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때가 되면 항상 생각하는 한 분이 계십니다. 옛날 저와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하신 장로님인데, 인품이 정말 귀감이 되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내인 권사님과도 금실이 좋으셔서 그 연세에도 두 분이 꼭 손을 잡고 교회에 오시는데, 나도 나이들면 저리 될 수 있을까 그런 부러움으로 바라보곤 했답니다. 연세가 일흔이 넘으셔서 교회 장로직을 은퇴하셨지만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는 닮고 싶은 멘토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 장로님이 암에 걸리셨다는 겁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병원에 갔는데, 혹시나 싶어 종합검진을 해보니 위암이라는 것입니다. 좀 전이가 되긴 했지만 그리 늦진 않아서 수술해볼 수 있는 그런 상태였다고 합니다. 의사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자고  하는데, 그 자녀들은 고민에 빠진 것이죠.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 분의 큰 아드님이 의사와 직접 면담을 했습니다. 의사는 이런 수술과정이 있고, 이렇게 치료를 하면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구요. 아드님은 의사에게 묻고 싶은 것을 아주 자세하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혹시 선생님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의사 선생님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시더니 아주 짧게 대답하셨습니다.

"저라면 수술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아드님 역시 잠시 생각하더니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장로님

어떻게 이런 그림이 있는지..꼭 우리 장로님 닮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날 저녁 병원에서 가족회의를 하였다고 합니다.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치료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낮에 의사와 나눈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습니다. 분위기가 엄청 숙연해졌고,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 때 장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날 위해서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걱정해주니 너무 고맙다.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날 사랑해주니 누가 뭐래도 내가 잘산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재능을 주셔서 오랜 기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정년 은퇴도 하였고, 또 교회에서는 장로라는 과분한 직책을 주셔서 은퇴하기까지 그 직무를 다했다. 그리고 너희들의 아버지로서 내 역할을 잘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너희 어머니를 두고 나 먼저 갈려니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리는구나. 수술해서 몇 년 더 산다는 것이 지금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이제 내 갈 길을 다 갔으면 주님께서 나를 반겨 맞아주시지 않겠느냐? ... 수술 받지 않고, 남은 여생 아직 내가 못한 일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렇게 주님 곁으로 갔으면 한다."

그렇게 장로님은 수술을 받지 않으셨고, 암의 통증이 너무 심할 때 간간히 병원에 오셔서 응급처치만 받으셨습니다. 어떨 때는 한 두 주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을 때도 있었구요.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 장로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 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 요즘 내가 기도하는 제목이 하나 있는데, 틈 날 때 나를 위해 이렇게 기도해주세요. 하나님께서 통증이 없게 해주십시오. 그래도 장로로서 체면이 있는데, 너무 고통에 몸부림치면 사람들이 하나님 욕할까 두렵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표정이 농담 반 진담 반이신데 .. 그 여유 있는 표정이 너무 부럽더군요. 문병와서 저희가 도리어 장로님 때문에 위로 받고 돌아섰답니다. 그렇게 우리 장로님 2년을 더 사셨습니다. 요즘 같이 무더운 날, 그 때도 한 바탕 비가 쏟아졌구요. 저희 부부 장로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병상에 누워계신 장로님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 않고 그렇게 있었습니다. 안 울려고 했는데, 속절없이 눈물이 그냥 제 뺨 위로 흐르네요. 그런 저희의 모습을 보시더니 장로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셔서 아프지가 않다우. 아마 죽을 때만은 장로의 품위를 세워주실 모양이야... 고마워, 나중에 다시 볼텐데 왜 우누~~~"

다음 날 우리 장로님 우리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이 맘 때가 되면 장로님 생각이 납니다. 혼자 되신 권사님께 장로님 보고 싶지 않냐고 살짝 물었더랬습니다. 그러자 권사님 이리 말씀하시네요.

"그 양반 아직 나랑 잘 살고 있지. 내가 거실에 있으면 저 방에서 신문을 읽고 있겠지, 내가 방으로 들어가면 거실에서 TV 보고 있겠지..그렇게 생각드는 거 있지? 그런데, 밥을 채려 놓으면 이 양반 안 오는 거야. 그래서 혼자 밥 먹어야 하는데 그 때 좀 보고 싶어져."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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