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우리가족

더이상 꽃을 선물하지않는 남편, 비오는수요일의 비화

우리밀맘마2010.07.15 05:30

 
 


우리밀맘마의 알콩달콩 가족이야기


저희 부부가 결혼한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큰 애가 벌써 고등학교에 다니니 참 세월이 빠릅니다. 그동안에 제 생일도 해마다 있었고, 그리고 결혼기념일도 해마다 있었겠죠? 그런데요, 울 남편 그런 기념일에도 제게 꽃을 선물하지 않더라구요.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백만송이 장미로 아예 집을 도배도 하고, 사랑의 카드에 사연을 넣어서 꽃바구니 선물도 하잖아요? 흠 그런 이벤트 한번쯤 해볼만도 할텐데 그러질 않네요. 왜 그럴까?

ㅎㅎ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원인이 제게 있었습니다. 뭐냐구요?

저희가 결혼하고 정말 어렵게 살았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남편 알바해서 번 돈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기 바빴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물 나는 그런 세월을 꽤 오래 살았는데, 그래도 그 땐 신혼이라 오직 사랑의 힘으로 견뎌낸 것 같습니다.

한 날은 비오는 수요일이었던 같습니다. 남편 학교 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는지 장미꽃 한 다발을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왔더라구요.

"딩동 ~~"

"누구세요?"

"꽃 배달 왔습니다."

응? 분명 남편 목소린데, 꽃 배달 왔다니? 의아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니

"쨔잔~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뭔 광고 멘트를 날리며 제게 장미꽃을 내밀더군요. 열송이쯤 되려나, 안개꽃과 함께 참 이쁘게 포장했더라구요.

"잉 무슨 꽃이예요?"

"응, 오늘 비도 오고, 수요일이잖아, 오는 길에 장미꽃을 아주 싸게 팔더라구, 그래서 당신 생각나서 사왔지." 

순간 찐한 감동이 느껴지며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찰라, 그 순간 아줌마 본능도 함께 살아나지 뭡니까? 에구 ~ 이럼 안되는데..

"여보, 고맙긴 하지만, 담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떡 사오세요. 아깝잖아요. 알았죠?"

전 떡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 울 남편 돌이 되어버렸습니다. 멍 하니 아무 말 못하고 굳어서는 꽃을 들고 내민 손을 어쩌지 못하고 있더군요. 저는 아주 여유있게 그 꽃을 받아들고는

"흠~ 향기는 참 좋네.."

ㅎㅎ 그 후로는 울 남편 꽃 하고는 완전 담을 쌓았더군요. 그 후로요, 울 남편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에서 꽃을 선물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면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에구 저 바보, 꽃보다는 아줌마한테 떡을 사줘야지, 뭘 몰라"

ㅋㅋ 그래서 지금도 저는 울 남편에게 꽃을 선물 받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런데요, 한 날은 꽃 바구니를 갖고 왔네요. 그런데 그 날은 비도 오지 않았고, 수요일도 아니구, 그렇다고 제 생일도 아니구, 결혼 기념일은 더더구나 아니구, 우리 아이들 생일 또한 아니구.. 영 무슨 날과는 거리가 먼 그런 날이었습니다.

"여보 이게 웬 꽃 바구니예요? 비싸겠다.."

그러자 남편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이 짜식들, 오늘 스승의 날이라고 이걸 선물해주더라구. 이 돈으로 떡이나 좀 사올 일이지.담엔 이런 거 사오지 말고 떡 사오라고 할께.."

ㅎㅎ 이거 웃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앞으로도 울 남편에게 꽃 다발 받아보긴 영 틀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 중에 이런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호의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아~그 비오는 수요일날, 그저 울 남편 내민 손 사랑스럽게 잡으며,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러면서 뽀뽀나 해주었으면, 그 날 이후로 울 남편의 낭만 이벤트는 계속해서 이어졌을텐데..제가 왜 그랬을까요?


 

 


오늘도 행복하시고 감동이 넘치는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실 때 추천, 댓글 달아주심 넘 고마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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