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움터, 마누라와 영감 사이에는 넘지 못할 신분 차이가 있다

우리말 영감과 마누라 그 어원에서 보는 신분 차이

우리말 배움터, 마누라와 영감 사이에는 넘지 못할 신분 차이가 있다

마누라의 어원에 대하여 예전에 하춘화씨가 부른 노래 있잖습니까?

1절입니다. “영감 왜 불러, 뒷 뜰에 매여놓은 병아리 한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째소? 이 놈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그런데 2절은 마눌님이 한 술 더 뜹니다.”마누라 왜 그래요 외~양간 메어 놓은 얼룩이 한마리 보았~나~보았죠 어쨌소 친~정집 오~라비 장가들 밑천 해주었~지~잘했군 잘했어~그러게 내 마누라~지”

겨우 영감님은 병아리 한쌍 잡아먹었지만, 마누라님은 얼룩이 한 마리를 친정에 보내줘버립니다. 이건 완전 격이 다르고 통이 다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영감과 마누라의 신분적이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말에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은 그 사람이 혼인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한 벼슬을 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릅니다.

결혼한 여자를 지칭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아내죠. `아내`는 지금은 그 표기법도 달라져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안해`였습니다.  `안`은 `밖`의 반의어이고, `-해`는 `사람이나 물건을 말할 때 쓰이던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그 뜻이 `안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안사람`이란 말을 씁니다.

거기에 비해서 남자는 `바깥 사람, 바깥분, 바깥양반` 등으로 쓰이고요. `부부 사이“를 `내외간`라고 합니다. 많이 오해하는 말 중 하나가 `여편네`입니다. 꼭 순수 우리말처럼 보이지만 이 말은 한자어입니다. `여편`에다가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이지요.

그럼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이었는데,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또는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맏(頭)+오라(<올+아){人} ‘ㄷ>ㄴ’의 음운변화를 입어 ‘마노라’가 되었다고 봅니다. ‘오라’는 ‘우리'(현재는 1인칭의 복수형)와 어근이 같은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러니까 어원적 의미는 ‘우두머리가 되는 사람’, 즉 ‘상전’이 되는 것입니다. 즉 마누라는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부르던 극존칭의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아내의 호칭으로 변화하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고, 민간 어원설 중에는 ‘마누라’를 ‘마주보고 눕는 사람’이란 뜻으로 플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극존칭이었던 마누라가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나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를 때나,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예를 들면 `주인 마누라` 등)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이 있습니다. 아내를 마누라라고 부를 때, 그 상대어로 남편을 `영감`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앞서 소개한 노래처럼요.

전 이것이 나이가 든 남편을 아내가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감이라는 말은 남자 노인 외에 벼슬을 한 사람에게 붙이는 말입니다.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영감이라고 불렀고, 오늘날 판사나 검사를 아직 `영감님`으로 부르기도 하잖습니까? 이것은 옛날 그 관원의 등급과 유사하여서 부르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남편과 아내는 그 호칭에서 완전한 신분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는 기껏해야 `정삼품` 정도인데, 아내는 `왕이나 왕비`를 칭하는 마누라로 불렀으니, 그 옛날도 집안에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의 입김이 더 큰 것이 당연한 것이죠. 그러니 영감님은 겨우 병아리 한쌍 마누라 몰래 잡아 먹지만, 마누라는 영감에게 알리지도 않고 얼룩 송아지 한 마리를 친정으로 보내버린 것입니다.

저도 나이 들수록 제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우리 마누라입니다. 어원을 보니 당연한 거네요.

by 우리밀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