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우리가족

어버이날 고딩 아들이 엄마에게 보내온 편지

우리밀맘마2015.05.08 06:54

어버이날 아들이 엄마에게 쓴 편지

 

 

오늘 어버이날입니다.

저는 어제 남편과 함께 병원에 계신 엄마를 모시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멀리 있는 언니들이 엄마에게 맛있는 한우 사드리라고 돈을 부쳐와서

그 바람에 한우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울 엄마 쇠고기를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그리고 냉면도요..

식사를 마친 후 울 남편 "어머니 덕에 오늘 아주 호식했습니다."그렇게 인사하니

"내 덕이라고 하는건가?" 울 엄마가 묻습니다.

"그럼요, 오늘 어머니 덕에 제가 호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곁에서 보는 제가 흐뭇하네요. ㅎㅎ

 

저녁입니다.

울 아들 시험 마쳤다고 일찍 집에 돌아오더니

제게 편지 한 장을 내밉니다.

제가 눈이 동그레져서

 

"이게 뭐냐?"

 

하니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읽어보소!"

 

ㅎㅎ 어버이날이라고 울 아들이 제게 편지를 다 썼네요.

고등학교 2학년인 울 아들이 제게 보내온 편지 공개합니다.

 

 

어버이날 편지

 

아주 흐뭇하더군요. ㅎㅎ 

울 남편 귀가 하네요. 

제가 자랑스럽게 "이거봐라, 울 아들이 내게 편지 보내줬다" 

자랑했더니 울 남편 바로 아들 방으로 뛰어갑니다. 

 

"야 뚱이, 아빠 편지는 어디 갔냐? 엄마 한테만 쓴거냐?" 

 

그러자 울 아들 더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에이, 부부는 일심동체..같이 읽어요. " 

 

씩씩거리는 아빠를 뒤로하고 제 방문을 닫습니다. 울 남편 아무 말도 못하고 제 편지를 읽어가네요. 그러더니 ㅋㅋ 하면서 웃습니다. 괜시리 기분이 나빠질려고 하네요. 

"왜 웃어?" 

 

그러자 남편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편지 엄마한테 보내는 게 아니라 큰 오빠가 막내 여동생한테 보내는 것 같다. ㅋㅋ"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전 도리어 울 아들이 이렇게 엄마 생각할 정도로 많이 컸구나 

새삼 그리 느껴져 더 기분이 좋네요. 

 

"울 아들.. 잘 커줘서 고마워!!" 

 

 

 



 

 

by우리밀맘마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

알콩달콩우리가족

아빠를 안습하게 한 울 딸의 어버이날 영상편지

우리밀맘마2014.05.10 07:42

어버이날 선물, 딸이 아빠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어버이날이 무심하게 지나갔습니다. 어버이날 울 남편 아침에 시댁에 가서는 시부모님에게 재롱 떨고, 같이 식사하고 왔다고 하네요. 울 둘째 오빠는 울 엄마 모시고 저녁 식사 대접하고 갔구요. 이렇게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대접받는 어버이날인데, 어중간한 우리는 쪼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퇴근시간이 되니 큰 딸에게 전화가 옵니다.

"엄마, 오늘 어버이날이잖아, 그러니까 올 때 고구마 케익 하나 사와. 그래도 노래는 불러줄께.."

헐~ 그래서 고구마케익 하나 사들고 집에 갔더니, 뭔가 좀 어중간합니다. 밥 하기도 귀찮고, 케익으로 식사를 떼우려니 이건 좀 모자라는 것 같고, 아들이 애교를 떨면서 이왕 쏘는 김에 치킨도 먹자하네요. 그래서 치킨도 사줬습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는 법, 울 아이들 어버이날 내게 무슨 선물을 줄까 기다렸는데, 이것들이 치킨은 기다려도 내게 선물 줄 생각을 않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제가 말했습니다.

"야ㅡ 어버이날 선물 가져온나..이것들이 암말 하지 않고 있으니 모른척하고 슬쩍 넘어갈려 하네.."

저의 분노에 찬 음성에 움찔하는 아이들 첫째부터 선물을 가지고 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빈 손을 내밀면서 하는 말, 엄마 오늘 청소와 설겆이는 제가 할께요. 몸으로 떼우겠습니다. 그럽니다. 막내가 옵니다. 그러면서 제 볼에 뽀뽀를 해댑니다. 엄마 뽀뽀 몇 번 해줄까? 백번, 알았어. 그러면서 뽀뽀와 함께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뭘 빼내는데 보니 빨간 카네이션이 달린 헤어밴드를 주네요. 그리고 셋째 아들, 이녀석은 이럽니다. "엄마, 이렇게 잘 커주는게 효도 아닌가요?" 아무래도 아들은 날 잡아서 손 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둘째, 아 둘째는 고삼이라 학원에 있군요. 오늘도 11시나 되어야 올 겁니다. 그렇게 어버이날이 지나갔습니다.

어제군요. 울 식구 한 찬에 타고 아침 출근을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싱글벙글하면 제게 동영상을 하나 보여줍니다. 뭔가 봤더니 울 둘째가 카톡으로 울 남편에게 어버이날 감사 영상편지를 보냈네요. 울 남편 저보고 울 히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증거라고 아주 우쭐 댑니다. ㅎㅎ 나도 어제 받았는데.. 그런데 울 남편 엄청 좋은가 봅니다. 울 남편에게 보낸 둘째 딸의 영상편지 여러분도 함께 보세요.






지금 고삼입니다. 가수를 꿈꾸고 있는 울 딸 이쁘죠? ㅎㅎ






by 우리밀맘마


신고

댓글

  • 마키2014.11.24 23:22 신고 맘씨가 더 이쁘네요. 아이들이 하나같이...
    좋으시겠어요. 아이가 넷이라서. 저도 더 낳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나이들면서 든답니다.
댓글쓰기 폼

궁시렁 낙서장

신부님이 만든 청소년 사전 어버이날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다

우리밀맘마2014.05.09 07:05

청소년사전, 부모들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신부가 만든 청소년 사전


어제 어버이날, 우리 아이들 어버이날을 빙자하여 남편과 제게 케익과 통닭을 사게 하더군요. 그러면서 지들 덕분에 맛있는 것 먹게 되었다고 좋지? 그럽니다. ㅜㅜ 이 녀석들 언제 다 커서 돈벌어와 어버이날에 제대로 대접받을 날이 올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참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페친의 페북에 재밌다고 해야 하나요? 수긍은 가는데 읽을수록 씁쓸한 그런 글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한 신부님이 <청소년사전>이란 책을 썼는데, 한 줄 한 줄이 어버이날을 맞는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들입니다. 좋은 부모로 살아가야 할텐데..이 사전의 내용을 보니 혹 나도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반성도 많이 됩니다. 청소년 사전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조급증
(국어사전) 조급해하는 버릇이나 마음
(청소년 사전) 자녀가 못 미덥다는 증거


 독단적
(국어사전)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판다하거나 결정함
(청소년 사전) 아이들 생각은 꿈일 뿐이고 어른이 다 옳음

비교
(국어사전)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서 유사점과 차이점 등을 고찰하는 일
(청소년 사전) 청소년의 기를 죽이고 싶을 때 하는 일

욕심
(국어사전)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며 누리고자 하는 마음
(청소년 사전) 부모님이 탐내며 누리고자 하는 것을 청소년에게 투영하는 마음

이혼
(국어사전) 부부가 합의나 재판을 통하여 혼인을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일
(청소년 사전)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하여 자식 의사와 상관없이 부부 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일

냉담한
(국어사전)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가 있다
(청소년 사전) 성적 외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다

가출
(국어사전) 가정을 버리고 집을 나감
(청소년 사전) 가정이 제발 다시 가정이 되기를 바라며 집을 나감

우울
(국어사전) 늘 마음이 답답하고 근심스러운 상태.
 (청소년 사전) 늘 곁에 있는 베프(Best friend)

성적
(국어사전) 학생들이 배운 지식이나 기능, 태도 등을 평가한 결과
(청소년 사전) 인생을 결정할 숫자 나부랭이

입시
(국어사전) 입학시험
(청소년 사전) 잘못하면 인생이 피곤해지는 시험, 혹은 12년 동안 인생을 피곤하게 하는 시험

편(便)
 (국어사전) 여러 개의 무리로 나누었을 때, 그 하나하나의 무리
(청소년 사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의 근원

왕따
(국어사전) 따돌리는 일. 또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
(청소년 사전) 언제 당할지 모르므로 늘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일

학교 폭력
(국어사전) 학교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폭력
(청소년 사전)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

친구
(국어사전)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청소년 사전) 사귀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고, 아차 하면 빼앗기는 인생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부모
(국어사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청소년 사전) 자식만 욕할 수 있는, 밉고 이해 안 되는 답답한 양반들을 이르는 말

선생
(국어사전)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청소년 사전) 때로는 존재 이유를 모르겠는 사람

자신감
(국어사전)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있다는 느낌
(청소년 사전) 어른들은 자꾸 가지라고 하지만 절대로 존재할 리 없는 느낌

대화
(국어사전)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 또는 그 이야기.
 (청소년 사전) 하고 싶었고, 하지 못했고, 쓸모없어진 것. 또는 그 이야기...



가장 안타까운 단어가 제일 아랫부분에 있는 "대화"입니다. 하고 싶었고, 하지 못했고, 쓸모 없어진 것 또는 그 이야기..어쩌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없어진 사회에 살게 되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는 서로 간에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로 마주보고 말은 하지만 서로의 생각이 오가는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죠. 말한다고 다 대화가 아니잖아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또 들어주어야 대화가 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는 훈련이 너무 되어 있지 않으니 어쩌다 말은 해도 대화는 되지 못하는 것이죠.

둘째 아이들을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부모말, 어른 말 들으라는 것이죠. 어른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며 그저 아이들이 들어주길 원하지 어른들이 아이의 말을 들으려고 하진 않으니, 대화가 될리가 없는 것이죠.

전 청소년 사전의 '대화'라는 말뜻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너와 말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 그리고 행복을 쌓아가는 길"




by 우리밀맘마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

알콩달콩우리가족

아버지가 그렇게 속좁은 분인줄 몰랐습니다

우리밀맘마2010.05.09 06:30

 
 


어제 어버이날이면서도 놀토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 최대한 딩굴 수 있는데까지 딩굴어 보기로 하고 그냥 누워서 버텼습니다. ㅎㅎ 그런데 뱃속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는 참기 어려워지더군요. 부시시 일어나려고 하니, 큰 딸이 오늘은 자기가 아침밥을 하겠답니다. 일명 "우가의 토스트"를 보여주겠다네요. 설겆이는 아들이 하기로 하고, 막내는 작고 앙증맞은 카네이션과 감사 카드를 줍니다. 제꺼와 남편꺼 ~ 내용이 뭘까 궁금해서 보니, 역시 우리 딸 참 재밌게 썼네요. 그런데 아빠에게 보낸 카드 내용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제가 보여달라고 하지 않아도 남편 입이 근질거리는지 보여주네요. ㅎㅎ 무슨 내용이게요? 




아빠, 절 낳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아빠 회사일로 많이 바쁘시죠?
너무 힘드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도 늦게 들어오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시니 좀 미안하시죠?
그래도 일찍 들어오려고 노력하는 아빠가 좋아요.
계속해서 더 많이 노력하세요. 사랑해요

이삐 드림~



ㅋㅋㅋ 그런데 이런 편지를 받고도 남편 뭐가 그리 좋은 지 싱글벙글 거리며, 우리 이삐가 아빠에게 감사편지 썼다며 자랑하네요. ㅎ

그런데 남편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그 때도 어버이날이 다 되어 학교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썼답니다. 우표를 붙이고 집 주소를 적어서 보냈는데, 보내고 난 뒤 잊어먹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어버이날 아침 아버지가 아주 화가난 투로 시장 일 나가시면 툴툴거리시더라네요.반면에 어머니는 아주 밝은 얼굴로 아버님을 따라 나서구요. 왜 저러시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밤이 되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답니다.

그날 아버님은 시장일을 마친 뒤 술이 한 잔 거나하게 되셔서 집에 돌아오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님을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오시는데, 집에 오자마다 아버님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아들을 찾더랍니다. 그래서 남편이 아버지께 갔더니 다짜고짜 막 화를 내면서

"너 그러는게 아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그럴 수가 있냐?"

혀꼬인 소리로 아들을 막 원망하더라는 것이죠. 방으로 모셨더니 아버님께서 편지 한 장을 꺼내 보여주시더랍니다. 보니 남편이 학교에서 아버지께 보낸 편지더군요. 어~ 저 편지 때문에 화내실 일 없을텐데.. 내가 얼마나 정성들여 썼는데..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라, 아버님께서 다시 혀꼬인 소리로 말씀하십니다.

" 얌마~ 니 엄마한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맙고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나한테는 술 담배 좀 먹지말라고 훈수두냐? 사람이 그래도 되는거냐? 이 아빠가 술 좀 먹기로서니 니가 돈을 보태줬냐?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

아하~ 남편 그 말을 듣자 감이 잡히더랍니다.

"에구~ 아빠에게도 다 좋은 말 적어놨잖아요. 요즘 술을 많이 드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되어서 아빠 건강하시라고 한 말인데 뭘 그러세요"

"그래도 그러는게 아니다 .."

하시면서 아버님, 그 날 밤늦게까지 아들 앞에 앉혀놓고, 섭섭하다느니 그러면 안된다느니, 내가 네게 부족하게 해준게 뭐냐느니 그렇게 술주정을 하시는 통에 죽을 맛이었답니다. 어머님은 뭐가 그리 좋으신지 두 부자의 대화를 들으며 실실 웃으시구요. 남편 그 때 두 가지를 결심했다고 하더군요. 첫째는 다시는 편지 안써준다는 것과 두 분 칭찬을 해도 공평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남편 하는 말

"나는 우리 아빠가 그리 속 좁은 줄 몰랐다"

ㅎㅎ 막내에게 오늘 받는 감사카드, 그 내용을 보고도 섭섭해하지 않고, 그저 고맙다며 자랑하는 남편의 마음을 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속이 좀 쓰리더라도 넓은 척, 아빠는 다 이해한다 그렇게 해야 담에 이런 편지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겠죠. 그나저나 막내의 이런 편지도 받았는데, 담 주부터는 진짜로 노력 좀 해볼려나? 기대를 말아야겠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

알콩달콩우리가족

돌아가신 시할머니가 보고싶은 손주며느리의 사연

우리밀맘마2010.05.07 17:45

 
 



보고싶은 할머니
 
작년 초 겨울의 일입니다. 제 차는 경유차라 시동을 걸어도 열이 빨리 오르지 않습니다. 약 10분쯤 달려야 겨우 더운 바람이 나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태울려고 10분 일찍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두어야 아이들이 따뜻하게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죠. 그런데 요 녀석들 기말 시험도 다치고, 또 삼학년이라서 그런지 학교를 이전보다 늦게 갑니다. 오늘도 이런 저의 수고로 우리 아이들 따뜻하게 등교를 하였습니다.

학교 교문을 살짝 지난 지점에 차를 세우면 아이들은 차문을 열고 하나 둘 제게 인사하며 내리는데, 저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리어카에 짐을 잔뜩 실고 천천히 제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구야, 제가 차를 빨리 옆으로 비켜야 할머니 계속해서 길을 가실 터인데.. 흘끗 뒤를 돌아보니 맨 구석에 앉은 아이가 차에서 내리네요. 문이 닫히는 소리에 좌우를 살핀 후 이제 차를 빼려고 하니 제 옆 차도의 차들이 일렬로 줄지어 끊임없이 지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저만치서 오시던 할머니, 벌써 제 차 코 앞까지 오셔서는 빨리 비키라며 연신 손을 내저으십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빨리 비켜드려야겠는데, 아무리 깜빡이를 넣어도 옆 차들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런 저의 마음 아는 지 모르는 지 그저 할머니는 험악한 인상을 지으시며 빨리 비키라고 손을 내저으십니다. 


'할머니, 무겁고 힘드신 줄은 알지만 어떻게 합니까? 저도 빨리 가드리고 싶지만 차가 오네요. 좀만 기다려주세요.'


이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빨리 비켜드리려고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옆 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오늘 따라 왜 이리 양보를 하지 않으시는 건지. 정말 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우리 할머니 갑자기 옆 차선으로 리어카를 모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주 큰 소리를 지르시며 손을 휘휘저으십니다.

"비켜라, 비켜라....."


할머니의 갑작스런 행동에 옆 차선에 지나가던 차들이 움찔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섭니다. 우리 할머니 그렇게 제 차와 옆 차선의 차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리어카를 몰더니, 제 차 뒤로 유유히 지나가시는 겁니다. 순간 제 이마에 식은 땀이 다 흐르더군요. 그러다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사람들은 아줌마 파워가 세계 최강이라고 그럽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경험해보니 이미 그런 아줌마 파워를 달관의 경지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할머니 신공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요,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작년에 별세하신 저의 시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 우리 할머니 92세로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아마 우리 집에서 제일 건강하셨을 겁니다.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쉴 새 없이 일하셨구요, 돌아가시는 그 날도 뒷 산 텃밭에 심군 고추를 따시다 힘이 드셨는지 잠시 나무에 기대어 계신 채로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신공은 저희 시할머니도 그 어떤 할머니 못잖은 파워를 갖고 계셨기에 가끔 할머니들의 무대포 신공을 접하게 되면 저희 시할머니가 떠올라 괜시리 웃음이 나옵니다.


하루는 슈퍼에서 베지밀을 하나 샀습니다. 그런데 베지밀도 두 종류더군요. 흔히 보던 콩으로 만든 베지밀이 있고, 또 하나는 검은콩으로 만든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신기한 마음에 검은색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른 베지밀을 사려고 계산중이던 할머니, 저의 베지밀이 더 맛있어 보였는지, 자신도 그것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얼른 바꿔 드렸지요.
한번씩 할머니들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저희 시할머니의 사랑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저의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저는 할머니의 사랑을 모른 채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만난 울 시할머니를 통해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특히 제 남편이 맏손주라고 얼마나 이뻐하시는지, 저도 그 덕에 할머니의 사랑과 비호를 받으며 시집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정말 억지를 부르실 땐 대단하셨습니다. 심통 또한 말도 못할 정도구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도 한번씩은 힘든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울 시할머니는 제에게 든든한 후원자셨음에 틀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할머니 신공을 더이상 볼 수 없어 마음 한 켠 그리움이 솟아납니다.


내일 어버이날,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네요.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