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 당뇨수치 550에서 정상수치가 되기까지 꼭 해야 할 생활 수칙

작년 초여름입니다.

울 남편이 아무래도 수상쩍더군요. 일단 살이 더 많이 찌고 있다는 징조가 보이고, 또 피로를 많이 호소합니다. 거기다 눈이 자꾸 파르르 떨린다면서 안경을 새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솔직히 조금 겁이 나더군요.그런 차에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러 갔는데, 약사 아저씨께서 울 남편을 보며 공짜로 당뇨검사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공짜라는 말에 솔깃! ㅎㅎ 그래서 살짝 피를 뽑고 즉석 당뇨측정기로 당뇨검사를 했습니다. 삐삐삐~ 릭, 그리고 결과가 나왔는데, 헉.. 정말 심장 멎을 뻔 했습니다.

당뇨 수치가 무려 “550”입니다.

울 남편도 충격을 먹었는지 약사에게 혹 다시 검사해볼 수 있겠냐며 한 십분 쯤 쉬었다 다시 해봤답니다. 피를 뽑고, 검사지에 묻혀서 기계에 넣었더니 삐리리리~릭, 다시 검사한 결과 당뇨 수치는 “554” 입니다. 전보다 더 높게 나왔습니다. 저도 충격이었지만 울 남편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더군요.

 

당뇨병 치료를 위한 생활수칙

 

이 수치를 본 약사가 당뇨에 관해 이야기를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네요.

당뇨는 소아당뇨와 성인당뇨로 구분되는데, 소아당뇨는 어릴 때부터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는 것이고, 성인당뇨는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이것을 체내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니, 먼저 내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침 공복시에 약국으로 오면 무료로 체크해주겠다고 하네요.

울 남편 그래도 당뇨에 대한 나름대로의 상식이 있어서 그날부터 나름대로 당뇨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식사량을 조금 줄이고,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그렇게 한 사흘 뒤 아침 공복에 약국을 찾으니 당뇨 수치가 280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약사가 하는 말이 당뇨수치가 조절이 되는 것을 보니 약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좀 더 노력해보고 다시 오라고 합니다.

아빠가 당뇨가 심하다는 말을 들은 울 큰 딸, 어디서 들었는지 요즘 남자들 40대만 잘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오래 살 수 있다며 아빠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더군요. 울 큰 딸도 아빠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저 몰래 아빠랑 둘이서 이것 저것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가게에서 사서 먹기도 하던 것이 이제는 저 대신에 아주 확실하게 잔소릴 해댑니다.

“아빤 그러면 안돼. 아빠가 건강해야 우리 집안이 편안한 거야.
아빤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해.”

딱 부러지는 딸의 말에 울 남편 꼼짝도 못하네요. ㅎㅎ

그래서 울 남편 아주 맘 다잡고 당뇨 정복에 나섰습니다.

당뇨는 먹는 것에 비해 운동량이 적어서 생기는 병이니 이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음 네 가지 생활 원칙을 만들더군요.

1. 음식은 지금 먹는 것의 2/3 수준으로 줄인다.
군것질은 땅콩과 생채소로 대신한다.
2. 밥을 먹을 때 백번 이상 씹고 삼킨다.
3. 아침에는 등산, 저녁에는 산책을 한다.
4. 잠을 지금보다 한 시간을 더 잔다.

남편의 단호한 결심, ㅎㅎ 하지만 전 믿기지 않더군요.
이거 울 남편이 젤 싫어하는 항목들인데…
그러고 보니 울 남편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이 완전 당뇨 걸리기에 좋은 것이었네요.

그런데, 아 남자의 결심, 독합니다.
정말 밥 먹을 때 백번 이상 씹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백번 이상 씹으니까 밥을 적게 먹게 됩니다. 한 번은 제가 밥공기에 밥을 조금 더 넣었더니, 울 남편 그 밥을 보면 한숨을 푹 쉬네요. 그러면서 덜어내라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이렇게 말하네요.

“니도 밥 한 숟갈 넣고 백번 씹어봐라.
조금만 밥이 많아져도 저거 언제 다 씹을까 싶은 생각이 앞서서 한숨부터 나온다.”

그리고 냉장고에 당근과 고구마, 그리고 각종 야채류를 잔뜩 사다놓습니다.
배가 고프거나 입맛이 땡기면 생고구마를 씹던지, 당근을 씹던지, 채소를 씹던지 그럽니다.
토끼가 따로 없습니다. ㅎㅎ

그리고 아침에는 뒷산을 등산합니다.

왕복 40분이면 갔다 올 코스가 있는데 거길 매일 다닙니다.
처음에는 숨이 차서 헉헉거리더니, 한 달 이상을 그렇게 다니니 완전 쌩쌩 날아다니네요.
예전에는 제가 뒤 돌아보면서 “빨리 못오나?” 그랬는데, 요즘은 울 남편이 저보고 그럽니다.

그렇게 두 달을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했답니다.

그리고 그 약국에서 혈당체크 기계를 하나 구입해서 매일 아침 공복시에 혈당을 체크했습니다. 한달이 지나니 170대로 떨어지고, 두달이 지나니 130대, 그리고 세 달이 지나고 나서는 110대를 계속 유지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계속 지속하니,
그게 생활의 습관이 붙어서 지금은 제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네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렇게 혈당이 떨어지니 울 남편 눈이 파르르 떨리는 증세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늘 뒷목이 뻐근하면서 눈이 침침했는데 그 증세도 없어졌구요. 배도 쏙 들어갔고, 얼굴살도 빠지고..예전에는 불어터진 찐빵이었는데, 요즘은 훈남이 되어갑니다.

ㅎㅎ 예전 연예할 때의 모습이 살짝 돌아옵니다.

남푠, 수고했어요. 그렇다고 안심하면 안되는 거 알죠?

* 오랜 전 쓴 글인데 아직도 꾸준히 구독하시는 분들이 있어 지금 남편의 상황을 알려드릴께요.

지금 울 남편은 공복시 당뇨수치가 170에 밥을 먹으면 270까지도 올라갑니다. 작년(2015년) 10월까지 계속 정상수치 부근에서 잘 조절되고 있었는데, 2016년 10월에 태풍이 울 동네를 덮쳤답니다. 때아닌 물난리로 동네가 한 동안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남편의 생활 리듬이 깨지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당뇨수치가 확 올라가 버리더군요. 잠시의 방심으로 2년간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울 남편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에 한 생활방식을 지키고자 노력은 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그렇게 당뇨가 조절되지 않네요. 병원에 가서 약을 먹을까 고민 중입니다. 아직 합병증 증세는 보이질 않아서 올해 말까지 계속 해보고 안되면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까 합니다. 응원부탁드립니다. (*)

 

2020년 8월 현재 울 남편의 상황 업데이트입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당뇨관리에 들어가서 2016년 10월까지는 정말 잘 조절되었습니다. 남편의 독한 노력의 결실이었죠. 그런데 2016년 10월에 태풍 차바가 우리 동네를 덥쳤고, 그 때문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혈당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더니 다시 공복혈당이 230대를 오가더군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혈당관리를 시작했지만 이전처럼 잘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12월에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바로 입원하길 권했습니다. 혈색소 검사 결과를 보면서 길가다가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 더 지체하면 안된다구요. 그런데 당시 병원에 입원할 사정이 아니라 혈당약을 처방받고 일주일 뒤에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혈당약이 너무 잘 듣더군요. 당뇨약을 먹으면서 혈당관리를 하니 정상 수치를 계속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혈당검사와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했는데 의사가 지금 이 수준이면 괜찮다고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때부터 당뇨약을 처방받아 계속 복용 중입니다. 당뇨약을 먹으면서 하루에 최소 7천보를 걷는 유산소 운동과 자전거타기 등을 병행하면 정상수치를 유지하고, 약만 먹을 경우는 200까지도 올라가더군요. 남편이 탐구력이 좋습니다. 자기 몸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많이 합니다.

요즘은 나름대로 혈당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고 밥도 오래 씹어서 먹고 활발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3개월마다 혈색소 검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모든 검사에서 아주 건강하다고 나와 감사하네요.

*2021년 12월 현재 울 남편은 당뇨약을 먹으면서 운동과 식사조절로 혈당수치 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울 남편말로 적당량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뇨수치가 올라가기에 하루에 만보를 꼭 걷고 있습니다.

위글은 2023년 10월 23일에 update 되었습니다.

by우리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