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설치한 후 벌어진 교사들의 에피소드

 

인천 어린집이 아동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5개월이 되어가네요.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625는 난리도 아닌 것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이런 폭행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 진단부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법안과 방법들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었고, 어린이집과 관련이 있는 정치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마치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냥 떠들어댔습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CCTV 의무 설치에 대한 문제 뿐입니다. 이것도 해야된다 말아야 된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보니 국회에서 처음에는 부결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조성되더니 다시 재추진하겠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해대더군요. 조변석개라는 말이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 말인지 정말 실감이 났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 CCTV법안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어린이집 CCTV 설치 법안’ 이 23일 국회 복지위를 다시 통과했고, 이번 4월 국회에서 다루어진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통과될 지 안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보면 어린이집이 CCTV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네트워크 시스템도 허용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CCTV설치에 드는 비용을 보조해주지만 네트워크 시스템은 초기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원장님께서 그렇게 결정하셨고 어느 날 출근해서 보니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모니터는 거실 한 켠에 커다란 TV로 설치되어 거실에서 모든 방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출근해서 눈썰미가 있는 선생님들은 "이런 CCTV.."  화들짝 놀라십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선생님도 계시구요.

그런데 잠시 후 한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 이름 부르면서 그 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급히 들어갑니다. 알고 보니, CCTV가 설치된 줄 모르는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평소와 같이 그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미 그 반에 아이가 하나 와 있기 때문에 아이 혼자 두고 다른 곳에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이죠. 선생님들 대부분 그렇게 방에서 옷을 갈아입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이 고스란히 거실에 있는 모니터로 생중계가 되고 있으니.. ㅎㅎ

 

그제서야 우리 원에 CCTV 설치된 것을 알고 선생님들 아주 신기한 눈빛으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기 시작합니다. CCTV 앞에서 모델 포즈 취하기부터 시작해서 아이들과의 스킨쉽이 어떻게 모니터에 보이는지, 그리고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마치는 시간이 되어서는 또 서로에게 이런 말합니다.

“선생님 아까 모니터 보니 계속 핸폰 만지고 있던데 그럼 되나요?”

“선생님은 모니터에 보이지 않던데 혹시 사각지대에서..”

“선생님 내일도 스트립쇼 할거죠? 기대할께요.”

 

이렇게 우리 선생님들 CCTV 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보니 커다란 현수막으로 “CCTV 설치된 어린이집”이라 써붙인 곳도 있던데,

우리 어린이집도 그러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CCTV설치 네이버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우리 어린이집처럼 많은 어린이집에서 자발적으로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설치 후 교사들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우선 선생님들이 아이들과의 신체접촉을 무척 꺼려진다는 것입니다. CCTV화면에 잘못 비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조차도 자제하고 있고, 식사시간에도 아이들이 먹고 싶지 않다는 음식은 권하지 않고 바로 치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난 작은 상처도 학대의 흔적으로 오해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그런 것 같다고 설명으로 끝날 일인데 요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하네요. 아동학대법에 보면 이상행동을 하는 아이를 제지하기 위해 교사가 완력을 행사해서 아이를 억압하거나 해서 아이가 불안을 느끼게 되면 아동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난장을 치는 아이 손목도 제대로 잡기 어려워졌고,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도 칠 수 없게 되었거든요. 만일 이런 장면이 CCTV에 담겨 있다면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교사는 아동학대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혹여 'CCTV확인을 위해 학부모가 다녀간 어린이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까 두려워 모든 행동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지시나요?

 

 

 

 

CCTV 설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대부분 CCTV설치로 교육환경이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직된 교육환경이 아이들을 위한 적절한 지도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아이들이 어릴수록 스킨십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데, 신체접촉이 학대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CCTV 설치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보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교사가 보호받기 위해서도 CCTV는 필요하다는 것이죠. 간혹 아이들이 상상의 거짓말을 해 교사가 하지 않은 행동을 부모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CCTV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CCTV는 사후에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확인할 때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사고를 예방하는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기계로 선생님을 실시간 감시하는 체계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것이며, 질 높은 교육을 하겠다는 보육교사의 의지를 꺾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CCTV 감시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보육철학과 마음가짐입니다. 이는 교사들의 개인적인 자질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사들의 자존감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보육교사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렇게 교육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더 우선적으로 해야 할 방안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건 전혀 보이질 않네요.  

 

 



 

 

by우리밀맘마

 

 

 

Posted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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