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의 휴직, 내가 어린이집을 그만 둔 이유

 

작년 2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렇게 원하였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되었습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0세반을 지원하였고,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모 어린이집에 출근하게 되었죠. 여자 나이 마흔을 넘어 사회생활을 다시 한다는 것이 사뭇 긴장도 되고 또 기대도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이 분야를 전공하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 들어선 건 처음이었죠. 하루 하루가 제게 모험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가정 형편상 종일 근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전 9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급여는 전일제를 하는 선생님들의 70% 수준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보육교사들 월급이 몇년을 근무했는데도 110만원정도를 받으며, 근무 시간도 주 60시간이상이어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아고라 청원에 올라온 그 분의 글을 보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지역에 따라 좀 차이가 나겠지만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보육교사들 일하고 있고, 또 저도 그랬습니다. 아래 아고라청원 글 링크하였습니다.


보육교직원도 사람, 8시간 근무를 원합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8799


일하기 전 말은 들었지만 현실에 부닥쳐보니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제 근무시간을 사전에 약속하였지만 그 시간을 제대로 지킨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원장님이 그래도 많이 배려해주셨지만 원의 사정이라는 것이 그리 계약한 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더군요. 제가 시간을 지켜 퇴근하면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그런 구조. 그렇기에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대도 눈치봐야 하고, 미안해서 제가 좀 희생해야지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밀려가야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또 그렇게 제가 양보를 하고 희생한다고 절대 월급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린이집 교사로서 극복해야 할 첫 난관이 바로 이 시스템에서 제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원 선생님들 모두 같은 처지고 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으니 되더군요.

아이들 보는 건 정말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한 명도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우리 반에 한 명, 두 명, 세 명 이렇게 정원이 차더군요. 두 명까지는 초보 교사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더군요. 그래도 애 넷을 키워낸 경력이 있는지라..ㅎㅎ 그런데 셋이 되니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품 안에서 통제가 가능한데, 셋은 그게 어렵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고, 그 긴장은 고스란히 육체적인 피로로 이어지더군요. 그래도 셋까지는 돌볼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있던 원은 농어촌 특례가 적용되어 한 반 정원이 4명까지 가능했습니다. 두어달이 지나니 한 명이 더 들어왔는데, 그 때부터 정말 힘들더군요. 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너무 힘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원장님 욕심이 생겼는지 아님 제가 너무 미더우신지는 몰라도 한 명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법에도 어긋나고, 또 저도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안된다고 버텼습니다. 한달을 그렇게 갈등을 빚었습니다. 마침내 교사 한 사람을 더 들이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죠. 그런데 교사가 한 분 더 들어오니 아이들이 8명까지 급속히 늘었고, 이제 연말이 되니 내년을 생각해서 아이를 더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1달만 더 있으면 일년인데, 그 한달이 제겐 10년보다 더 길어 보였습니다. 이 상태로 더 일하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구요. 그래서 원장님께 제 건강사정을 이야기하고 사직을 하였답니다. 다행히 저를 대신할 선생님이 빨리 구해져서 좀 마음 편히 그만 둘 수 있었습니다.

이제 쉰지 일주일 지났네요. 그 동안 매일 10시간 이상을 잤습니다. 자도 자도 피곤하네요. 다른 원에 지원을 해볼까 하다가 일단 몸부터 추스리자는 생각에 걍 쉬고 있습니다. 제가 쉬니 일단 남편과 아이들이 반기네요. 수입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질거라는 걱정은 아무도 안하고 있습니다. 참 대책없는 우리 가족들입니다.


 



전 교사가 되기 전 어린이집은 왜 그렇게 교사들 이직이 많은지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제가 일년여를 근무해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저는 그나마 계약한 조건을 지킬려고 때로 원장님과 갈등도 빚으면서 제 권리를 지켜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근무시간이 연장되는 건 다반사고, 그러니 모두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너무 힘이 드니 일년 채우는 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우리 어린이집 사이에서는 일년만 버티면 면접도 보지 않고 채용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 그만큼 많다는 것이죠. 

그리고 보육교사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처녀들이 하기에는 또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 낫죠. 특히 3세 이하 아이들,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요. 그러다 보니 교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전일반을 맡기가 어려운 주부들이 대부분입니다. 저희 원에도 10여명의 선생님들이 있지만 결혼하지 않은 분은 한 분밖에 없습니다. 그분도 올해 결혼하셨구요. 또 이런 지방에는 지원하는 교사가 절대 부족합니다. 
 

요즘 어린이집에 대한 정치적인 관심이 많은데, 안타까운 것은 현장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책만 내거는 것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것이죠. 오래 근무해보진 않았지만 제가 현장 교사로서 보고 느낀 것, 그리고 제 올케가 어린이집 원장입니다. 그녀에게서 들은 내용까지 해서 다음 몇 가지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봅니다.

첫째, 3세 이하의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가 키울 수 있도록 보육료 지원을 엄마에게 해주도록 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어린이집에 맡기게 되면, 엄마에게 지급한 비용으로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어린이집에 탁아시설을 해서 아기를 임시로 맡겨야 할 경우 일정 시간을 봐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 외에도 이런 탁아시설을 두어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서 육아에 매인 엄마들의 생활의 자유도 보장해줄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어린이집 운영상 차량운전기사와 영양조리사를 전액 지원해준다. 특히 차량운행이나 음식 조리를 원장이나 교사가 겸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현재 민간 어린이집은 일정 정원이상이 될 때는 의무적으로 조리가사 있어야 합니다. 이를 가정어린이집에도 확대해서 교사들의 수고를 들어준다면 훨씬 안전하게 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집에 기사와 조리사의 임금만이라도 제대로 지원해준다면 경영 상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어린이집 특성 상 교사들이 전일제를 하기 어려우므로 교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한다. 하루 8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려면 먼저 인력수급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교사 1인당 교육하는 아이들 정원을 교사들이 실제 맡을 수 있는 수로 조정하도록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운영 손실 분을 정부가 보조해주도록 한다. 저도 해보니 정원을 지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더군요.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어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절대 다른 교육기관처럼 한 교사가 많은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습니다. 보육은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또한 아이들의 행복감이 이를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난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국가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by우리밀맘마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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