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하겠다는 딸, 아니 독립하겠다는 딸의 이야기


몇달 전 울 중딩 둘째 히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나는 대학생되면 출가할래요. 친구들과 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솔직히 그 말을 들으니 '그건 안돼.'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데 조금 서글퍼지더군요. 그렇게 떠나고 싶을까? 내가 뭘 잘못해줬나? 그런 마음이 들어서요.

"그래? 친구들과 살면 좋기만 할 것 같아? 아마 집을 치우지 않아 정신이 하나도 없을껄. 그리고 밥은 어떻게 해 먹으려고? ..."

"왜요? 그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쉽고 재밌을 것  같은데요. 뭐~."

아주 당당하게 말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좀 겁먹을 줄 알았는데, 커긴 컸네요.

"그래? 그럼 대학생이 되면 그렇게 함 살아봐라. 그대신 힘들거나 집에 다시 엄마랑 아빠랑 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와라. 알았지?"

"예."

울 둘째의 말이 제 맘에 남아 있었나봅니다. 첫째 우에게 히가 한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 걱정마세요. 히는 아직 중2잖아요. 그거 '중2병'이예요. 조금만 있으면 집에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다 깨닫게 되요."

그 말을 듣던 울 둘째가 말을 하네요.

"왜? 언니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을 떠나 유학가잖아."

헉, 유학? 에이구.. 가슴 떨려라...

"언니는 집에 있을 수만 있으면 있고 싶어. 하지만 유학을 가야 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집을 떠나는 거야."

딸의 말을 듣는 순간, 살짝 기도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보내주세요. 우리 형편 아시죠?


울 히가 사춘기가 된지 만1년이 좀 넘은 것 같습니다. 간간히 저를 보고 밝게 웃어주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때처럼 사랑의 메세지를 날리거나, 엄마를 사랑한다며 뜨겁게 안아주지 않아 얼마나 서운하던지요. 그런 차에 생뚱맞게 대학가면 집 나가겠다고 하니 제가 얼마나 서운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사춘기 소녀에게 조금 변화가 인 듯 합니다. 어제 저를 정말 따뜻하게 안아주네요. 초등학교 때 그저 엄마를 너무 사랑하던 딸처럼 말이예요. 제 맘에 살짝이 기쁨의 눈물이 고이더군요. '이제 사랑스럽던 내 딸로 다시 돌아왔구나.' 하구요. 참 엄마라는게 그런가봐요. 딸이 이렇게 조금만 따뜻하게 안아줘도 감동이 되고, 이전에 섭섭했던게 한 번에 날아가니 말예요.


사춘기가 된 이후로부터 언제나 저만 짝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사랑의 표현을 보냈었는데, 며칠 전부터 울 사춘기 소녀 저에게 사랑의 눈빛과 신체적인 접촉을 다시 하는 거 있죠? ㅎㅎ 이제 또 다른 변화가 우리 중딩에게 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휴~ 사춘기 무서워요. ㅎㅎ  그래도 이렇게 예쁘게 사춘기를 넘겨주는 딸이 너무 감사하네요. 언젠간 아이들의 사춘기를 화제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울때가 있겠지요. ㅎㅎㅎ 사춘기를 겪는 부모님들 다들 힘내세요. ^^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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