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보육정책

응급진료비 대납제도 이 좋은 제도를 밑빠진 독이 되게 하다니

우리밀맘마2013.11.23 08:35

응급진료비 대납제도, 환수율이 5%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울 남편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한 밤에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 급성 맹장염이었습니다. 급하게 수술해야 할 상황인데 병원에서는 수술비 가져오지 않으면 수술할 수 없다고 해서,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뻔한 위급 상황을 맞았답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다른 병원으로 급히 옮겨 무사히 수술해서 지금 멀쩡히 저랑 잘 살고 있네요.

이런 경우는 제 남편 뿐만 아니라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국가가 응급진료비를 대납해주고, 나중에 갚게 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 제도의 정식명칭은 “응급의료비 대불제도”입니다. 어떤 경우는 “응급의료비 대지급”이라고도 하더군요. 이 제도는 각종 사고나 응급질환으로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당장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응급의료비를 대납하고, 나중에 치료비용을 환자나 그 가족이 국가에 상환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의료사각지대를 포함한 국민들에 대한 응급의료서비스 보장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1995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법률에 정해진 요건이 있긴 하지만, 응급상황을 당하거나 직접 대상자에 해당하면, 동네병원 응급실부터 대학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예외 없이 이용할 수 있고, 국가가 대납해준 이 치료비용은 12개월로 분할상환이 가능합니다.

신청 방법도 간단합니다. 응급실 창구 직원에게 환자의 신분을 알리고 '응급의료비 대지급' 이용 여부 의사를 밝히고, 병원에 준비된 '응급진료비 미납확인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만약 병원이 대지급 이용을 거부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급여관리부(02-585-7191~2)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하네요. 정말 우리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응급실 누구나 응급상황을 맞아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좋은 제도가 지금은 많이 악용되고 있다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곳간이 줄줄 새고 있다 하네요.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일부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관리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소홀이 빚어낸 결과, 이 좋은 제도가 ‘밑 빠진 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상환율이 수년간 5%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올 6월까지 응급의료비대불금액은 모두 130억3874만원이었지만, 상환액은 연평균 5.4%(6억9845만)에 그쳤다고 합니다. 문제는 미상환자 상당수가 갚을 능력이 충분한데도 고의로 버티고 있는 것이죠.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올 6월 기준 미상환자 6504명 중 71%(4635명)는 소득과 재산이 있는 건강보험가입자였고, 이중 건강보험료를 월 10만원 이상(올 6월 기준) 납부하는 이들이 639명이라고 합니다. 월 소득 180만원 이상이면 직장가입자의 건보료가 10만6000원인데, 이정도 수입이면 대불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이죠.

급할 때 빌려 쓰고 나중에는 ‘공짜’라 생각하는 이런 도덕적해이는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운영해온 관계기관 역시 정신차리고, 좀 더 효율적으로 환원받을 수 있도록 징수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악용하는 사람들과 이를 관리하는 기관의 관리소홀로 인해 제대로 지탱할 수 없게 된다면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미상환자들은 하루 속히 빌린 돈을 국가에 갚아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일로 어려움을 당한 다른 이들이 이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나만 이용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심보는 하루속히 버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내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관계기관은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잘 마련해서, 좋은 제도 관리소홀로 나쁘게 평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by 우리밀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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