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우리가족

울 아들 아빠의 양심가격 천원이냐고 물은 사연

우리밀맘마2011.04.22 05:00

 
 

올 초에 정든 부산을 떠나 부산 근교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워낙 부산과 밀접하게 있어서 여기가 부산인지 경상남도인지 아무런 감각이 없더군요. 그러다 남편이 낡은 주민등록증을 새롭게 갱신했는데, 주민등록증에 경상남도 양산시장의 직인과 주소가 경상남도로 되어 있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로는 우린 이제 경남도민이다라고 해놓곤 난 아직 부산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설날이 되어갈 때였습니다. 우리가족은 모두 명절을 쇠러 차를 타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이전에 부산에 살 때 저희 가족은 다자녀로 작은 혜택을 받고 있었답니다. 동사무소에 다자녀 가족 신청을 하면 카드와 함께 자동차용 스티커를 줍니다. 그 스티커를 차에 부착하면 부산시가 관리하는 유료도로가 무료이고, 주차장은 50% 할인 혜택을 받습니다. 시댁과 친정 모두 광안대교를 건너는 곳에 있었고, 그 덕에 저희는 부모님을 뵈러 광안대교를 건너면서 자녀가 많은 혜택을 누리며 당당하게 건너갔더랬습니다. (광안대교 통행료가 1천원입니다.저희같이 자주 대교를 넘어야 하는 사람들에겐 이 혜택은 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좀 흐뭇하더군요.






그런데, 이 날도 아무 생각 없이 광안대교를 무료로 휙 하니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대교를 타면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기분 좋게 시댁으로 갔죠. 그런데 가는 길에 울 아들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아빠, 이제 우리는 경남도민이기 때문에 부산시의 다자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와 울 남편 아차 싶은 마음이 들면서 잠시 고민이 되더군요.

"맞다, 이제 우리 경남도민이지. 뚱이 말이 맞네."

그러자 남편이 그 특유의 에어컨식 농담을 하는 겁니다. 듣고 나면 정말 썰렁해지는 그 농담. 그 날도 어김 없이 작렬하더군요.

"마~ 부산이나 경상도나 다 같이 대한민국 땅인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 우리집 애가 넷이라는 건 부산시도 알고 경상남도도 다 아는 사실인데, 부산시도 이해할거다"

그러면서 제게 좀 힘을 실어달라는 신호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요.. 그런 일에 주변머리가 좀 없습니다. 제가 제일 잘 못하는 것이 슬쩍 둘러대거나 거짓말 하는 거, 남 속이는 거 이런 거 정말 못하거든요. 그리고 제 마음에 없는 말을 지어 말하는 거 잘 못합니다. 저에 비해 울 남편은 좀 능숙하게 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제가 잘 속아 넘어가죠. 울 남편 그런 절 놀리는 재미로 한 번씩 사람을 골탕 먹이기도 합니다.

"여보, 뚱이 말이 맞는 것 같네. 그냥 다음부터는 우리 돈 내고 다닙시다"

그러자 울 남편, 아무래도 그 돈 천원이 좀 아까웠나 봅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는

"그래도..."

하면서 은근슬쩍 얼버무리려 하네요. 그런 아빠를 향하여 울 아들 사정없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아빠, 아빠의 양심 값이 겨우 천원짜리예요?"

헉~~ 정말 가슴에 총맞은 것처럼 .. 백지영의 노래 가사가 절로 흘러나옵니다. 순간 당황한 울 남편 ㅋㅋ 머리에 식은 땀이 맺힙니다. 얼굴빛은 경직되었고, 동공은 무한 확장한 채로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잠시 차 안에 정적이 감돌았고, 아빠가 어떤 말을 할지 우린 정말 긴장이 되어 숨도 제대로 쉬질 못했습니다. 이윽고 남편이 입을 여네요.

"뚱아, 아빠가 졌다. 아무리 그래도 아빠 양심이 겨우 천원짜리겠냐? 미안하다. 앞으로 정직하게 돈 내고 다니마"

남편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식구 모두 안도의 한 숨을 쉬었습니다. 이후 울 남편 인터넷으로 뭘 자꾸 뒤지더니 드뎌 하이패스 기기를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하이패스를 후불로 지급하는 신용카드도 하나 신청하더니 그걸 기기에 넣고 다닙니다. 우리 가족 모두 하이패스로 고속도로와 광안대교를 지날 때 마다 한 마디 합니다.

"야, 하이패스 다니 좋지? 10% 할인도 된다 야~~"

ㅋㅋ 저는 그 속마음 다 압니다. 이제껏 공짜로 다닌 길 다시 돈내고 다닐려니 무지 아까웠던 거죠. 하이패스를 달면 일단은 현금이 나가지 않고, 또 할인도 된다고 하니 울 남편 이전에 공짜로 다녔던 그 기분으로 광안대교를 달리는 거죠. 그리고 매달 카드값 값을 때마다 몇 만원 나온 청구서를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ㅎㅎ 울 남편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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