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초등학교 3학년 때 여친을 사귀었습니다. 울 아들의 마음을 훔친 여자아이가 누군가 하고 슬쩍 봤더니 자기 반의 예쁘고 똑똑하게 생긴 경이라는 아이더군요. 

 

호~ 우리 아들 아빠와는 다른데요. 울 남편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학생 그저 짝사랑만 했다고 요즘 통탄해 하는데, 아들은 그런 아빠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ㅎ 그런데 그 내막을 들어보니 울 아들이 먼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아이가 울 아들에게 먼저 사귀자고 했다네요.

 

같이 임원을 맡게 된 경이엄마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도 뚱이랑 사귄다고 하니 맘이 놓이네요."

하여간 울 뚱이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울 아들은 이제 첫 사귐인데 경이는 처음이 아니라고 하네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아들, 생활이 많이 달라집니다.

 

먼저 몇 가지의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단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그러고 뭐라고 답장을 보내고, 우리가 예전에 쪽지 보내듯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더군요. 제가 좀 볼라치면 막 화를 내구요. 그리고 경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우리 아들 입이 찢어집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하이고 나중에 진짜 결혼할 애 데리고 오면 제가 그 꼴을 어떻게 볼 지 좀 걱정은 되네요. ㅎ


그런데요.. 한 달이 좀 지나고부터 둘이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보니 울 아들 여자의 심리를 너무 모르더군요. 고.. 이런 건 경험이 있어야 아는 건데.. 첨 사귄 여친, 이제 겨우 3학년인 남자아이가 어떻게 그 심오한 여자의 심리를 이해하겠습니까?

 

그런데 경이는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울 뚱이를 자꾸 구박합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말이죠.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좀 기분이 상해 뚱이에게 그랬죠. 또 장난기도 슬슬 발동하구요. 

"경이는 왜 그런다니, 기분 나쁜 이유를 너에게 얘기해주면 될 것을 , 사람들 많은 앞에서 너를 구박하고 그런다니?"

그런데 울 아들 어쩔 줄 모르며, 마치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의 심정으로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엄마, 그게 아니예요. 제가 잘못한 것이 있겠지요."

"그럼, 얘기를 해주면되지, 왜 다른사람들 앞에서 너를 구박하냐고."

"에이~ 왜 그러세요. 엄마, 화 풀어요. 전 괜찮아요."

ㅎㅎ 제가 꼭 시어머니가 된 기분입니다. 그런데 그거 기분 묘하네요. 은근히 질투심도 나구요.

 

발렌타인데이가 되었습니다. 울 아들 경이에게 초코렛을 선물한다며 가게에 가더니 커다란 하트 표시 상자를 들고 오더군요. 도대체 저 상자에 초콜릿을 얼마나 넣으려고 할까 또 어떤 것을 넣을까 궁금해서 살펴봤습니다. 

" 한 번 보자. 뭐 맛있는 것 있는지. 보기만 할께~."

에게~ 상자는 큼지막한데 안에 든 초코렛은 겨우 10개도 안됩니다.

"아들 상자를 작은 것을 사질 그랬어, 상자는 큰 데 초코렛이 넘 작은 것 같다"

"그렇죠?"

"가게에 가서 좀 더 사지?"

그런데 돈이 없는지 당황해하면서 얼버무립니다.

"아뇨, 이정도면 됐죠 뭐. 그냥 줄래요."

"그럼 엄마가 더 사줄까?"

어잉~ 이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예~ 고마워요 엄마 ㅎㅎㅎ"

괜히 말했네요. 그냥 둘 껄. 하여튼 말을 꺼냈으니 책임을 져야지요. 그래서 마트에 가서 우리 아들의 성공적인 연애생활을 위해 맛있고 이쁘게 생긴 것들을 골라 거의 만원이 넘게 사왔습니다. 그리고 상자에 가득 채워 주었지요. 울 딸들이 다 부러워 하네요. ㅋ 뚱이 이녀석 입이 찢어집니다. 저도 내심 기대를 하며,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뚱이가 돌아오자 마자 물었습니다. 







"뚱아, 경이가 좋아하던?"

"아니요."

오잉~~

"왜?"

"왜 이리 크냐며... 어쩌고 저쩌고... 짜증을 내던데요."

저도 기분이 많이 상한 모양입니다. 뚱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감정의 크기만큼 큰 하트상자를 골랐는데, 이 여자애는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그저 이 큰 걸 어떻게 집에 들고갈 지 그런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이 둘의 연애 그 결과를 아시겠죠? 

 

둘 사이 얼마 가지 못하더군요. 울 아들은 여자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그 애도 울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지요. 초등학교 삼학년, 그 어린 나이에 울 아들 실연 아닌 실연을 당했습니다. 하루는 보니 비장한 표정으로 메일을 보내더군요. 무슨 편지냐고 물으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편지였다고 합니다.

"엄마, 인제 여자친구는 안 사귈래요. 에구 너무 힘들어요."

울 아들, 그 심오한 여인의 마음에 상처받았나봅니다. 요즘 나오는 TV 프로그램에 롤러코스튼가 하는 거 있잖아요? 지난 번 설날 때 특집으로 하는 걸 봤는데, 그 여친이 하는 행동 보니 정말 제가 봐도 "~헐"이더군요. 두 시간이나 통화하고서는 이제 니가 말해봐~ 그러자 남친이 우리 통화한지 두 시간됐어, 그러자 뭐 넌 시간을 다재고 있었어.. 뭐 그렇게 따지니까 나중에 남친 "헐" 하는 거 있잖아요. 우리 아들 완전 그런 기분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요~  울 아들 그 이후로는 절대 여친 안사귄다고 하더니 요즘 들어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전교회장도 포기하고 방송반에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분명히 뭔가 냄새는 나는데, 꼬리가 잡히질 않네요. 흠 ~~ 아무래도 날 잡아서 한 번 고문을 하던지, 작전을 짜봐야겠습니다. ㅎㅎ^^

*이글은 2014.11.18.에 수정 update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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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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