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agent: Yeti Allow:/ 시부모님 결혼 45주년 우리에게 선물 내놓으라고 하시는 이유::행복한 맘'ⓢ

시부모님의 결혼 45주년, 결혼기념일에 자녀들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시어머니

 

이글을 쓴지 벌써 9년이 지났네요.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벌써 24주년입니다. 시간이 참 화살같이 지나간다더니 그보다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시아버님이 그런대로 거동하실 수 있을 때였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시아버님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6년이라는 세월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 평생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새 하나 둘 그렇게 곁을 떠나가네요. 이 글을 읽으니 시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납니다.

 

시어머니도 요즘 종종 ‘내가 그 때 좀 더 잘해줄걸..’ 많이 후회하시는데, 저도 그런 마음입니다.

 

아래는 6년 전 우리 시부모님 결혼 45주년을 맞았을 때의 일입니다.

 

 

결혼45주년 시부모님 결혼 45주년 울 둘째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만16년을 넘어 이제 17년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살았지만 우린 그 흔한 결혼기념일 한 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습니다. 애가 넷이다 보니 애들 키운다고 다른 경황이 없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남편 생일, 제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이 한 달에 몰려있습니다. 여기에 어쩌다가 명절까지 끼어들게 되면 다른 생각하기 힘들어지죠.

 

남들은 결혼 기념일에 남편이 반지도 사주고 목걸이도 사주고 한다해서 몇 년 전부터 반지 타령을 좀 했더니, 남편은 돈 많이 벌면 사준다고만하고 아직 소식이 없네요. ㅎㅎ 결혼한 후 정말 어렵게 생활했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는 반지와 금붙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집으로 입양보냈습니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는 아이들이 컸다고 대신 챙겨주더군요.

오늘 같은 날 두 분 오붓하게 데이트 하고 오라고 등떠밀어 우릴 집밖으로 내모는 통에 남편과 바닷가도 거닐고, 차도 마시고 정말 오랜만에 다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는게 바빠서인지 아직까진 결혼기념일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아버님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점심을 준비해놓으셨네요. 그런데 식사를 하시며 난데 없이 결혼기념일 이야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지난 11일이 우리 45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막내한테 말했더니 그노마(그 녀석은) 들어 놓고도 아무 말이 없네. 그래도 큰 딸이 옷 한벌 사입으라고 카드 줘서 이번 토요일에 옷사러 갈라꼬 한다. 너그는(너희들은) 뭐 없나?"

 

우리 어머니 당당하시죠?

그래도 예전에는 좀 미안한 척 하면서 말씀하셨는데, 요즘은 그냥 대 놓고 내놓으라고 하십니다. ㅎㅎ 어떨 때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때로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요즘 우리집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거든요. 그리고 부부간의 결혼기념일을 자식들이 챙겨드려야 되는 건지 살짝 의문도 들구요. 물론 여유가 있어 뭐라도 해드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요. 괜시리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한번 시비를 걸어보았습니다.

 

"여보, 어머니가 이러쿵 저러쿵해서 결혼기념일 선물 달라고 하시던데..

그런데 어머니 결혼기념일을 자식이 챙겨야 하는거야? 어쩌고 저쩌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속에 있는대로 계속 쫑알대었지만 남편 아무 말도 않네요.

뭐 시어머니 이야기를 며느리가 이렇게 시빗조로 말하는데 기분 좋을리가 없겠죠.

울 남편 그런 속에서도 체하지 않고 밥 한 공기 다 먹는거 보면 참 신기합니다. ㅎㅎ

 

 

 

 

밥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는 갑자기 왜 그러셨을까?'

 

사실 아버님에게 결혼선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좀 무리죠. 아버님은 몸도 편찮으신데다 이제껏 한 번도 그런 걸 해본적이 없거든요.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감기기운이 있으셔서 아버님과 병원 다녀오는 길에 감기약을 사드렸습니다.

 

아버님께 감기약을 드리며

"아버님, 이거 그냥 어머님께 툭 던지지 마시고, 니를 위해 사왔다 그러면서 손에 꼭 쥐어드리세요. 아셨죠"

 

제가 시연까지 해보이며 아버님께 신신당부 드렸건만,

아버님 방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어머님께 약봉지를 툭 던지시며 "약이다!"

그러고 마시는 거 있죠?

 

결혼하고 45년.. 한번은 제가 어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 참 힘드셨겠어요?"

 

"말도마라, 내 가슴은 다타서 숯검둥이가 다 됐다."

 

우리 어머니 18살에 시집 오셨습니다.

홀어머니에 외동 아들, 그런 집에 시집 와서 40여년을 시모를 모시고 4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젊을 땐 아버님 잘 다니시던 직장 그만두시는 바람에 자갈치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셨구요. 마음이 숯검둥이가 되도록 그렇게 고생하며 희생하셨습니다.

 

그나마 자식때문에 45년을 버텨오신 거죠.

그렇게 45년의 고생한 보상을 자녀들에게서라도 받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니 보상이라기보다 그저 자녀들이라도 좀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지요.

이럴 때 떡하니 어머니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릴만한 이벤트라도 하나 해드려야하는데..왜 우리가 해야하냐고 생각하고 있으니..참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어머니 죄송해요..그리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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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2016.09.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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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iary.tistory.com/ BlogIcon 수우 2010.01.18 08:45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도,,, 저희 엄마 챙겨드려야 겠어요 올해 25주년인데 미리 꼭 챙겨야지 ㅎㅎ

    •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BlogIcon 우리밀맘마 2010.01.18 08:52 신고 EDIT/DEL

      이쁜 따님이시네요. 어머니가 좋으시겠어요. 행복하세요. ^^

  • Favicon of http://frontalk.tistory.com BlogIcon @스텔라 2010.01.18 08:50 신고 ADDR EDIT/DEL REPLY

    부모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예쁩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참 바른생활 가정인 듯 합니다.^^

  • Favicon of http://toyvillage.tistory.com BlogIcon 라이너스™ 2010.01.18 08:50 신고 ADDR EDIT/DEL REPLY

    미리미리 준비해서 멋진 아들딸이 되어야겠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windmark.tistory.com BlogIcon 혜 천 2010.01.18 09:37 신고 ADDR EDIT/DEL REPLY

    잘해드리고 싶은데 그놈의 돈도 문제가 되니
    마음 대로 않될때가 많지요. 잘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10.01.18 10:04 신고 ADDR EDIT/DEL REPLY

    살아계실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을텐데...
    기뻐하는 모습 조금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0.01.18 10:4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toyoufamily.tistory.com BlogIcon 투유♥ 2010.01.18 10:44 신고 ADDR EDIT/DEL REPLY

    생각해 보니 저희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언젠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ceo2002.tistory.com BlogIcon 불탄 2010.01.18 10:57 신고 ADDR EDIT/DEL REPLY

    부모들도 가끔 자식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거절하고 말씀을 안하시더라도 자식들이 챙기면 문제가 없는데 우리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는... 그런 거 별로 안좋아하시더라...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금처럼, 행복한 가정 계속해서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BlogIcon 우리밀맘마 2010.01.18 12:24 신고 EDIT/DEL

      예 그래도 울어머니는 솔직하셔서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하세요. ^^

  • Favicon of http://phoebescafe.tistory.com BlogIcon Phoebe 2010.01.18 11:20 신고 ADDR EDIT/DEL REPLY

    두분..아니, 시부모님까지 네분 결혼 기념일 축하드려요.
    시어머님이 당당하실 이유가 충분하네요.ㅎㅎㅎ
    즐거운 한주 되시고 행복하세요.^^

  • Favicon of http://yueun77.tistory.com BlogIcon 안녕!프란체스카 2010.01.18 11:28 신고 ADDR EDIT/DEL REPLY

    시부모님 결혼기념일 추카드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1.18 11:28 신고 ADDR EDIT/DEL REPLY

    너무 이쁜 고부간이네요^^
    선물꼭 사드리세요^^

  • 빵순엄마 2010.01.18 14:01 신고 ADDR EDIT/DEL REPLY

    아마 저랑 비슷한 연배 일것 같네요.. 우리세대가 그런것 같아요... 부모님께 해드리고 자식들에겐 못 받는... 우리 애들 세대에게 너네 아버지가 못해준거 너가 해라 하면 아마도 애들 뒤로 나자빠질걸요... 우리 어머니들은 오로지 자식들 위해서 꾹꾹 참고 살아오셨으니 자식들에게 보상받고자 하는거겠지요.. 시어머니라 생각말고, 같은 여자입장에서... 나도 결혼기념일날 꽃다발 한번 받고싶고, 생일날 케잌 하나 받고 싶은맘 똑 같지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합시다... 저도 20년 사는 동안 결혼 기념일과 생일날 그 어떤 선물도 받아보지 못한 여자입니다. 이번엔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내년부터 나를 위해 내가 꽃다발 선물을 하고 케잌을 배달시키려구요...^*^

    •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BlogIcon 우리밀맘마 2010.01.18 14:05 신고 EDIT/DEL

      ㅎㅎㅎ 정말 현명하고 좋은 생각이네요. 제가 배웁니다. 어머니맘을 제가 헤아려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행복하자구요. 화이팅 ^^

  • Favicon of http://egoggan.com/story BlogIcon 이윤영 2010.01.18 14:10 신고 ADDR EDIT/DEL REPLY

    같은 여자입장에서 시어머니, 친정엄마, 할머니를 생각해보면 참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여자들은 왜 그렇게 살아야했을까 싶기도 하고 요즘같은 세상에 태어난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 Favicon of http://badjunko.tistory.com BlogIcon 못된준코 2010.01.18 15:08 신고 ADDR EDIT/DEL REPLY

    너무 바빠서 오랫만에 왔네요. 오늘도 역시...따듯한 글 잘보고 갑니다.
    남자라서.....잘은 모르지만....
    웬지 공감이 가네요.~~

  • Favicon of http://koreanwar60.tistory.com BlogIcon Koreanwar60 2010.01.18 15:18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 잘 읽고 갑니다.

  • aldald 2010.01.18 17:56 신고 ADDR EDIT/DEL REPLY

    님의 결혼기념일을 자녀들이 기억하고 챙겨주었다고 하셨지요? 덕분에 남편분하고 밖에 나가서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오셨다고 하셨지요?
    그게 답인것 같네요.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자식들이 챙겨줘야 하나요?" 란 물음에 대한 답~~~

  • Favicon of http://www.markjuhn.com BlogIcon mark 2010.01.18 23:16 신고 ADDR EDIT/DEL REPLY

    겡상도 남자들은 죄다 그렇게 멋대가리가 없능교? ㅋㅋ
    일칸다 카데요. 맙묵자, 자자. ㅎㅎ
    남자도 좀 때에 따라서는 부인한테 나긋나긋하게 해야 하는데 원래 경상도 지방 전통인가 봅니다.

    •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BlogIcon 우리밀맘마 2010.01.19 00:29 신고 EDIT/DEL

      ㅎㅎㅎ 그렇게 보셨나요? 좀 멋이 없긴하죠.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 Favicon of http://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1.18 23:30 신고 ADDR EDIT/DEL REPLY

    아름다운 마음씨입니다.
    훈훈한 글입니다.

  • Favicon of http://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10.01.19 05:17 신고 ADDR EDIT/DEL REPLY

    당당하신 시어머님이시네요.
    당당하실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럴 자격이 있고요.
    자식들이 챙겨 드려야지요. ^^

    • 우리밀맘마 2010.01.19 08:11 신고 EDIT/DEL

      예 그런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 떠나라 ~ 2010.02.10 16:56 신고 ADDR EDIT/DEL REPLY

    종종 글을 읽고가는데요...
    님은 참으로 긍정적인 사람인듯 합니다 ^^
    저도 좀 배워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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