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우리가족

공부하기 싫어 "튀었다"는 막내 어째야 하나요?

우리밀맘마2010.09.28 05:30


 
 


네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들을 보면 항상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자라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또한 제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네요. ㅎㅎ 내리사랑이라고 하던가요? 저는 이상하게 네 아이 중에 우리 막내가 어떤 새로운 것을 할 때면 그저 신기하고 웃음만 나오는데, 이거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런 막내 이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까합니다.
 
어느날 울 막내 이삐가 상장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동시짓기를 하였는데, 글쎄 1등상을 받아왔더군요. 울 막내의 일기를 보면 꼭 짧은 소설을 보는 듯하게 흥미진진하게 잘 적기에 글을 재밌게 쓰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상을 받아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며칠전 울 막내가 집에 들어오는데, 입이 툭 뛰어나왔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하니 물었습니다.

"이삐야, 왜? 무슨 기분 나쁜일 있어?"

"응, 저번에 제가 동시로 상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학교대표로 동시대회에 나가야 돼요." 

"와 멋지다. 축하한다 이삐야~" 

저는 진심으로 울 딸을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마냥 축하할 일이 아니더군요. 울 이삐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곤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이런 표정이네요. 살짝 긴장하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이삐야 그런데, 네 표정이 왜그래? 넌 벌로 안좋아?" 

그러자 울 이삐 입을 삐죽이 내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좋긴 뭐가 좋아요. 이제 매일 학교에 남아서 동시짓는 연습을 해야하는데요. 그리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글쎄 1학년의 김00 선생님이란 말예요."

순간 그 선생님의 이름을 듣자 제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저런, 힘들겠다. 어쩌니? 그래도 울 이삐가 동시를 잘지어서 대표로 나간다고 하니 엄마는 기분이 좋은데.... 울 이삐, 화이팅! "

며칠 뒤 울 이삐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이삐야, 얼굴이 부었네. 상꺼풀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어서 가져와,"

하고 제가 놀렸더니....

"엄마, 매일 동시 짓는 연습을 하는데요 시 한편에 원고지 11장을 써야 되요. 어떻게 11장을 쓰냐구요."

"11장이나 써야돼? 힘들겠다."

 
 

 

아니, 창의적인 동시를 쓰는데, 몇장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써야 되는 동시를 무조건 11장을 써내라고 하는 건 좀 심했다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르치는 그 선생님 다운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동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동시시험을 친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얘기를 국문과를 나온 이삐 아빠에게 얘기했더니....

"미쳤나?.... 누구야 11장을 쓰라고 하는 ....."

그러면서 아주 역정을 내네요. 다시 아침이 되었습니다.

"엄마, 내일은 너무 바빠서 늦게 올 것 같아요. 동시공부도 하고, 모임도 있고, 피아노학원도 가고...."

"그래? 정말 힘들겠네."

울 이삐 오늘도 퉁퉁 부은 얼굴로 이렇게 말을 하니, 엄마인 제가 마음이 아프네요. 어서 동시대회가 끝나야 될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었습니다. 딩동~. 벨소리에 문을 열어 주었더니, 울 이삐입니다. 잉~ 아직 올 시간이 아닌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왔네요.

"이삐야, 오늘 바빠서 늦게 온다며, 일찍 왔네."

"응~. 오늘 튀었어."

"응? 무슨 말이야."

"동시 공부 가야 되는데, 오늘 안 가고 튀었어."

ㅎㅎㅎㅎ 울 이삐가 튈줄도 아네요.

"튀었어? 울 이삐 대견하네, 튈줄도 알고..."

"응, 엄마, 한번씩은 튈줄도 알아야 돼요."

"그렇구나. 엄마도 배워야 겠다."

글을 쓰고 보니 이거 제가 엄마 맞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 이 얘기를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엄청 웃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거 아니야? 이거 야단을 쳐야 되는데, 이렇게 웃음이 나오니..."

저에겐 없는데, 우리아이들을 보면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물론 보통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이렇게 한번씩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일들을 충실히 한다는 것이지요. 쉼표와 같이 쉬어주고, 튈줄도 아는 여유,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생각합니다. 울 이삐 넘 재밌지 않나요? 제가 더 재밌다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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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bloping.tistory.com BlogIcon 새라새2010.09.28 06:18 신고 축하해주면서 봐야 할 글이 한숨이 나오네요..
    요즘 아이들 정말 어른들보다 더 힘들게 사는것 같아요..
  • 우리밀맘마2010.09.28 12:21 신고 울 아이들은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아도, 힘들어하네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면 신기하기도 하구요. 어떤 좋은 것을 먹이길래 저렇게 잘 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 훈훈남~2010.10.09 19:04 신고 튈 줄 아는 걸 이렇게 칭찬하시는 넓은 마음의 부모님...
    부럽군요~

    이제까지 눈팅만 하다가,
    답글을 문득 적고 싶군요~ ㅎㅎ

    제 동생이 예전에 초등 때, 과학상자 대회준비 하다가,
    그냥 그만두고 와버린 일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해주고, 도와줬음 싶었네요.
    본인이 더 힘들었을텐데...
    그 땐 어머니도, 저도 왜 그랬노? 쟨 성질이 와 저렇노?
    이렇게 생각했었는뎅...

    ㅎㅎ
    아무튼, 우리 애들에게도 참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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