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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가지 않으려는 우리 아이들 이유는 어린 마음에 받은 상처

우리밀맘마2015.04.15 08:22

아이들 클수록 할머니댁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숨은 이유

 

 

효자 남편하고 살면 좋을까요? ㅎㅎ 뭔 뜬금없이 효자 이야기냐구요?

내 아들이 효자면 정말 좋지만 남편이 효자인 것은 그리 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이건 대한민국 주부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공통적인 이기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 서울에서 잘 살다가 울 큰 애가 네 살이 되고, 둘째가 두 살이 되고, 셋째 아들이 갓 태어났을 때 부산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서울에도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많았지만 다 거절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부산으로 내려온 이유가 참 단순합니다.

울 아기들 집에서 한창 귀염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이런 이쁜 모습도 한 순간인데, 손주들 재롱 부모님도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부산 가겠다는 겁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근대 부창부수라고 저도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뭐 서울서 한 7년 살다보니 지친 것도 있었구요. 부모 친구들 있는 부산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 저도 좀 굴뚝같았습니다.

그래서 서울 생활 미련 없이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답니다.

지금은 부산 근교인 양산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서울서 내려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사촌자매 울 막내와 사촌 동생

 

 

부산에 내려와서 우리 부부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친정도 가까이 있어서 어떤 날은 친정에 들렀다고 오기도 하구요.

남편은 우리를 시댁에 내려주고, 다시 출근을 합니다.

울 아이들 시댁에 가면 정말 시부모님들 아이들 때문에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시부모님께서 아이들과 놀아주실 때 전 부엌일에서 집안 청소까지 다 해놓고

그리고 저녁 진지상을 차려 드립니다. 이때쯤이면 남편도 퇴근해서 돌아와 저희랑 같이 식사하고

그리고 설겆이를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오죠.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10년정도를 매주 마다 시댁에 갔답니다.

또 갈수밖에 없던 것이 시부모님 두 분다 편찮으셔서 제가 병원에 모셔드려야 했거든요.

몇 년 간은 남편이 그렇게 했는데, 제가 운전을 하게 된 뒤부터는 제가 모셨답니다.

이 정도면 효자 효부라 할만하지 않나요? 옛 생각하며 자화자찬 해봅니다. ㅋ

 

그런데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점점 시댁에 가질 않으려고 하네요.

어느 때부턴가 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때아닌 언쟁을 벌입니다.

저는 가자고 하고, 아이들은 안간다고 버티고, 남편은 달래고..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큰 애가 중학생이 되고, 또 아이들도 줄줄이 학교에 다니다보니 우리 아이들 사생활이 생긴 것이죠. 토요일이 되면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한데, 할아버지 댁으로 가려니 마음에 안드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할아버지 집에 가봐야 할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릴 때는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아 줄 수 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서 인사하고, 그간에 지냈던 이야기 좀 조잘거리고 나면

더이상 할 말도 없구요. 그러면 딴 방에 가서 자던지 우리 아이들끼리 놀던지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그래서 책을 한 보따리 들고 가서 열심히 책읽고 왔는데

이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죠.

 

그래서 그 때부터는 저 혼자 가든지 아니면 남편과 둘이 가든지 그랬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많이 서운해하셨지만(그래서 종종 용돈으로 아이들을 꼬신답니다 ㅎㅎ)

아이들 입장도 십분 이해가 되기에 그리했습니다.

 

 

사촌간 사촌 동생과 놀고 있는 울 아들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울 큰 애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울 아이들이 왜 시댁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가? 드러난 사실 말고 숨겨진 비밀이 있더군요.

큰 애가 저랑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요즘 너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안가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좀 서운하시겠다."

 

그러자 딸이 대답합니다.

 

"그렇지?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첫 손주라고 엄청 이뻐하셨는데.. 그런데 뭐 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고..헤헤 죄송해요. 그런데 엄마, 중학교 다닐 때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어했잖아? 이유가 뭔지 아세요?"

 

"다른 이유가 있어?"

 

"응, 사실은 엄마 아이들 넷을 데리고 매주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일하잖아. 우린 맛있는 것 먹고 노는데, 엄마는 쉬지 않고 일만 하잖아. 엄마가 힘들어하는게 내 눈에 다 보였거든. 그래서 할머니집에 가면 우리 엄마 또 일만 하겠구나, 우리 엄마 많이 힘든데.. 그래서 어느 때부턴가 가기 싫어졌어. 우리가 안가면 엄마도 안갈 수 있을 것 같아서... "

 

울 딸..ㅎㅎ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리네요.

울 큰 딸이 이렇게 컸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해 주는 딸이 있어서 행복하구요.

그러고 보니 재밌는 사건이 하나 생각이 납니다.

울 딸이 다섯살 때인가 그 날도 제가 시댁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 큰 딸이 시부님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울 엄마 일시키지 마세요."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가 그렇게 말하니 울 시댁 어른들 완전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우가야 니 엄마 일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 아가야 너도 여기 와서 이것 좀 먹어라.."

 

그리고는 한 말씀 더하십니다.

 

"넌 이런 효녀가 있어서 좋겠다."

 

그 때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님께도 효자 아들 있잖아요?"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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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BlogIcon 봉봉2015.04.15 15:54 신고 ㅎㅎ 글쓴님도 자제분들도 멋지네요. 말로 해주지도 않았는데 어찌 그런 마음을 품고 의견을 피력했을까요. 글이 너무 재미나서 웃음이 나는데도 뭔가 찡하네요. 행복하세요!
  • BlogIcon 기니사랑2015.04.15 18:09 신고 재밌게 사시는모습이 참 보기좋아요 ^^
  • BlogIcon 나비부린2015.04.15 18:12 신고 저도 어릴때 그랬어요 엄마 고생하는거 자식들에겐 상처인듯해요
  • BlogIcon ㄷㄷㄷ2015.04.15 18:42 신고 참.. 마음이 따듯해지네요.. 효도하신 모습을 보며 자랐기에 자녀분들도 효를 아는것 같습니다
  • BlogIcon ㅎㅈ2015.04.15 19:22 신고 행복한 글이네요^^
  • BlogIcon 강성탁2015.04.15 19:25 신고 감동 있는글 감사합니다~
    그부모에 그아이들..ㅎ
    항상 행복하세요~
  • BlogIcon 강성탁2015.04.15 19:25 신고 감동 있는글 감사합니다~
    그부모에 그아이들..ㅎ
    항상 행복하세요~
  • BlogIcon 푸들바비2015.04.15 20:23 신고 맞아요 저도 어릴 때 울 엄마가 고생하는 거 정말 싫어서 할머니 정말 많이 미워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할머니는 저에게 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웃어주시고 보살펴 주셨는데 저희 엄마 괴롭힌다는 이유로 제가 심한 말을 정말 많이했죠. 저 초등학생 때 저희 어머니가 못 견디시고 결국 이혼하시고 저는 본래 살던 고향인 서울로 올라와서 엄마랑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랑 지냈어요 ㅎㅎ 근데 지금까지도 전 여기가 더 행복하네요 가끔 친할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엄마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은 모두 이해가 안 가서 자업자득 이였다라고 생각해요. 지금 결혼할 나이도 아니고 결혼 생각도 없지만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만약에 결혼을 하게된다면 당연히 분가해서 살 거고 시댁 가까이에는 집 안 구하고 그럴거에요
  • BlogIcon 박주희2015.04.15 23:13 신고 전 아기태어나고 너무 시댁을안간거같아서 가려니까 시어머니께서 나는 며느리가 어려운게 좋은거같다며 올생각일랑 하지말라하셨죠~ 걸어서 5분거리였는데도ㅋ 이번주토요일 저도 양산으로 이사가는데.. 반가운맘에 댓글 달아봅니다
  • 2015.04.15 23:3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이지은2015.04.15 23:41 신고 ㅎㅎ맞아요 저도 우리엄마 괴롭히는 할머니가 싫었죠. 심지어 돌아가시는 그 날도 하나도 안슬펐어요
  • BlogIcon 김경숙2015.04.15 23:45 신고 음...근데...아픈 시부모님들 대신...집안일 해주는건 당연하지 않나요...뭐 방문간격은 조정해야겠지만...엄마 생각하는 딸마음도 이해되지만...더 큰 이치를 알려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BlogIcon 우연이2015.04.16 17:10 신고 님 의견도 이해는 갑니다만 이미 글쓴분의 따님은 큰이치를 알고 있지않을까요. 님께서 쓰신 '당연하다' 라는 그 효도의 이치를 말이죠. 여러사람의견이 다 같을순 없지만 좀 씁쓸하그러니 따님도 한참 지나 성인이 되어 조심스레 어머니되시는 글쓴님에게 이야기한것이구요. 괜히 글쓴분에게 폐가 될까봐 더이상 안쓰겠지만 새삼 사람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구나하는게 느껴지네요. 그냥 저도 제의견을 적는것이니 김경숙님께서도 언짢으시지마세요^^;;
  • BlogIcon 허밍버드2015.04.15 23:45 신고 글쓴이님 처지가 꼭 저희 어머니얘기같아서 많이 공감이 되네요.. 어릴땐 할머니를 그렇게 따랐는데... 크면서 점점 가는게 불편해지고 그랬더랬죠.. 외가댁은 마음이 편한데 친가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저 역시 저런 이유때문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댁의 남편분은 아이들은 잘 달래셨군요 ㅎㅎ 제 아버지는.. 할머니댁 안간다고 하면 엄청 혼내셨습니다 ㄷㄷ
  • BlogIcon 제이2015.04.16 07:56 신고 저도 어렸을때는 할머니 고모가 좋았지만 커갈수록 눈에 보이더라구요 할머니 돌아가시는 날 눈물도 안나더라구요
  • Favicon of http://minhk.tistory.com BlogIcon corry2015.04.16 16:41 신고 기특한딸이네요^^
  • BlogIcon 우연이2015.04.16 16:58 신고 멋진 따님을 두셨네요. 읽는데 울컥했네요.
    기특한 따님, 열심히 즐겁게사시는 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Favicon of http://paran2020.tistory.com BlogIcon H_A_N_S2015.04.16 20:01 신고 효자아들 뒤에서 묵묵히 시댁 따라가 주신 효부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이 더 커서 왜 아버지가 매주 자기들을 이끌었는지 엄마는 힘들게 거길 왜 묵묵히 따라갔는지 깨달을 때 또 효자 효녀들이 될거에요. 어머니 쉽지 않았을 시댁 나들이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ㅎㅎㅎㅎ 건강하세요~~
  • Favicon of http://dreamlover2425.tistory.com BlogIcon 드림 사랑2015.04.16 22:39 신고 마음이 고아요
  • Favicon of http://lovemoviefiction.tistory.com BlogIcon 일상의 상념2015.04.17 15:17 신고 철들기 시작하면 아이들 눈에도 다 보이죠 ......
  • BlogIcon 김미숙 2015.09.17 14:37 신고 아. 눈물나요. ㅜㅠ 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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