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막장이 대세였습니다. 건강한 가정 행복한 모습은 간데 없고, 인간사의 정말 막장이라 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한 때 아예 드라마를 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요즘도 거의 보질 않구요.

그런데 오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TV에서 라푼젤이라고 하는 만화영화를 보는게 아닙니까? 초등학생이 이삐가 이걸 보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 옆에서 중3인 히야도 재밌다고 열심히 보더군요.

그런데 그 내용 중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히야가 갑자기

"야 이거 정말 막장이구만"

그러나 옆에 함께 보고 있던 이삐가 거듭니다

"정말 개막장이야..뭔 이런 일이.."

헐~ 저는 아이들과 함께 보질 않았지만, 라푼젤 이야기 중에 아이들이 혀를 찰만한 그런 막장인 부분이 있었는가 좀 의아하더군요. 그래서 슬며시 아이들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무대체 뭘 보고 막장이라고 하는거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보니 라푼젤이 마녀 몰래 사귀던 왕자가 칼에 찔려 쓰러지고 마녀는 곁에 있던 라푼젤의 머리를 잘라버립니다. 그리고는 곧 라푼젤을 데려가겠다고 하고는 사라집니다. 라푼젤의 노란 긴 머리는 치료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면 그런 효과는 없어지는 것이죠. 라푼젤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곁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어가는 남자 곁에서 라푼젤은 너무 슬퍼하며 눈물이 한 두 방울 그 왕자에게 떨어집니다. 그러자 그 눈물은 금빛 찬연한 빛을 발하면서 왕자의 몸을 감싸더니 왕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죠. 아이들 만화지만 아우~ 살짝 감동이 밀려옵니다.



라푼젤

이 그림은 새로나온 라푼젤이라는 만화의 한장면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르죠




 그런데 이 감동스런 장면을 두고 울 아이들, 이건 완전 막장이야 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닙니까? 이게 왜 막장이야? 그렇게 물었더니..울 아이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소리치는 겁니다.

"엄만 이게 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 어째 눈물이 이렇게 빙글빙글 빛을 내고 뭐뭐 그래서 죽었던 왕자가 다시 살아나고, 뭐 이런게 다 있어. 이게 막장이지.."

이러는 것입니다. 헐~~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저녁 먹으러 들어온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당신도 이게 막장이라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울 남편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애들아, 막장이란 광산의 제일 밑바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더이상 인생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막되먹은 내용, 막가는 내용을 두고 막장이라 하거든. 너희들 아무래도 막장이라는 말을 잘 못 쓰는 것 같다."

역시 국문과 출신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ㅎㅎ 그러자 울 아이들 아빠의 그 말을 듣고도 지지 않고 따져 묻습니다.

"아빠, 어떻게 눈물 한 방울로 사람을 살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짜내니까 이 이야기가 막장인게지. 이렇게 막나가면 안되는 거야. 말이 안되잖아 말이.."

전 우리 아이들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울 아이들 이제 너무 컸구나. 동화 속에서 나오는 허구와 현실을 구별할 수 있을만큼..그리고 그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감동도 없는 그런 삭막한 세계를 살아가는구나.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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