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보육정책

노숙자가 된 목사님 점심 먹으러 밥퍼를 찾아갔더니

우리밀맘마2012.06.30 06:00


노숙자가 된 목사님, 목사님의 노숙자 체험, 밥퍼를 찾았더니

 



 

 

서울역 노숙인이 되다. 기도원에 가려다 사정이 생겨 계획을 바꿨다. 또 다른 경험을 위해 서울역으로 출발하였다.하루 밤 노숙인이 되기로 하였다. 갈수록 목사들이 종교 귀족화되어 사회적인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때, 낮은 곳을 향하여 가겠다고 생각하고 달려온 길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노숙인의 삶을 경험하고 싶었다. 위해서가 아닌 함께 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역 여기 저기 박스를 펴고 잠에 든 노숙인들이 많았다. 그 중엔 폼나게 침낭니아 이불을 사용하는 분들도 계셨다. 서울역 광장 이곳 저곳에, 서부역으로 넘어가는 육교에도, 서부역 쪽에도 여러 분... 삼삼오오 술을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특별히 서울역 건너편으로 가는 한쪽 지하보도에 열을 지어 잠을 청하는 분들이 계셨다. 7-80여명의 노숙인들이 경찰의 호위 속에 잠들어 있었다. 광장이나 다른 곳에서 보다 이곳이 안전하다 싶어 롯데마트에서 어렵게 구한 종이박스를 펴고 누웠다. 박스를 바닥에 폈으나 한 여름인데도 한기가 그대로 몸으로 전해져 왔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예전에 자주 매스컴을 통해 서울역 노숙인들 사이에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기억하면서 약간은 긴장하면서 노숙에 들어갔다. 그러나 너무 평온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4시 쯤 되자 많은 분들이 벌써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4시 30분쯤 되자 경찰들이 노숙인들을 깨워 자리를 정리하였다.옆에 계신 분에게 아침 주는 데가 있는가 물었더니 구세군으로 가라 한다. 서소문공원 근처에 가면 구세군에서 아침을 준단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브릿지센터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구세군에서 준다고 한다. 어림잡아 400여명이 식사를 하였다.

 

놀라운 것은 아침식사를 제공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의외로 젊은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내 나이 아직 50이 안되었지만 나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분들이 많았고,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멀쩡한 분들이라는 사실이다. 뒤에 줄을 선 어떤 분과 대화 중에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사연이 있는 분들이라 한다. 당신의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경마를 하다가 어려움 당한 분들, 사업에 어려움이 있던 분들, 여러 사연들을 안고 있는 분들이다.

 

 

 

노숙자_서울역서울역 지하도에 있는 노숙자들

 

 

 

예전에는 젊은 분이 왜? 열심히 일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였었다. 13-4년전 쯤에 총회 사회부, 영락교회와 연합해서 을지로입구에서 1주일동안 밥을 나누고 상담사역을 진행한 바 있다. 그 때는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젊은 분들이 조금만 용기를 내고, 힘을 내면 사회에 적응하고, 가정을 세울 수 있을텐데...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준다고 해도, 직장을 알선해주겠다 해도 냉담하고 관심 없어 하던 당시의 노숙인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그 어떤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과 상황에서도 자기의 삶을 연장하며 오히려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면서 뒤에 계신 분이 스스로 정의한다. “이곳에 한 번 빠지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사회적 안전망이 가장 어려운 분들인 노숙인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스템이겠으나 이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 이 시스템에 넘 익숙해지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브릿지센터에도 숙소가 있고 여럿 쉼터가 있으나 통제가 싫고 간섭받는 것이 싫어 많은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노숙을 택한단다.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직원들. 노숙인을 대하는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여전하다.브릿지센터에서 아무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들어갈 때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컴퓨터에 입력한다. 관리차원에서? 이름이 뭐냐고 물어볼 때부터 약간은 거슬림...샤워를 할 수 있다 하여 샤워까지 하고 가기로 작정하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런데 몇 분이 게시지만 아무도 샤워를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샤워꼭지가 없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조금 씻고 있었더니 어떤 아저씨 들어와 청소해야 하니 빨라 나가달랜다. 찬물에 대충 샤워하고 옷을 입고 나왔다.

 

구세군 센타를 찾아가는데, 근처의 어느 교회 앞을 지나게 되었다. 목사님이신지, 관리하시는 분인지, 구세군을 찾는다 하니까.. “아~ 밥주는데요?” 하고 나를 알아보고 얘기해주신다.그러나 역시 존중감은 없었다. 그저 사무적인 응대, 젊은 사람이 안되었구먼.. 하는 정도의 느낌?? 어려운 분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사무적인 모습, 지극히 주님을 모시듯 존중해 드리지 못하고 무시하는 모습은 없었는지 모르겠다..평소 별 생각 없이, 결코 무시하겠다는 마음과 생각이 없었어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꿰뚫게 된다. 이 분이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구세군센타에서 브로셔 하나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처음 만난 직원은 오히려 그게 뭐냐고 물었다. 다른 직원을 찾았을 때도 그게 뭐냐면서, 왜 필요하냐고 한다. 노숙인인 당신에게 그게 왜 필요하냐는 투였다. 그래도 이 센타에 대한 간단한 안내문 같은 거라도 달라고 했더니 없단다. 오히려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울시립비전트레이닝센타’ 브로셔가 있기에 물어 본 것이었는데..넘 기대가 컸었나 싶다.

 

 

 

밥퍼노숙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밥퍼 회원들

 

 

다음 목표지는 청량리 다일공동체에서 하는 밥퍼나눔운동본부. 사실 여기서 밥을 푸는 봉사를 하고 싶었으나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봉사하는 분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아 자리가 나지 않는단다. 이 날도 대학생들, 중학생들까지 나와서 봉사하였다. 뜨거운 땡볕에 10분 정도 줄을 서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 그 줄은 끊어지지 않았고, 650여명이 식사를 하였단다. 겨울에는 1,000여명이 모인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 식사할 때보다는 분위기가 낫다.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분위기, 존중받는 분위기, 그러나 줄을 서 잇는 사람들 사이에 서먹함은 동일하다. 가끔씩 자기들끼리 아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인사를 나눈다.

 

자원봉사자들이 밥을 먹자마자 식기를 가져간다. 수년 간 잘 갖추어진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음을 보았다. 물론 들어가는 입구에서 술에 취한 한 분과 직원과의 마찰이 있었고, 어느 수염을 길게 기르신 어르신은 그 취객과 한바탕 전투(?)를 치른 후에 배식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수의 이름으로 섬기는 분들이 있기에 감사할 일이다. 보상을 받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자원봉사로 어려운 이웃을 기쁘게 섬기겠다고 헌신하는 이 분들...이분들이야말로 천사들이 아닌가??

 

오는 주일이 맥추감사주일이다. 지난 주일에 벌써 감사에 대해 설교하였다. 내가 노숙인이 되어 본 것은 하루 캠핑하는 마음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어려운 이웃을 섬기겠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여러 이웃을 위한 일들을 해왔는데, 내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섬겨왔는가.. 돌아보려 하였다. 과연 노숙인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일지...내가 섬긴다고 하는 그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지금까지 섬긴다고 하는 것이 이 섬김을 통해 내 만족을 채우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정말 진정으로 함께하려고 했던 것인지...

 

어느 분이 길을 가시던 예수님께 "주여, 어디로 가시든 나는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다.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하는 것이라 하는데...나는 너무 가진 것이 많은 목사가 되었다..끊임없이 나를 비우고 또 비우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텐데...너무 가진 것에, 누리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나를 본다...

 

*** 서울의 모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님의 페이스북에서 퍼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제 마음을 오가더군요. 사람에 대한 존경심..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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