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클수록 할머니댁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숨은 이유

 

 

효자 남편하고 살면 좋을까요? ㅎㅎ 뭔 뜬금없이 효자 이야기냐구요?

내 아들이 효자면 정말 좋지만 남편이 효자인 것은 그리 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이건 대한민국 주부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공통적인 이기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 서울에서 잘 살다가 울 큰 애가 네 살이 되고, 둘째가 두 살이 되고, 셋째 아들이 갓 태어났을 때 부산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서울에도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많았지만 다 거절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부산으로 내려온 이유가 참 단순합니다.

울 아기들 집에서 한창 귀염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이런 이쁜 모습도 한 순간인데, 손주들 재롱 부모님도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부산 가겠다는 겁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근대 부창부수라고 저도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뭐 서울서 한 7년 살다보니 지친 것도 있었구요. 부모 친구들 있는 부산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 저도 좀 굴뚝같았습니다.

그래서 서울 생활 미련 없이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답니다.

지금은 부산 근교인 양산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서울서 내려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사촌자매 울 막내와 사촌 동생

 

 

부산에 내려와서 우리 부부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친정도 가까이 있어서 어떤 날은 친정에 들렀다고 오기도 하구요.

남편은 우리를 시댁에 내려주고, 다시 출근을 합니다.

울 아이들 시댁에 가면 정말 시부모님들 아이들 때문에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시부모님께서 아이들과 놀아주실 때 전 부엌일에서 집안 청소까지 다 해놓고

그리고 저녁 진지상을 차려 드립니다. 이때쯤이면 남편도 퇴근해서 돌아와 저희랑 같이 식사하고

그리고 설겆이를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오죠.

 

솔직히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10년정도를 매주 마다 시댁에 갔답니다.

또 갈수밖에 없던 것이 시부모님 두 분다 편찮으셔서 제가 병원에 모셔드려야 했거든요.

몇 년 간은 남편이 그렇게 했는데, 제가 운전을 하게 된 뒤부터는 제가 모셨답니다.

이 정도면 효자 효부라 할만하지 않나요? 옛 생각하며 자화자찬 해봅니다. ㅋ

 

그런데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점점 시댁에 가질 않으려고 하네요.

어느 때부턴가 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때아닌 언쟁을 벌입니다.

저는 가자고 하고, 아이들은 안간다고 버티고, 남편은 달래고..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큰 애가 중학생이 되고, 또 아이들도 줄줄이 학교에 다니다보니 우리 아이들 사생활이 생긴 것이죠. 토요일이 되면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한데, 할아버지 댁으로 가려니 마음에 안드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할아버지 집에 가봐야 할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릴 때는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아 줄 수 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서 인사하고, 그간에 지냈던 이야기 좀 조잘거리고 나면

더이상 할 말도 없구요. 그러면 딴 방에 가서 자던지 우리 아이들끼리 놀던지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그래서 책을 한 보따리 들고 가서 열심히 책읽고 왔는데

이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죠.

 

그래서 그 때부터는 저 혼자 가든지 아니면 남편과 둘이 가든지 그랬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많이 서운해하셨지만(그래서 종종 용돈으로 아이들을 꼬신답니다 ㅎㅎ)

아이들 입장도 십분 이해가 되기에 그리했습니다.

 

 

사촌간 사촌 동생과 놀고 있는 울 아들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울 큰 애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울 아이들이 왜 시댁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가? 드러난 사실 말고 숨겨진 비밀이 있더군요.

큰 애가 저랑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요즘 너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안가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좀 서운하시겠다."

 

그러자 딸이 대답합니다.

 

"그렇지?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첫 손주라고 엄청 이뻐하셨는데.. 그런데 뭐 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고..헤헤 죄송해요. 그런데 엄마, 중학교 다닐 때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어했잖아? 이유가 뭔지 아세요?"

 

"다른 이유가 있어?"

 

"응, 사실은 엄마 아이들 넷을 데리고 매주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 일하잖아. 우린 맛있는 것 먹고 노는데, 엄마는 쉬지 않고 일만 하잖아. 엄마가 힘들어하는게 내 눈에 다 보였거든. 그래서 할머니집에 가면 우리 엄마 또 일만 하겠구나, 우리 엄마 많이 힘든데.. 그래서 어느 때부턴가 가기 싫어졌어. 우리가 안가면 엄마도 안갈 수 있을 것 같아서... "

 

울 딸..ㅎㅎ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리네요.

울 큰 딸이 이렇게 컸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해 주는 딸이 있어서 행복하구요.

그러고 보니 재밌는 사건이 하나 생각이 납니다.

울 딸이 다섯살 때인가 그 날도 제가 시댁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 큰 딸이 시부님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울 엄마 일시키지 마세요."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가 그렇게 말하니 울 시댁 어른들 완전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우가야 니 엄마 일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 아가야 너도 여기 와서 이것 좀 먹어라.."

 

그리고는 한 말씀 더하십니다.

 

"넌 이런 효녀가 있어서 좋겠다."

 

그 때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님께도 효자 아들 있잖아요?"

 

 

 

 



 

 

by우리밀맘마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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