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우리 어린이집 아기들의 기는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같은 개월인데도 잘 기는 아기와 그렇지 못한 아기의 비애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은 아래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길 줄 아는 아이의 여유, 못 기는 아기의 비애


우리 아기들 당연 터줏대감인 은이가 먼저 기었으면 했는데, 은이만 못기어 다니는 상황이 사실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그리고 아기를 데리러 온 애기 엄마도 그 사실을 알고는 좀 맘 상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요" 하는데 그 표정이 절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좀 부담이 가더군요. 그래도 울 은이 특별 교육을 시켰습니다.

우리 아기들과 함께 저는 재밌는 놀이를 하곤 합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젤로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는 놀이가 바로 "나처럼 해봐라 이렇게" 하는 노래에 맞춰 따라하기 하는 놀이입니다. 이걸 하면 울 아기들 깔깔 넘어갑니다. 그리고 선생님 따라하려고 어떨때는 낑낑대기도 하는데, ㅋㅋ 그거 안본 사람은 말을 마세요. ㅎㅎ 정말 귀엽워서 콱 깨물어주고 싶거든요.

그 놀이를 할 때 "이렇게"에 해당하는 동작을 "기는" 포즈로 반복을 했답니다. 울 아기들은 긴다고 해도 다 배밀이를 해서 기는 것입니다. 저는 그 보다 한 단계 위인 무릎으로 기는 동작을 반복했죠. 그런데 이 동작을 하니 울 은이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네요. 그렇게 한 일주일을 했을까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세상에 울 은이가 배밀이도 제대로 못하는 울 은이가 무릎으로 기는 겁니다. 물론 빠르게는 기지 못하지만 팔을 땅에 대고 쭉 뻗고, 무릎을 굽혀서 바닥을 엉금어금 기어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첨엔 상당히 힘들어 하네요. 몇 걸음 되지 않아 고꾸라지고 엎어지지만 울 은이 그래도 열심히 기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서 그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엇습니다. 울 은이 어린이집에 들어서더니 자길 보란 듯이 무릎으로 엉금엉금 제대로 기어갑니다.다른 세 아기들은 아직도 배밀이하며 낑낑대며 기어다니지만, 울 은이는 무릎을 꿇고 손을 짚어가면 엉금어금 기는데, 속도가 젤 빠른 것이 아닙니까? 이전에는 선생님 품에 안기고 싶어도 저 멀리서 악을 써가며 소리 치며 다른 친구가 선생님 품에 안기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다른 아이가 선생님께 가려는 동작만 보여도 자기가 먼저 엉금엉금 기어서 오는 길을 막아버립니다. 그리고는 제 품에 덤썩 안겨서는 다른 아이들을 노려보죠.

"저리가"

울 은이 아주 당당하게 다른 아이들에게 경고성의 몸짓과 포효를 합니다.







인생은 역전의 연속이라더니 이런 일도 다있네요. 얼마 전만 해도 꼴찌의 서러움을 갖고 있던 울 은이,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으로 역전 드라마를 일구어내었습니다. 스스로도 대견한 지 제 품에 안겨서는 아주 만족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울 은이 엄마, 절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아유 선생님 울 은이가 엉금엉금 기어다니네요. 다른 아이들은 어때요?"

ㅋㅋ 그렇게 묻는 엄마의 마음, 울 아이가 앞서 간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입니다. ㅎㅎ 하지만 은이 엄마, 아직 울 아이들 갈길이 멀었다우. 이젠 혼자 일어서기를 해야 할텐데 누가 젤 먼저 할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지요. 그리고 일어선다고 다 됐나요? 걸어야지, 걷는다고 됐나? 뛰어야지 ㅎㅎ 인생은 역전의 연속이니 그저 편안한 맘 갖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네요.

문득 성경 구절 하나가 생각납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죠.

"무릇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 될 수 있다"
 
지금 조금 앞섰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금 좀 뒤쳐있다고 실망한 것도 없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Posted by 우리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