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낙서장

시부모님 결혼 45주년 우리에게 선물 내놓으라고 하시는 이유

우리밀맘마2016.09.22 21:16

시부모님의 결혼 45주년, 결혼기념일에 자녀들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시어머니

 

이글을 쓴지 벌써 9년이 지났네요.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벌써 24주년입니다. 시간이 참 화살같이 지나간다더니 그보다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시아버님이 그런대로 거동하실 수 있을 때였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시아버님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6년이라는 세월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 평생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새 하나 둘 그렇게 곁을 떠나가네요. 이 글을 읽으니 시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납니다.

 

시어머니도 요즘 종종 ‘내가 그 때 좀 더 잘해줄걸..’ 많이 후회하시는데, 저도 그런 마음입니다.

 

아래는 6년 전 우리 시부모님 결혼 45주년을 맞았을 때의 일입니다.

 

 

결혼45주년 시부모님 결혼 45주년 울 둘째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만16년을 넘어 이제 17년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살았지만 우린 그 흔한 결혼기념일 한 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습니다. 애가 넷이다 보니 애들 키운다고 다른 경황이 없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남편 생일, 제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이 한 달에 몰려있습니다. 여기에 어쩌다가 명절까지 끼어들게 되면 다른 생각하기 힘들어지죠.

 

남들은 결혼 기념일에 남편이 반지도 사주고 목걸이도 사주고 한다해서 몇 년 전부터 반지 타령을 좀 했더니, 남편은 돈 많이 벌면 사준다고만하고 아직 소식이 없네요. ㅎㅎ 결혼한 후 정말 어렵게 생활했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는 반지와 금붙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집으로 입양보냈습니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는 아이들이 컸다고 대신 챙겨주더군요.

오늘 같은 날 두 분 오붓하게 데이트 하고 오라고 등떠밀어 우릴 집밖으로 내모는 통에 남편과 바닷가도 거닐고, 차도 마시고 정말 오랜만에 다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는게 바빠서인지 아직까진 결혼기념일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아버님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점심을 준비해놓으셨네요. 그런데 식사를 하시며 난데 없이 결혼기념일 이야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지난 11일이 우리 45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막내한테 말했더니 그노마(그 녀석은) 들어 놓고도 아무 말이 없네. 그래도 큰 딸이 옷 한벌 사입으라고 카드 줘서 이번 토요일에 옷사러 갈라꼬 한다. 너그는(너희들은) 뭐 없나?"

 

우리 어머니 당당하시죠?

그래도 예전에는 좀 미안한 척 하면서 말씀하셨는데, 요즘은 그냥 대 놓고 내놓으라고 하십니다. ㅎㅎ 어떨 때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때로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요즘 우리집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거든요. 그리고 부부간의 결혼기념일을 자식들이 챙겨드려야 되는 건지 살짝 의문도 들구요. 물론 여유가 있어 뭐라도 해드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요. 괜시리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한번 시비를 걸어보았습니다.

 

"여보, 어머니가 이러쿵 저러쿵해서 결혼기념일 선물 달라고 하시던데..

그런데 어머니 결혼기념일을 자식이 챙겨야 하는거야? 어쩌고 저쩌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속에 있는대로 계속 쫑알대었지만 남편 아무 말도 않네요.

뭐 시어머니 이야기를 며느리가 이렇게 시빗조로 말하는데 기분 좋을리가 없겠죠.

울 남편 그런 속에서도 체하지 않고 밥 한 공기 다 먹는거 보면 참 신기합니다. ㅎㅎ

 

 

 

 

밥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는 갑자기 왜 그러셨을까?'

 

사실 아버님에게 결혼선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좀 무리죠. 아버님은 몸도 편찮으신데다 이제껏 한 번도 그런 걸 해본적이 없거든요.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감기기운이 있으셔서 아버님과 병원 다녀오는 길에 감기약을 사드렸습니다.

 

아버님께 감기약을 드리며

"아버님, 이거 그냥 어머님께 툭 던지지 마시고, 니를 위해 사왔다 그러면서 손에 꼭 쥐어드리세요. 아셨죠"

 

제가 시연까지 해보이며 아버님께 신신당부 드렸건만,

아버님 방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어머님께 약봉지를 툭 던지시며 "약이다!"

그러고 마시는 거 있죠?

 

결혼하고 45년.. 한번은 제가 어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 참 힘드셨겠어요?"

 

"말도마라, 내 가슴은 다타서 숯검둥이가 다 됐다."

 

우리 어머니 18살에 시집 오셨습니다.

홀어머니에 외동 아들, 그런 집에 시집 와서 40여년을 시모를 모시고 4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젊을 땐 아버님 잘 다니시던 직장 그만두시는 바람에 자갈치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셨구요. 마음이 숯검둥이가 되도록 그렇게 고생하며 희생하셨습니다.

 

그나마 자식때문에 45년을 버텨오신 거죠.

그렇게 45년의 고생한 보상을 자녀들에게서라도 받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니 보상이라기보다 그저 자녀들이라도 좀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지요.

이럴 때 떡하니 어머니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릴만한 이벤트라도 하나 해드려야하는데..왜 우리가 해야하냐고 생각하고 있으니..참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어머니 죄송해요..그리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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