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이벤트,남편의 프로포즈, 20년 전 바닷가에서 불렀던 노래 '만남', 결혼기념일의 추억

 

 

울 셋째와 넷째가 어린이 겨울 캠프를 갔습니다. 아이들 절반이 비니 집이 넘 허전합니다.

울 첫째와 둘째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구들과 집에서 놀 생각에 분주합니다.

찬스에 강한 남편 슬쩍 제게 데이트 신청을 하네요.

" 작은 아이들도 없는데, 내일 저녁에 데이트 어때? 분위기 있는 커피솦에서 차도 마시고 ..."

"글쎄요."

저는 시원히 하자는 말을 못했습니다. 어제 아버님병원에 모셔다 드리는 날인데, 비가 많이 와 신경을 엄청 썼거든요. 요즘은 운전 스트레스가 좀 심합니다. 이번처럼 비까지 내리면 다음 날에도 몸이 쳐지는게 살짝 두통도 오구요. 또 이런 저런 일로 몸이 많이 지쳐있었거든요.그렇다고 오랫만에 신청한 데이트에 No라고 하면 울 남편  담엔 아예 얘기도 한 할 것 같아 좀 걱정도 되구.

다음 날 아침이 되니 남편 선수를 치네요.

"어제 블로그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 부부가 데이트를 갔다가 싸우기만 하고 왔데.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당신하고 나갔다가 저번처럼 아이들이 보고 싶네, 집에 가고 싶네, 할 것 같아서 그냥 데이트 신청은 안한 걸로 할께."

"아니예요. 데이트 할꺼예요."

"아니야, 또 집을 나서자마자 속이 안좋네, 머리가 아프네 할 것 같으면 가지 말자."

"아니예요. 안할께요."

곁에서 우리가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있던 울 큰딸과 작은 딸 적극적으로 우리 부부의 데이트를 밀어줍니다. 

"엄마, 그래요 즐겁게 다녀와요.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엄마, 같다와요. 알았죠."

"엄마, 아예 가는 김에 외박도 하고와요. 우리가 집을 잘 볼테니까.괜찮아 우리 걱정하지 말고.. "


"예가 외박은 무슨 ~."

남편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 하는 짓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갈 맘이 있으면 5시까지 사무실로 전화를 하라고 하네요. 근대 오늘따라 뭔 시간이 이리 빨리 가는지, 5시가 다되갑니다. 울 큰 딸 학원 갈 준비를 마치고 잔소리 공격을 개시하네요.

"엄마, 오랫만에 데이트인데 좀 이쁘게 꾸미고 가요. 알았죠? 이쁘게 입고, 화장도 좀 하고..."

"얘는~."

울 큰 딸 말처럼 화장도 할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그저 대충준비를 마치고 남편에게 갔습니다.



맛집_베비장보쌈남편과 결혼기념일에 들렀던 해운대 베비장보쌈




"어디 가고 싶어?"

"응, 아무때나."

"뭐 먹고 싶어? "

"먹고 싶은게 없는데요. 그저 밥먹으러 가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분위기 있는 집으로 썰로 갈까(양식레스토랑 갈까?)? 아님 맛있는 보쌈 먹을까?"


저는 오랜만에 썰고 싶은 마음도 있어 그도 좋겠다고 했는데, 또 보쌈이란 말에 식욕이 동하네요. 제가 둘 다 좋다며 선택을 망설이자 해운대를 향해 운전을 하던 남편, 근처에 좋은 곳이 있다며 베비장 보쌈집이라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깔끔하니 참 괜찮습니다. 식전에 음료같은 와인도 한 잔 주네요. 오랜만의 데이트, 보쌈집이지만 레스토랑 분위기도 나는게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남편과 이렇게 나오니 머리도 덜 아프고, 기분이 좋구요. 음식도 맛나구요.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자꾸 절 보며 웃습니다.

 



와인_베비장보싸식전에 나온 와인



"왜 웃어요?"

"오늘따라 울 아내가 너무 이뻐보여서..."

"왜? 조명이 잘 바쳐주나보네."

"아니, 정말 이쁘다 울 마누라~ 정말 이뻐."

남편의 이쁘다는 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뭐랄까? 부끄러움? ㅎㅎ  17년을 같이 산 남편인데도 절 이쁘다고 자꾸 쳐다 보니 좀 쑥스럽네요. 그렇게 맛난 식사를 마치고 송정 해변으로 갔습니다. 울 남편은 바다가 참 좋답니다. 바다처럼 넓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싶다나요? 송정 해수욕장 노변에는 길카페가 이어져 있습니다. 커피를 제일 맛나게 타줄 것 같은 가게에서 카페라떼를 하나 시켜 들고는 팔짱을 끼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밤이라 그런지 날씨가 꽤 추운데, 남편 외투를 벗어 제게 입혀줍니다. 완전 연애 기분 나구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설레는데, 울 남편의 표정은 무덤덤해 보입니다. 제가 또 시비를 걸었죠.

"난 기분 좋은데, 당신 표정은 왜그래요? 제가 팔짱껴도 아무 느낌도 없나보죠? 젊은 여자 애들과 찍은 사진을 보니 입이 찢어지더만..."

"ㅎㅎㅎㅎ"

남편이 어이가 없어 막 웃습니다. 제가 샘을 내고 질투하는게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절 보던 남편 갑자기 노래를 부르네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이거 이 사람에게서 언젠가 들었던 노래인데.. ㅎㅎ 예전에 제게 청혼할 때 그 땐 광안리 바닷가였는데, 이 노래를 불러주었죠. 와~ 그날이 어저께 같은데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그 날의 생각이 아련히 떠올라 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즈음 노래는 막바지에 이릅니다. 그러자 남편 갑자기 아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해 ~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들리지 않는지 우릴 쳐다보지는 않네요. 그런데 울 남편 이 후렴구를 계속 반복합니다. 어이도 없고, 좋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봤는지  남편 다른 노래를 연이어 불러댑니다. 

일출_바닷가_송정송정에서 본 일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잠든 너를 볼 수 있다면...물안개 피는 언덕에 서서 ..우우우....."

잘나가다가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지 계속 우~만 합니다. 

"에이~ 작사를 해서 부르면 되잖아요."

"내~맘에는 오직 당신~만 있네..ㅎㅎㅎㅎ.."

"왜 그만 불러요. 계속하지 않구?"

"곡조도 생각이 안나."

다른 곡을 불러주겠다며, 송창식의 "우리는"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릅니다. 뭐 가사를 끝까지 아는 건 없지만요, 가사 생각 안나면 알아서 작사해서 부르고, 그렇게 불러도 전 모르죠. 저도 가사를 다 모르니.ㅎㅎ 그런데 노래 부르다 사랑이란 가사만 나오면 소리를 내어 크게 부릅니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기분은 짱입니다. 

남편은 이왕 왔으니 내일 아침 일출을 보고 가자고 통 사정입니다. 뭐 요즘 너무 사진을 안찍어 카메라에 곰팡이가 폈다나요? 이제껏 절 기쁘게 해준 남편의 정성이 가상하여 져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과 함께 보는 일출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남편은 수평선에 구름이 끼어 오늘도 꽝이라며 입이 한 발은 나왔는데, 저는 구름 속에서 살짝기 쏫아나는 햇님과 아침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는 바다를 보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울 남편 그래도 어떻게 하든 한 장이라도 건지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이제 가자니까 5분만 더 참아달랍니다. 아침 노올에 물든 바다, 그 위를 고깃배가 지나가는 모습 담아야 한다나요? 그 위로 갈매기 서너 마리 날아주면 금상첨화라는데, 갈매기 모델료를 안줘서 그런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갈매기 날아올 때까지 시린 손 호호 불며 노을을 감상했죠.

오늘 정말 많이 참아 주었습니다. 그래도 남편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흐뭇합니다. 앞으론 남편 말 좀 더 들어주고 져줘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남편이 제게 그렇게 해주었거든요. ㅎ  


송정_일출송정포구에서 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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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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