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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시집 온 며느리 무섭게 혼내신 시아버님, 왜?

우리밀맘마2010.04.30 13:10

 
 


저희 아버님은 몇 년 전 세번이나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다시 회복되셨습니다. 아버님을 치료하던 의사는 정말 하나님의 도움이며 기적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지금은 예전처럼 건강하시진 않지만 그래도 집으로 찾아오는 재가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공원을 산책하실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또 기력도 떨어지셔서 그런지 아무래도 병원에 좀 입원을 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일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고 일단 입원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다 잠시 아버님을 생각하다보니, 아버님과 얽혀있는 결혼17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결혼 초 저는 아버님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저희 집은 대체로 말도 조용히 하는 편인데, 시댁은 시골장터처럼 소란한 분위기여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한 번씩 그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를 많이 이뻐하신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아버님이 무서웠고, 급기야는 미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오
늘은 그런 아버님과 얽힌 이야기를 쓸까 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버님은 처음으로 본 며느리인 제가 참 좋으셨나 봅니다. 남편의 직장 문제로 저희는 신혼살림을 경기도 부천에서 차렸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삼개월이 지나니까 갑자기 아버님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시며 하는 말이

"나도 며느리 밥 좀 먹어보자 내려보내라"  하시는 겁니다.

효자인 남편(이거 그리 좋은게 아니더군요) 끽소리도 못하고 저를 부산으로 내려보내더군요. 아마 한 일주일쯤 있음 다시 올려보내시려나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님 저를 한 달 동안 저를 잡아두시더군요. 제가 혼자 있는 남편이 걱정이 되어

"아버님, 아범 계속 저리 혼자 두면 건강에도 안좋고.."


그렇게 말을 꺼냈더니 하시는 말씀


"괜찮다, 그 녀석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걱정 마라"


하시면서 저를 보내주지 않는 겁니다. 마침내 참다 못한 남편이 부산으로 절 데리러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아마 출산할 때까지 시댁에 있어야 했을 겁니다.

그 후 저는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시댁으로 내려왔고 오면 보통 한달을 지내야 했습니다. 이렇게 아마 결혼 후 몇년까지는 1년의 절반은 시댁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땐 우리 시할머니도 정정하셨을 때였기에 갓 결혼한 새댁이 시댁에서 남편 없이 한달을 지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졌기에 더 힘들었던 같습니다.

하루는 마루에서 저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같이 일을 하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제게 일을 시켰는데, 제가 부엌으로 가기도 전에 아버님은 그것을 저에게 꺼내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을 본 어머니와 할머니 바로 아버님을 쏘아 부치십니다. 시아버님의 친절 덕분에 저는 그 때부터 두 여인의 시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에고~ 아버님 왜 그러셨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꼭 제가  남편에게 갈 날이 다가오면 아버님은 느닷없이 역정을 내시는 겁니다. 괜시리 트집을 잡고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야단을 치십니다. 그것도 아주 무섭게요. 전 처음에 왜 그러시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아하, 내가 시댁에 있는 것이 좋은데, 가는 것이 너무 섭섭해서 그러시는 거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울 할머니도 눈치를 채신 모양입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섭섭하면, 그냥 분가를 내주지말고 데리고 살지. 이미 분가했는데, 보내줘야 되지 어떻하노."

여러분 제가 아버님을 미워하는 이유 이해가 되시죠? 갓 결혼한 며느리, 시댁으로 불러들여 일년에 절반은 붙들어 두시고, 그러면서도 갈 때가 되면 심하게 역정내시며 그렇게 며느리 마음을 상하게 하신 아버님, 그래서 저는 정말 아버님이 미웠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을 미워하고 있는데, 어느 날 친정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니, 아기 임신했을때 누군가를 미워하면, 아기가 미워하는 사람 닮는다더라. 그러니까 미워하지 마라."

그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기분이 오싹하던지, 울 남편은 잘 났지만, 남편은 어머니 쪽을 닮았거든요. 아버님은 그리 미남형이 아니라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엄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친정엄마의 말이 마음에 걸려 어떻게 하든 아버님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참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넘 이쁜 우리 첫째를 낳았습니다. 첫째를 받아들면서 정말 조마조마했습니다. 엄마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런데요 ~ 간호사가 아기를 제 품에 안겨주는 순간 저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아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인지 얼굴에 주름이 있는데다, 눈도 부어 있구요. 머리는 짱구 머리구요. 완전 아버님 얼굴 그대로인 거 있죠. 하~ 정말 울고 싶더군요,

아버님을 미워한 것이 너무 속상해 또 하나님께 회개하였답니다. 다행히 날이 갈수록 우리 아기는 점점 부기도 빠지고  이쁜 제 얼굴을 찾아가는데, 지금은 제 아빠를 닮은 엄청 미인으로 자랐습니다. ㅎㅎ 하지만요, 그 땐 정말 아버님을 닮긴 너무 닮았더라구요. ㅋ
  

우리 아버님 예전에 중풍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후 매주 한 번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은 신경과 치료를 받아야 하구요. 병원에 가는 날이면 제가 차를 몰고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을 갑니다. 매주 만나는 아버님의 모습이 이전보다 좋아보이면 그리 마음이 기쁠 수가 없고, 이전보다 못하다 싶으면 한 주간 걱정으로 계속 아버님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제 가슴을 철렁하게 하셨던 아버님이시지만 지금은 말도 조근히 하시고, 절 보고 웃으실 때는 해맑은 아기의 웃음처럼 그렇게 천진하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아버님이 다시 병원에 입원하셔야 한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지금은 다시 퇴원하셔서 많이 건강해지셨답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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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lifestorys.tistory.com BlogIcon 버니스2010.05.02 08:04 신고 다양한 일들이 있네요. 솔직히, 결혼한 아들 아내를 오라고 하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 결혼이란걸 하게 되고, 자식이 생기면, 그 애한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저는 그 애한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꺼 같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의 시행착오에 관여하는건 그 아이의 성장을 막는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아버님의 경우에는 욕심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욕심입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인생을 즐기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는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가루님 말씀대로, 사람은 서로 신세지고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

    하지만, 우리밀맘마님는 너무 따뜻하신거 같습니다. ^^

    좋은글 늘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우리밀맘마2010.05.02 13:38 신고 그땐 정말 힘들었었지만, 이젠 그저 그리운 추억이 되었답니다. 울 아버님도 많이 달라지셨지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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