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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다시 태어나도 엄마랑 살거냐는 딸의 질문에

우리밀맘마2011.11.04 06:00

 
 


가장 유치하면서도 또 그게 유치한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는 질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이죠. 이것은 할머니에게로 옮겨가 "친할머니가 좋아 외할머니가 좋아"로 바뀝니다. 또 한 가지는 부부가 살다가 "당신 다시 태어나도 나랑 살거야" 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뻔하고 유치한 질문을 저는 울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주 한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젠 이런 질문에 때로 역공을 가하기도 하죠. 제가 울 막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그녀석 대답은 않고 엄마는 아빠가 좋아 내가 좋아로 되묻습니다. 어떨 때는 남편에게 묻기도 하구요. 그러면 울 남편

"당연 난 이삐가 좋지, 세상에서 난 이삐가 최고로 좋더라"

ㅎㅎ 그땐 여지없이 제가 재차로 묻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라구요. 그 땐 목소리에 힘이 좀 들어가고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면 울 남편 난 죽어도 진실만을 말한다며 이삐가 좋다고 그럽니다. 두 부녀 그렇게 말하고는 하이파이브에 하트날리기, 막내의 필살기인 아잉 아잉이 연발되고, 둘이서 좋아 죽습니다. 전 그 꼴을 못보죠. 남편에게 재차 위협을 가하고, 그러면 마지못해 제가 제일 좋다며 풀이 죽은 모습으로 대답합니다. 그래 놓고는 둘이서 또 키득키득..남편이 딸에게 윙크하고 그러는 아빠 고개를 끄덕여주는 딸..한 마디로 가관입니다. 그래가지고 소는 언제 키울래?

남편은 이런 상황 아무 거리낌 없이 잘 넘기는데 전 그게 안됩니다. 농담으로라도 전 거짓말 하는 걸 아주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울 이삐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전

"난 아빠가 좋지롱"

그러면 울 이삐 입을 이만큼 삐죽이면서 흥흥을 연발합니다. 그 삐진 모습 얼마나 이쁜줄 아세요? ㅎㅎㅎ 그러다가 울 이삐 제게 다시 기회를 줍니다. 엄마나 딸이나 이런 면은 참 많이 닮은 것 같네요. ㅋ

"엄마, 내가 힌트를 하나 줄께, 지금 이 질문은 내가 하는 것이고, 아빤 여기 없거든. 그러니까 제대로 대답해봐, 안그럼 나 정말 삐친다."

후아~ 완전 협박에 협상력까지 도가 텄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묻죠, 내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때쯤이면 제가 한 발 물러서서 이삐가 좋다고 하고, 얼굴에 막 뽀뽀를 해줍니다. 아웅~그러면 울 여우 아가씨 제 귀에 대고는

"나도 엄마가 최고,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용 ^^"


울 이삐

울 이삐랍니다. 이쁘죠?




ㅎㅎ 그 말을 듣고 그냥 제가 넘어가겠습니까? 저녁 먹으러 들어온 남편에게 바로 고자질을 하죠.

"여보, 아까 이삐가 날 껴안고 뽀뽀해주면서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좋대, 이제 이삐 맘 확실히 알겠지?"

그러면 이상하게 울 아들이 그 말 듣고 움찔합니다. 이거 잘못하면 불똥이 자기한테 튈 것 같은 예감이랄까? 여지없이 그 예감이 적중하죠.

"괜찮아, 난 울 아들이 있으니까? 아들 너는 아빠 맘 알지? 넌 아빠가 엄마보다 더 좋지?"

드디어 울 아들 엄마 아빠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저와 아빠를 번갈아 보며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는 일단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하죠.

"근대 아빠, 아빠는 왜 제가 그럴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녀석 중딩이 되더니 더 지능적입니다. 이런 함정을 이젠 슬슬 즐기면서 반격을 시도합니다. 갑작스런 반격에 당황한 아빠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할 말을 잊어버렸네요. 그리고는 말도 없이 그저 주먹을 꺼내듭니다.

"아들아, 자고로 남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를 노려보는 부자, 설겆이 하던 제가 아들 지원사격을 합니다.

"당신은 왜 그리 아들에게 쓸데 없는 말을 해요. 울 아들 맘 뻔히 아는데, 거기 있지 말고 여기와서 만두나 좀 구워요. 그리고 아들, 넌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을거야. 엄마가 지금 뭘 만들고 있는지 알지? 만두 말고 삼겹살 구울까?"
 

 
 

 

참 제가 봐도 울 부부 넘 유치합니다. ㅋㅋ 그런데 울 아들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삼겹살이라는 말에 군침을 삼키면서 아주 짖궃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 저는요~ 세상에서 아영이가 젤로 좋아요"

어헉~ 그 아영이, 한 때 아들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여지없이 찢어놓았던 그 아영이, 그 아영이의 망령이 되살아났습니다. 아들 백날 키워나도 소용없네요. 아영이도 없는 주제에 아영이가 젤로 좋답니다.


 




그런데 울 남편 아들의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줍니다.


"그래 맞아, 아영이가 젤로 이쁘지, 아들아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네가 데려오는 아영이 절대 엄마 닮으면 안된다. 다다익선, 형형색색, 무슨 말인지 알지? 똑같이 생긴 여자만 있음 무슨 재미가 있겠냐? 고를 때 꼭 아빠에서 물어봐라 알았지?"

아예 매를 벌기로 작정을 했네요. 그런데 울 남편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밥먹으로 온 첫째와 둘째에게도 물어보네요. ㅋㅋ 오늘 큰 코 다치게 생겼습니다. 울 딸들이 요즘 얼마나 까칠한데.. 전 속으로 이제 혼 좀 나봐라 그랬죠 ㅎㅎ 아니나 다를까 까칠녀 울 둘째 바로 아빠에게 톡 쏘며 말합니다.

"아빠는 우리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런 유치한 질문을 하세요. 다 큰 딸들한테도 그러고 싶으세요?"

울 남편 완전 기가 꺾였습니다. ㅋㅋㅋ 샘통..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삐죽이고 있네요. 울 둘째 넘 심했나 생각했는지 조금 침묵이 흐른 후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아빤 다시 태어나도 엄마랑 다시 살거예요? 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살거라는데?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아니 이런 이쁜 울 히야, ㅎㅎ 네가 엄마의 마음을 읽었구나. 울 남편, 사랑하는 오빠야~ 당신의 진심을 보여줘.. 도리어 제가 침을 꼴깍 삼키며 남의 말에 귀기울입니다. 요리하고 있었지만 귀는 쫑긋.. 그런데 울 남편 아주 대수롭지 않은 듯 이렇게 말합니다.

"당연하지.. 다시 태어나도 네 엄마 같은 여잘 만날 수나 있으려나 몰라. 히야야~ 니 맘에 드는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솔직히 다시 옛날처럼 그러고 싶은 마음 눈꼽만큼도 없다. 그냥 네 엄마 같은 미인이 날 좋아해준다면 그냥 댕큐지 댕큐~~"

 



이건 뭔가요?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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