구병은 주로 오염된 손이나 침, 콧물, 대변 등을 통해 전파되므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을 때는 다른 아이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단체 생활을 잠시 쉬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
로타바이러스는 영유아 설사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여름철에도 장염이 유행하기 쉬운데,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영유아 설사 예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경구 투여하는 백신으로,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며, 보통 2~3회 접종합니다.
전문가의 조언: 대한소아청소년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예방접종은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권장되는 접종 시기에 맞춰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모기 매개 감염병과 바이러스성 장염 등이 유행할 수 있으므로, 해당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또한,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 반응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거예요. 여름철 예방접종은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겁니다.
더운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잠깐의 불편함으로 아이의 평생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소중한 투자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준비 사항들을 잘 지키셔서 우리 아이가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소아과 주치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 올여름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