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야기

먼저 기었다고? 흥 인생은 역전의 연속이다

우리밀맘마2011.07.05 05:30


 

 



지난 번 우리 어린이집 아기들의 기는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같은 개월인데도 잘 기는 아기와 그렇지 못한 아기의 비애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은 아래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길 줄 아는 아이의 여유, 못 기는 아기의 비애


우리 아기들 당연 터줏대감인 은이가 먼저 기었으면 했는데, 은이만 못기어 다니는 상황이 사실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그리고 아기를 데리러 온 애기 엄마도 그 사실을 알고는 좀 맘 상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요" 하는데 그 표정이 절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좀 부담이 가더군요. 그래도 울 은이 특별 교육을 시켰습니다.

우리 아기들과 함께 저는 재밌는 놀이를 하곤 합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젤로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는 놀이가 바로 "나처럼 해봐라 이렇게" 하는 노래에 맞춰 따라하기 하는 놀이입니다. 이걸 하면 울 아기들 깔깔 넘어갑니다. 그리고 선생님 따라하려고 어떨때는 낑낑대기도 하는데, ㅋㅋ 그거 안본 사람은 말을 마세요. ㅎㅎ 정말 귀엽워서 콱 깨물어주고 싶거든요.

그 놀이를 할 때 "이렇게"에 해당하는 동작을 "기는" 포즈로 반복을 했답니다. 울 아기들은 긴다고 해도 다 배밀이를 해서 기는 것입니다. 저는 그 보다 한 단계 위인 무릎으로 기는 동작을 반복했죠. 그런데 이 동작을 하니 울 은이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네요. 그렇게 한 일주일을 했을까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세상에 울 은이가 배밀이도 제대로 못하는 울 은이가 무릎으로 기는 겁니다. 물론 빠르게는 기지 못하지만 팔을 땅에 대고 쭉 뻗고, 무릎을 굽혀서 바닥을 엉금어금 기어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첨엔 상당히 힘들어 하네요. 몇 걸음 되지 않아 고꾸라지고 엎어지지만 울 은이 그래도 열심히 기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서 그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엇습니다. 울 은이 어린이집에 들어서더니 자길 보란 듯이 무릎으로 엉금엉금 제대로 기어갑니다.다른 세 아기들은 아직도 배밀이하며 낑낑대며 기어다니지만, 울 은이는 무릎을 꿇고 손을 짚어가면 엉금어금 기는데, 속도가 젤 빠른 것이 아닙니까? 이전에는 선생님 품에 안기고 싶어도 저 멀리서 악을 써가며 소리 치며 다른 친구가 선생님 품에 안기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다른 아이가 선생님께 가려는 동작만 보여도 자기가 먼저 엉금엉금 기어서 오는 길을 막아버립니다. 그리고는 제 품에 덤썩 안겨서는 다른 아이들을 노려보죠.

"저리가"

울 은이 아주 당당하게 다른 아이들에게 경고성의 몸짓과 포효를 합니다.







인생은 역전의 연속이라더니 이런 일도 다있네요. 얼마 전만 해도 꼴찌의 서러움을 갖고 있던 울 은이,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으로 역전 드라마를 일구어내었습니다. 스스로도 대견한 지 제 품에 안겨서는 아주 만족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울 은이 엄마, 절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아유 선생님 울 은이가 엉금엉금 기어다니네요. 다른 아이들은 어때요?"

ㅋㅋ 그렇게 묻는 엄마의 마음, 울 아이가 앞서 간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입니다. ㅎㅎ 하지만 은이 엄마, 아직 울 아이들 갈길이 멀었다우. 이젠 혼자 일어서기를 해야 할텐데 누가 젤 먼저 할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지요. 그리고 일어선다고 다 됐나요? 걸어야지, 걷는다고 됐나? 뛰어야지 ㅎㅎ 인생은 역전의 연속이니 그저 편안한 맘 갖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네요.

문득 성경 구절 하나가 생각납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죠.

"무릇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 될 수 있다"
 
지금 조금 앞섰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금 좀 뒤쳐있다고 실망한 것도 없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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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2011.07.05 06:33 신고 맞아요. 조금 앞선다고...뒤쳐진다고...서운해 할 필요없지요.
    인생은 역전...딱입니다.ㅎㅎㅎ

    잘 보고가요
  • Favicon of http://skinc.tistory.com BlogIcon v라인s라인2011.07.05 08:59 신고 정말 인생은 마라톤이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빛을 보기 마련이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 Favicon of http://neonastory.tistory.com BlogIcon 네오나2011.07.05 09:29 신고 아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첫 단계라 엄마도 많이 뿌듯했나보네요.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기어다닐 수 있으니 조금 늦었다고 계속 늦는 건 아니라는 게 재미있습니다.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거 같기도 하구요 ㅎ
  • Favicon of http://yypbd.tistory.com BlogIcon 와이군2011.07.05 11:52 신고 빨리 걷는것도 좋은게 아니더라구요.
    다 장단점이 있을겁니다 ^^
  • Favicon of http://www.womenpia.net BlogIcon 코기맘2011.07.05 15:37 신고 마지막구절 성경말씀인데..아이에대해 또 하나배우네요
    나중에 아기키우면 전 많이 헤맬꺼같아요 너무 몰라서요..ㅋㅋ
  •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2011.07.05 16:25 신고 인생의 역전!! 멋져요!! ㅎ
    잘 보구 갑니다^^
  • Favicon of http://ceo2002.tistory.com/ BlogIcon 불탄2011.07.05 18:26 신고 지극히 옳으시고 합당하신 말씀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아기들에게서부터 조바심을 내게 된다면 나머지 나날을 어찌 버텨나갈까 싶어지네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이제 9개월을 넘기고 있는 제 막내딸의 무릎으로 기어가기를 엄청 기다리고 있답니다. 지금 두 무릅까지는 하다가 배밀이 포복모드로 갈아타는 시기라서요.

    에공... 부모 마음은 그런 건가 봐요.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는 이런 류의 조급증을 왜 버리지 못할까요?
  • Favicon of http://nnkent11.tistory.com BlogIcon NNK2011.07.06 04:03 신고 많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네요 ㅎㅎ
    저도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을
    익혀야겠어요 ^^
  • Favicon of http://dangjin2618m BlogIcon 모르세2011.07.06 09:18 신고 그렇지요.현실에 부족하고 힘들다고 기죽지 말고,지금 좋다고 교만하면 어려움이 닥치지요.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2011.07.06 10:59 신고 연말생인 울 꼬맹이...
    딴 아이들 1살 먹을때 울 애들은 2살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똑같은 나이대 취급입니다.
    그 속에서 늦돼다고 얼마나 섭움 받았나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모른체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ju6072 BlogIcon 맑음2011.07.06 11:59 신고 아가가 없으니
    성경구절이 더 확 와 닿는걸여~ㅎㅎ

    편안한 수욜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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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야기

길 줄 아는 아이의 여유, 못 기는 아기의 비애

우리밀맘마2011.06.23 05:30


어린이집 교사를 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되어가네요. 전 어린이집에서 0세 반 아이들을 전담하고 있답니다. 울 아이들 넷이나 키웠는데도 아기들 키우는게 보통이 아닙니다. 전 아이들을 정말 잘 키운다고 자신했었는데, 갈수록 체력이 지치고, 힘이 듭니다. 제가 맡은 아이 중 하나는 15KG이나 나가는 녀석도 있는데, 이 녀석이 안아달라고 보채면 벌써부터 허리가 쑤시는 느낌이 듭니다. 하나나 둘 정도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셋 이상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셋까지만 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제 속도 모르고 자꾸 하나 더 들이려고 하는데 그건 아이들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안되는 일이네요. (원장님 아셨죠?) 

울 아기들 모두 개월 수가 같답니다. 이제 8개월이네요. ㅎㅎ 그런데 같은 개월이라도 발육상태는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일단 길 줄 아는 아기가 있고, 길 줄 모르는 아기가 있답니다. 사실 이거 좀 늦고 빠르고 별 차이는 아닌데, 저도 첫째 아이 가졌을 때 울 아이가 좀 늦게 긴다고 생각될 때 정말 마음이 안타깝더군요. 그런데 둘째 부터는 마음을 비웠습니다. 때가 되면 다 머리 들고, 기고, 앉아 서고, 걸어다니더라구요. 좀 늦어도 다 정상인데,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 않죠. ㅎㅎ 

울 아기들, 둘은 기고, 하나는 겨우 배밀이 한답니다. 그런데 이 셋 다 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은 마음은 커서 이 어린 것들이 머리 굴리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기도 하구 우습기도 합니다. 특히 잠 잘 때 더 하답니다. 제가 일단 제일 잠오는 녀석, 보통 뚱보 현이가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이거든요. 그래서 현이를 제 품에 안고 재울라치면, 길 줄 아는 은이가 막 기어서 제 발치까지 온답니다. 그리고 제 발을 붙잡고 하품을 하죠. 그러면 제가 은이를 눕혀서 배를 토닥토닥거리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 두 녀석이 이렇게 스르르 잠이 들라치면, 저 쪽에서 기지 못하는 우리 아영이가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영이가 이곳 대빵이거든요. 한 달 먼저 왔다고 아주 군기반장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울 아영이 어떻게 하든 선생님 곁으로 가긴 가야겠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고, 그래서 열심히 배밀이를 합니다만 아직은 마음 뿐입니다. 그래서 몸 대신 입으로 하죠. 악을 쓰며 손을 파닥이며 절 보는데, 어찌나 우스운지.. 그러면서 다른 아기들을 노려봅니다. 그 표정이 "어쭈 이것들이, 아직 고참인 내가 잠들지도 않았는데 잘려고 한단 말이지?" 이런 표정입니다. ㅋㅋ 

처음엔 울 아기들 그런 아영이의 눈치를 보더니, 아영이가 제대로 기지 못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아주 무심해졌습니다. 넌 소리쳐라, 난 울 샘 품에 안겨 잘련다..완전 배짱입니다. 그렇게 잠들어 주니 얼마나 이쁜지요. 이렇게 두 녀석을 재우고 난 뒤 울 불쌍한 아영이에게 가면, 울 아영이 서러웠는지 헛 울음도 울고.. 절 때리기도 하고.. 그렇게 복수를 한 뒤 잠이 든답니다. 

그렇게 잠 든 세 아기들..한 자리에 뉘여 놓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ㅎㅎ 울아기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엄마들이 어떻게 하든 아이를 좀 더 빨리 배우게 하려는 마음이 좀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울 아기들 엄마의 조급증이 더 잘 키워주지는 않는 것 같네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면서 기다려 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죠. 보세요. 기는 아기나 못 기는 아기나 이렇게 다들 평안하게 잘 자잖아요? ㅎㅎ 

오늘도 행복하세요.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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